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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초밥    
글쓴이 : 서미숙    25-12-09 17:21    조회 : 38

                                             초 밥

 

                                                                                                                                                                         서 미숙 (천호반)

 지난 4월 하남에서의 생활을 마치고 서울로 귀향했다. 그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오래된 아파트를 리모델링 하며 신경 써야 할 이런저런 작은 일들을 처리하며 완성된 집에 이사할 수 있었다. 하남은 서울과 가까운 거리에 있고 자연과 가까이 할 수 있는 주거지로 좋았다. 어쩌다 4년 동안 하남에서 살게 되었지만 나쁘지만은 않았다. 주변에 산과 강이 흐르고 조금 나가면 양평이 있고 남한산성이 있다. 우리 부부는 하남으로 이사 가면서 신이 났었다. 서울에서 볼 수 없는 자연의 고즈넉함과 도로의 한적함이 우리의 행동을 자연스러운 편안함으로 이끌었다. 자주 팔당으로 드라이브를 나갔었고 남한산성을 오르며 예쁜 카페도 갔었다. 주변에 백화점과 대형마트가 있어서 불편함이 전혀 없었다. 5 일장도 아직 있어서 장터 구경하는 일도 우리에게 하나의 즐거움이 되었다.

 이사 날짜가 정해지고 마음이 바빴다. 대학원도 입학해서 적응하랴 이래저래 올 상반기는 역동의 시기였다. 서울로 이사하니 적응이 안 되었다. 4년의 시간이 짧은 시간은 아니었나보다 도로는 자동차와 오토바이로 정신이 없었다. 식당마다 카페마다 사람들로 바글거렸다. 거리는 복잡했고 공기는 매연으로 가득하다. 친구들끼리 한말이 생각났다. “지방에 살다 다시 서울 와서 살기는 어렵다고하더라 는 말이 생각이 났다. 집안의 새집증후군 냄새를 빼고자 4월의 날씨에도 모든 창문을 열고 잠을 잤다. 어느 날 청소를 하는데 가구를 닦으면 시커먼 먼지가 물티슈에 묻어나는 것을 본 나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하남에서는 없었던 일이다. ‘.. 역시 서울은 공기가 안 좋아그렇다고 안 열어놓을 수도 없고 방법이 없었다. 방마다 공기청정기는 있었지만 그것으로 역부족이라 대형공기청정기를 들여놓았다.

  이젠 어느 정도 낯선 서울의 거리가 눈에 익어간다. 사람들의 시끄러움도 정신없는 도로도 말이다. 그즈음에 친구들의 단톡이 오간다. “미숙이 집에 가봐야 하지 않겠어?”.우리 집에 올 모양이다. 하남에 이사 했을 때도 집들이 왔던 친구들이다. 내가 이사할 때만 기다리는 것 같다. 지금은 학교도 방학이라 친구들을 초대하기로 했다. 날씨가 혹독하게 더웠지만 지금 하지 않으면 개학하면 시간이 안 날 것이다. 나이가 드니 4년 전에 하남의 집들이 할 때 하고는 몸과 마음이 많이 달라졌다. 귀찮은 생각이 먼저 들었다. 그래도 초대하기로 했다. 모든 음식을 집에서 하는 것은 내 자신에게 너무 가혹한 것 같아 주변 맛집에서 초밥과 메밀국수를 배달하기로 했다. 매장을 방문하여 그날 배달이 되는지 확인하고 또 전화도 했다. 나머지는 부침개와 밑반찬 몇 개와 스테이크와 음료, 과일, 과자 등을 남편과 장을 보았다. 나는 일본의 종지에 음식을 담는 것을 좋아한다. 장에 있던 그릇들도 모두 나와 손님맞이에 동참했다.

 드디어 친구들이 깨끗한 나라의 화장지를 끌어안고 환한 미소로 방문했다. 여기저기 구경 하느라 주인인 친구의 얼굴은 자세히 보지도 않는다. 때마침 초밥도 배달 되어지고 주방에서의 나의 손은 더욱 바빠졌다. 우리는 식탁에 앉아 맛의 삼매경에 빠졌다. 이것저것 먹다 보니 어느 정도 배가 불렀다. 한 친구가 미숙아 초밥의 밥 빼고 먹어도 되지?”라고 묻는다. 나는 얼떨결에 으응.. 그럼 먹고 싶은대로 먹어!” 라고 대답을 했다. 그 순간 다른 친구들은 아무말도 안 한다. 그 이후 이런저런 이야기로 시간은 빠르게 지나갔다. 그 친구들이 가고 주방에서 정리를 하는데 초밥의 회 없는 발가벗은 밥이 부끄럽다는 듯이 모여있었다.

 뷔페가 처음 나왔을 때 많은 사람들이 신기해 하며 마음대로 음식을 가져다 먹었었던 기억이 난다. 그때도 한참 맛있게 먹고 있는데 옆 테이블을 보니까 초밥 위의 회만 먹고 밥은 수북하게 남기는 모습을 보면서 꼭 저래야만 할까? 라고 생각했었다. 어릴 때 가족들이 모여서 밥을 먹으면 음식의 맛있는 것만 골라 먹고 싶어진다. 하지만 아버지의 잔소리가 시작된다. 그렇게 먹으면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먹느냐고 하셨다. 우리는 맛있는 것만 먹고 싶은데 꾸욱 참고 맛없는 것도 같이 먹었었다. 초밥을 만들기 위해 쌀농사에 성공해야 하고 요리사는 고슬고슬하게 밥을 짓기 위해 많은 시간과 정성을 들여야 한다. 그 노력이 한순간의 부끄러운 발가벗은 밥으로 버려지는 순간이다. 요즘 사람들은 권태롭다. 그래서 본능만을 탐한다. 특히 먹는 것에 모든 것을 바친다. 방송마다 먹는 방송만 한다. 오로지 혀의 즐거움을 주기 위해서 고군분투한다. 요사스런 혀가 얄미워지는 건 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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