케빈 베이컨 게임은 ‘여섯 다리만 건너면 지구 위에 사는 사람들은 모두 아는 사이(Six Degrees of Separation)'라는 서양의 통념을 반영한 ‘놀이’이라고 한다. 이 놀이에서 힌트를 얻어 우리는 간단한 수학만으로도 60억 인구가 사는 이 세상이 얼마나 좁은 세상인지 알 수 있다고 한다. 젊은 물리학자가 쓴 《과학 콘서트》를 통해 세상을 이해하는 또 다른 눈을 보게 된다. :namespace prefix = o />
지구는 반지름이 6,400킬로미터나 되는 거대한 행성이다. 그 안에 사는 60억 이상의 사람들은 물리적으로는 멀리 떨어져 있지만, 인간관계의 동역학적인 측면에서 보면 한없이 가까울 수도 있는 그곳이 바로 우리가 사는 지구라는 행성이다.
예를 들어, 한 사람이 알고 지내는 사람이 대략 300명 정도 된다고 가정해 보자. 학창시절 동창들만 해도 족히 수 백 명은 넘을 것이다. 이 숫자는 그다지 후하게 어림잡은 것은 아니다. 내가 알고 지내는 사람들도 각각 300명의 친구를 두고 있을 테니 한 다리 건너 아는 사람은 9만 명에 이르게 된다고 한다. 네 단계를 건너면 아는 사람은 9만 명의 제곱인 81억 명. 지구 위에 사는 60억의 인구가 네 단계면 모두 아는 사이가 된다.
이 계산에는 거리적으로 가까운 사람들끼리 무리 지어 살고 있다는 사실을 고려하지 못한 물리적인 문제가 있다. 그러나 서울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인간관계 지도를 상상해보면 서울 시내 도로 지도와는 상상도 비교도 안 될 만큼 복잡하게 뒤얽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잘 짜인 네트워크 연결에서 몇 가닥만이라도 엉뚱하게 가지를 뻗으면 이 거대한 사회가 몇 단계 만에 누구에게든 도달할 수 있는 ‘작은 세상’으로 바뀐다고 한다. 굉장히 놀랍다.
얼마 전 국가를 초월해 인터넷을 통해 온라인상에서 만나 오프라인까지 연결되어 결혼하는 연인의 이야기를 들었다 분명 수학상 이론만이 아니라 내 옆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이다. 경제도 ‘세계화’되면서 국가를 초월한 인수합병이 이루어지고 있다. 평소 멀게만 느껴졌던 나라들이 이렇게 작은 세상에서 함께 살아가고 있다. 그렇다면 이웃의 개념도 달라져야 한다.
지금도 강대국의 힘의 논리에 의해 분쟁이 끊이지 않는 ‘이라크 사태’는 결국 형제를 향해 총부리를 겨누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명분 없는 이기주의는 함께 더불어 사는 세상에 필요하지 않다. 우리는 여섯 다리만 건너면 모두가 아는 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