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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탱이, 영감탱이!(자기 소개서)    
글쓴이 : 김교희    14-01-22 22:08    조회 : 7,246
                   탱이, 영감탱이!(자기 소개서)
                                                                                                             김교희
 동네 아줌마들이랑 스트레스 해소용 뒷담화를 하다보니 헐! 밥 시간이 되었다. 아직 난 뚫리지 않은 가슴을 안고 식순이가 되러 집으로 간다. 밥을 앉히고, 된장찌개를 끓이고, 생선을 굽고... 앗싸!! 주부24년차, 제트기처럼 빠른 손놀림으로 한상 차리고 한숨 돌리는 순간, 드디어 우리집 삼식이(정확히 말하자면 이식이다. 새벽 6시30분에 어김없이 아침을 쳐드셔야 되는)가 등장하시며,
 “오 냄새 좋은데! 반찬은 뭐야?”
 ‘으윽, 저 삼식이!’
 하지만 무엇이든 맛나게 먹어주니 봐준다.
 
 서로의 하루일상을 이야기하며 우리는 저녁을 먹는데 요즘 주제는 새로 입원하신 멋쟁이 할아버지와 수수한 할머니의 이야기다.
 나는 내심 오늘은 할아버지가 어떻게 하셨나? 하는 기대감에 남편에게 묻는다.
 “할아버지, 오늘은 뭘 입고 오셨어?” 하고 이야기의 서두를 꺼내 봤다.
 “돌아가셨어....”
 난 요즈음 애들 표현처럼,
 “헐..... 왜? 갑자기? 사고 났어?”
 속사포처럼 왜 돌아가셨는지 물어댔다.
 왜냐하면 할머니가 편찮으셔서 입원하셨고, 할아버지는 너무나 건강하였기 때문이다. 처음 병원에 두 분이 오셨을 때, 할머니는 그냥 수수한 차림이였고, 할아버지는 한눈에 보기에도 멋스러웠다고 했다. 아이보리색 바지, 하늘색 폴라, 그리고 멋진 잉크색 블루 벨벳 자켓... 한눈에 그려지는 멋 좀 아는 할아버지의 모습. 제법 교양도 갖추고...
 할아버지는 매일 할머니 면회를 왔다고했다. 멋지게 빼입고, 할머니가 좋아하는 과일을 바꿔가며 사 오고, 할머니의 손을 꼬옥 잡고.
 “에구, 빨리 나아야 당신 좋아하는 여행도 가고 맛난 거도 먹으러가지... 여봉! 아이 러브 유!” 라고 하며 할머니한테 나름 재롱도 떨고 좋아 보였다고 했다.
 그런데 할아버지가 정성을 다해도 할머니는 시큰둥 별 반응도 없으시고 “그놈의 영감탱이” 하며 꼴도 보기 싫다고 한다고 했다. 남편이 듣기로는 할아버지가 젊으셨을 때 꽤나 할머니속을 썩이신듯하다고 했다.
 
 할아버지는 사고는 아니고 심장마비로 돌아가셨단다. 나는 그 분을 직접 뵙지는 못했지만 왠지 마음 한쪽에서, 명절 때 길거리가 텅 비었을때 느껴지던 묘한 허전한 감정이 진하게 느껴졌다.
 
 그후 남편이 회진을 갈 때마다 할머니는 방 입구 쪽을 멍하니 쳐다보고 계신다고 했다. “그곳이 춥지는 않소? 내가 없으면 허당인데...”하시며.
 
 나는 삼십대 중반부터 우리 남편을 영감탱이라고 부른다. 그럼 주변에서
“남편이 기분 나빠하지 않아?”
라고 묻기도 하고(사실 왜 그렇게 부르기 시작했는지는 나도 기억이 안 난다), 자주 남편 뒷담화를 하는 옆집엄마는 재밌다고 하며 함께 자기 남편을 영감탱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그럴 땐 묘한 동질감에 더 친근감이 생겨 저녁에 반찬을 넉넉히 해서 나눠주기도 한다. 내 동지라고 하며.
 
 아침, 눈이 내려 길이 얼었으니 안전운전 하라는 아침 뉴스 앵커의 목소리를 들으며,
“탱이! 조심해서 천천히 운전하고. 잘 갔다 와!”
 내 밥줄이자 인생의 든든한 버팀목한테 손을 들고 손가락을 움직이며 아침인사를 한다.
 아니나 다를까, 현관문을 열고 뒤돌아보며 영감탱이 하는 말,
 “싫어! 막 달릴거야!”
 하고 개구쟁이 웃음을 하고는 재빨리 나간다.
 “그래! 막 달려라 막 달려!!”
 남편의 뒷통수에다 대고 소리치고는 창가로 가 밖의 도로를 내려다 봤다.
 
 저녁, 나는 또 24년차 주부의 신공으로 스파게티를 만들고 와인잔을 내려놓는다.
 그리고, 문 쪽을 바라보며,
 “탱이, 영감탱이! 잘 갔다왔어?”
 오늘따라 눈가가 촉촉해 진다.
[이 게시물은 웹지기님에 의해 2014-01-28 15:36:03 수필공모에서 이동 됨]

박서영   14-01-23 00:36
    
김교희샘 합평반 입성을 축하합니다. 글쓰라하면  안 나올지도 모른다고 하더니만.. (요무!)
 선명하지도 않게 은근한 자기소개! 자꾸 궁금하게  만드는 (요무!) ㅋ ㅋ 우리둘만의 언어  설마 모른다고는 아니죠?  괄호안의 단어,  제목부터 왠지 카타르시스가 되네요. 그 댁의 밉지않는 행복바이러스가  참 좋아보이네요.
 출발 탕! 했으니 미모만큼의 글 기다릴께요. 홧팅!
정혜선   14-01-23 08:15
    
왕~~~ 환영합니다~~~
울아들이 아주 놀랍고 대단하다고 여길 때 "개쩔어~"라는 표현을 하더라구요.
개쩌는 글 읽으며 즐겁고 찡하고, 감동 제대로 받았습니다.
인생 별 것도 아닌데 목에 힘주며 조아리며 살아오신 우리 부모님 세대와 비교되게시리
참 재미나게 사시네요.
저의 하루가 덩달아 상쾌해집니다.

너절하지 않도록 한 장면에 부부의 애틋함까지 녹여내셨으니
요무!  뭔지 짐작이 가는 요무! 맞으시네요.
뒷담화 동지가  혹시 위에 계시는 분 아닌지요.
미모도 상당하신 듯해서 주책없이 라이벌 의식이 생기는 거 있죠.
제트기처럼 다음 글 올려주시기 바랍니다.^^
     
박서영   14-01-23 09:34
    
정샘 ,샘은 절 잘 모르시겠지만 전 샘의 송년회때의 율동(?)에 시도때도없이 실실거리며 지내고 있답니다.
 김교희샘은  남산행 에서 정샘께서  본능적으로 피하셨다던 롱다리 미인샘이십니다. 헐! 이시죠?
 드뎌 데뷔를 하셨답니다. 머핀처럼 만들어 온 약밥맛을 보시면 또 한번 헐 이실껄요.
 이쁜것들은 요리안하고  반찬가게 단골인줄 알았더니...  아니더라구요. ㅎ ㅎ  해피데이!
          
정혜선   14-01-23 14:06
    
저도 박샘 알거든요?
미인은 본능적으로 미인을 의식하고 기억하니까요.
롱다리 미인샘... 너무 롱이시라 얼굴까지 못 올라갔었네요.
암튼, 헐~ 입니다 ㅎㅎ
임정화   14-01-23 09:28
    
안녕하세요, 김교희 선생님. 반갑습니다.
글에 에너지가 넘쳐서 글쓴이 되시는 분의 유쾌한 성격을 짐작케 하네요.
권위적이고 속이야 어떻든 밖으로 비치는 모습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은
남편을 색다른 애칭으로 부르는 걸 싫어라 하기도 하지만, 제 눈엔 '탱이'라는 애칭이 아주 재미있고
24년이 지났어도 식지 않는 애정이 장난스레 느껴져서 참 좋습니다.
남편분이 싫어하시면 쓰고 싶어도 못쓰셨을 텐데 그 점도 참 보기 좋고요.
남다른 잔재미와 장난끼 어린 부부간의 애정 표현이 결국 노년에 서로를 외롭지 않게 하는
충분한 요소가 된다는 점을 다시 한 번 깨달았습니다.
환영합니다.^^
김데보라   14-01-23 10:41
    
키다리 아줌씨 !! 창합 입성을 축하드리옵나이다.

재치와 재미를 모두 만족시키는 글 잘 읽었사옵니다. 탱이, 탱이 영감탱이 잘 보필하시어요.

끼에 발동 걸렸으니 계속 고군분투 고고씽 하시기를...화이팅!!!
이은하   14-01-23 13:01
    
교희샘
합평방에 오신걸 축하드려요.
외모에서 풍기는  만큼 글에서도 재치 발랄 다분한 끼가 충분히 느껴지네요.
못 쓴다 못쓴다 하면서 울 놀래킬려고요.
잘 생긴 남편 성격도 좋아보이네요.거기에 돈도 잘 벌어다 주고요.
은근슬쩍 부부금슬도 완젼 부러버용!!
담 글도 기대할게요.
김교희   14-01-23 18:26
    
수필반 샘들 분위기가 너무 좋아 마냥 즐겁게 다녔는데,글을 써야된다는 압박감?...ㅎㅎ 초딩일기 이후로 글을 접한 적이 없어 내가 이 반이 맞나? 라는 반문을 하며 점점 걱정이 됐어요. 합평 받을때 가슴은 콩닥! 얼굴은 홍당무.... 그래도  쌤들이 좋게 봐주셔서 얼마나 감사한지.  역시 따뜻한 샘들!!!!!두번째 합평이 언제가 될지 모르나 두번째를 생각하게 해주신 여러분 감사드려요.
     
박서영   14-01-23 18:42
    
가슴 콩닥거리는것은 모르겠는데  홍당무는 됬지요. ㅋㅋㅋ
정모에   14-01-23 21:46
    
항상겸손하며 미소가 떠나지 않던 교희씨. 색다른 향기가 넘쳐 좋은 글  나올줄 알았어요.
특히부족한  내가 짝이 되었으니 잘 해보자구요. 문우님들과 폭 넓은 교제도 잘하시고 앞으로 또 한명의 분당반의 글의 홍일점이 되시길 바랍니다.시작이 좋으니 어렵게 생각마시고 열심히 써보세요. 처음엔 모두가 낯설어 한답니다.기대해도 되겠죠?
김정미   14-01-24 00:58
    
멋진 교희샘!
입성축하드려요
이럴 줄 알았다니까~
대박!
우리 함께해요
김교희   14-01-24 07:39
    
정 헤선, 임 정화샘은  제가 수필반에 들어온지지 얼마 되지 않아 저의 기억 속에선 잘 생각이.... 정 혜선샘은 저의 긴 몸만 봤다고 하시고....부족한 저의 글 읽어주시고 힘이 되는 말씀 해주셔서 감사해요.  혹 다음에 저를 보시면 발 끝에서 쭈~~욱 올라 오다가 숨 한번 쉬시고 머리까지 봐주세요...ㅎㅎ
     
정혜선   14-01-24 19:35
    
자세히 떠오르진 않아도 눈부신 미모라는 기억은 박혀 있습니다.
근데요, 이글은 강의실 합평방에 올려야 하는 거 아닌가요?
참여광장은 비회원의 작품을 올리는 공간이거든요.
김교희   14-01-24 21:22
    
잘모르고 그랬네요. 다음부턴 합평반으로 고고씽~~할께요^^
차재기   14-01-24 23:30
    
얼굴만 이뿐이가 아니라 사는것도 이뿐이요~~
첫 만남부터 알아봤어요~~ 모델처럼 멋진 교희샘...
미모 만큼 글도 멋지게 써서 으매 기죽어여라~~ㅋ
이경숙   14-01-25 04:39
    
결혼 40여년이 되여도 여보소리 한번 못하고 사는 바보도 있느데
 교희씨의 부부 애칭은 재미있고 색 다르네요.
  알콩 달콩 사는 모습이 보이는것같군요.
  분당반에 맛난 기를 많이 만들어 주겠죠?
박재연   14-01-25 16:41
    
교희샘 어느새 공모전까지 진출하셨음?
드디어 입성 축하 환영합니다
우리의 게시판을 계속 뜨겁게 만들어주세요~~
문영일   14-01-31 11:05
    
낭군께서 부인이 미인이기에 '탱이'라고 해도 좋아하지만  아무나 그런 호칭 쓰겠습니까?
참 부럽군요. 글도 늘씬하신 키 만큼 잘 쓰시네요.
 
반쪽짜리 분당반원이지만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앞으로 부지런히 쓰시고 등단도 하세요.
말타면 경마잡아야죠
정길순   14-02-03 21:37
    
와 인기가 대단 하십니다
역쉬 키도크시고 얼굴도 예쁘시고 아무리 나이들어도 믿어줄 사람없는 교희씨
애교 만점 글이 또한 더더욱 인기절정입니다 탱이 탱이 참 정감가는 애칭이에요 나도써볼 용기낼려구요
글이넘재미있어요
자주쓰세요
김광수   14-02-04 16:05
    
낭군을 영감탱이라고 칭하시니
제2차 인생을 살아가는 과정에
있는것 같으신데, 낭군은 자기에게
무엇이라 칭하시는지 궁금합니다
할망구!! 인가요
즐기며 사시는 모습 보기좋습니다
김광수 드림
김교희   14-02-11 07:25
    
재미 있게 읽어주시고 다음 글에 다시 도전해볼까?하는 용기를 가지게 해주시는 댓글들 감사합니다. 반쪽반 문 영일샘 항상 차분하신 정 길순샘, 김 광수샘? 모두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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