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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누수대첩    
글쓴이 : 서미숙    25-12-09 17:41    조회 : 5

                                                                    누수 대첩

 

                                                                                                         서 미숙 (천호반)

 서울로 이사온 지 넉달이 다 되어 간다. 점점 서울의 복잡함과 현란함에 적응이 되어 가는 듯 했다. 하지만 그 편안함도 잠시 어느 날 안방 침대에 누워 천장을 보며 멍하게 다른 생각에 잠겨 있었다. 그런데 하얀 도화지 같은 천장에 내 머리 위의 구석진 곳에 내 눈은 고정되어 있었다. 무엇인가 하얀색이 아니고 하얀 도화지에 노란색 색연필로 동그라미를 그려 놓은 듯한 모습이 보였다. 시력이 안 좋은 나는 눈을 가늘게 뜨고 쏘아보았다. 하지만 누워서는 잘 안 보여서 침대에서 일어나서 가까이 가보니 얼룩이 지어 있다. 전체 리모델링 한 지 넉달 밖에 안 되었는데 믿어지지가 않았다. 다시 보고 또 봐도 얼룩이 보였다. 순간 여러 가지 생각들이 교차하며 머리가 풀 가동되었다. 무엇이 문제였을까? 좀 시간을 두고 인테리어 한 회사에 물어보기로 하고 조금 지켜 보았다.

 그러던 어느 날 밤사이 비가 엄청 많이 왔다. 문화 센터 가는 날이라 안방에서 스트레칭을 하고 있는데 뚝 뚝 소리가 가늘게 들린다. 처음에는 잘못 들었나 생각하고 신경 쓰지 않았다. 하지만 계속 소리가 났다. 소리 나는 곳을 가만히 따라 가보니 천장에서 침대 머리 쪽으로 물이 떨어지고 천장과 벽은 젖어 있었다. 너무 놀라 남편한테 소리쳤다. 거실에 있던 남편은 한달음에 달려왔다. 우리 부부는 너무 놀라 얼굴만 서로 쳐다보았다. 너무 당황스러워서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 반장에게 문화센터 못 간다고 문자를 했다. 정신을 차리고 침대를 앞으로 끌어내고 그릇을 가져와 떨어지는 물방울을 받아냈다. 사실 우리만 리모델링 한 건 아니었다. 윗집도 우리와 한 달 간격으로 리모델링을 했었다. 어찌 되었든 물은 위에서 아래로 흐르니까 윗집에 연락을 했다.

 윗집 여자는 50대 초반이고 직장을 다녔다. 평일에 하루 쉬는 날이면 카톡도 주고받고 가끔 차와 간식도 먹었었다. 성격이 급한 사람이지만 심성은 착해 보였다. 연락하면서 걱정도 되었다. 바로 반응이 오는 성격이라 잠깐 망설이기도 했다. 예상대로 나의 연락을 받고 난리가 났다. 목소리는 찢어지는 소리에 쉬지 않고 계속 말을 해 댔다. 윗집 여자의 호들갑에 나의 머리는 지끈거렸다. 윗집이 인테리어 실장을 부르고 4,5명이서 올라갔다 내려갔다 아주 난리도 아니었다. 그사이 거실 천장과 벽에서도 물이 떨어졌다. 관리소장한테 누수 탐지하는 사람을 데려 오라고 했지만 기계는 없고 전통적인 방식으로 보는 사람을 데려왔다. 그냥 대략 추측만 할 뿐이었고 확실한 원인도 못 잡고 돌아갔다. 서로 자기네 책임이 아니라는 변명만 늘어 놓는다. 관리실에서는 공용부분이 아니니까 두 집이서 해결하라고 하고 윗층 인테리어 실장은 자기가 공사한 곳은 다 멀쩡하다고 한다. 듣고 있던 남편과 나는 하루 종일 말도 안 되는 변론만 듣고 있자니 머리만 아파왔다.

 이런 경험이 없으니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몰라 사람들이 떠드는 소리만 듣고 있었다. 모두 명탐정이 되어 누수의 원인이 될 만한 곳을 찾느랴 의견이 분분했다. 하지만 심증은 있으나 확실한 증거는 없는 말들뿐이었다. 그렇게 며칠을 윗집 여자는 잠도 못 자가며 최대 피해자인 나보다도 더 몰입했다. 자기네 집이 원인이 아닌 것을 증명 하느랴 밤낮없이 전화하고 카톡이며 집에도 수시로 왔다. 나는 이내 침대에 누웠다. 비가 그친 그날 이후 누수는 없었다. 빗물이 확실하다. 그 경로가 어디인지만 알면 된다. 윗집 여자가 도색 하는 사람들을 데려왔다. 옥상에 올라가 보니 옥상에 말발굽 같은 모양의 쇠고리가 우리 집 안방 지점에 세 개가 박혀 있는데 도색전문가가 원인이 여기일 수 있다고 한다. 아닌 게 아니라 자세히 보니 그 쇠 주변에 금이 심하게 가 있었다. 그렇게 하루 이틀이 지나고 여러 누수에 관한 여러 정보를 수집 하느랴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쏟았다. 갑자기 비 올 때까지 기다릴 필요 없이 옥상이 원인이라면 그 균열이 생긴 곳에 양동이로 물을 부어보면 어떨까? 라는 생각으로 남편과 나는 물을 양동이에 받고 옥상까지 가지고 갔다. 옥상 문이 열려 있어서 왜 열려 있지? 하며 들어갔더니 관리소장과 직원이 그 균열 간 곳을 공사를 하고 있었다. 나는 화를 냈다. 아직 누수 원인도 밝혀지지 않았는데 왜 공사를 하는지 정말 화가 났다. 혹시 원인을 은폐하려는 것은 아닐까? 온갖 생각이 다 들었다. 소장에게 안 좋은 소리를 했다.

 이리저리 알아봐도 결론은 윗층 여자도 관리소장도 회피하기만 하고 서로 아니라고 한다. 결론은 최대 피해자인 나만 힘들게 되었다. 누수탐지업체에 피해자인 내가 의뢰해서 원인을 알아내고 윗층인지 관리소 공용부분인지 밝혀야 한다. 누수 대첩은 80%는 완만하게 잘 해결되는데 20% 소송까지 간다고 한다. 제발 80%에 해당 되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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