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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졸업식    
글쓴이 : 김연    25-02-04 00:29    조회 : 169

                                         졸업식

                                                                                                                                                                 김 연

 새벽부터 일어나 남편과 함께 병원으로 향했다. 수술 대기실에서 이런 저런 주의사항을 듣고 침대에 누워 대기하고 있었다. 간호사들은 수술 준비로 분주했다. 수술 한 달 전쯤 병원에 와서 검진을 받는데 아기가 옆으로 누워 있다고 의사 선생님께서 걱정을 하셨다. 옆으로 누워 있으면 거꾸로 있는 것보다 출산할 때 더 위험하다고, 그래서 우리는 제왕절개를 하기로 했다. 수술 일주일 전 마지막 검진에선 아기가 제자리로 돌아왔다고 했지만 노산인 나의 상황을 고려하여 그냥 수술을 감행했다. 간호사가 내게 와 수술실 들어가기 전에 남편을 보겠냐고 물어 보기에 보겠다고 했다. 남편이 들어와 수술 잘 받으라고 말하며 손을 잡아 주웠다. 나는 고개를 끄떡이며 수술실로 향했다.

 수술대에 누우니 긴장이 되었다. 마취를 했고 수술 중에 잠깐 깨어 아기를 봤다. 아기를 내 가슴에 안겨 주웠을 때 뜨거운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아기가 참 예뻐요하는 간호사의 말소리가 들려왔다.울면서도 고맙습니다하고 말했던 기억이 난다. 나는 간호사에게 아기가 건강하냐고 물었고 그렇단 말을 듣고 안도하며 다시 잠이 들었다.

 깨어 보니 수술이 끝나고 회복실로 이동 중이였다. 회복실에 있는 두 시간여 동안 나는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내가 하도 우니까 의료진이 내게와 너무 우시면 몸에 안 좋아요, 그만 우세요, 아기 키울 일이 걱정 돼 그러세요?” 하며 안쓰럽게 말했다. 그래도 나는 눈물을 멈출 수가 없었다. 지금도 나는 그 눈물의 의미를 다 설명할 수 없다.

 침대에 누운 채 회복실에서 나와 병실로 이동 중일 때, 어찌할 바를 몰라 생경해하며 어색하게 나를 맞았던 두 남자의 모습을 잊을 수 없다. 남편과 친정 아버지!

 아기를 낳은 첫날밤인데도 그 병원은 산모가 아기를 데리고 잘 수 있게 했다. 불을 끄고 자려고 누웠는데 자꾸 아기 걱정이 되었다. 일어나 아기 침대에 눕힌 아기 얼굴을 들여다보고, 일어나 또 보고, 숨을 쉬는지 확인을 거듭 했다. 또 누웠는데 불을 끄고 자야 할지 불을 켜고 자야 할지 모르겠어서 불을 켰다 껐다를 반복했다. 남편에게 물었지만 그이도 모르기는 매한가지였다. 판단이 서질 않아 간호사실에 전화를 걸었다. “불을 끄고 자야 하나요? 켜고 자야 하나요?”물었더니 끄고 자라고 했다. 그래도 걱정이 되어 그럼 아기가 무서워하지 않을까요?” 하며 자꾸 물으니, “그럼 보조등만 켜고 주무세요해서 안도하는 마음으로 자리에 누웠다. 그렇게 아기와의 첫날밤을 보냈다.

 내 나이 마흔 네 살에 나는 그렇게 엄마가 되었다. 친정 엄마, 여자 형제 하나 없이, 나는 늦깎이 엄마가 되었다.

 오늘은 우리 딸이 초등학교 졸업을 하는 날이다. 며칠 전부터 얼굴 맛사지도 받고 머리도 염색하고 빨갛게 칠했던 매니큐어도 수수한 색으로 다시 칠했다. 아침 일찍부터 일어나 화장을 곱게 하고 머리도 손질하고 신경 써 차려 입고 나는 성장한 남편과 함께 준비한 꽃다발을 들고 졸업식장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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