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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밀리 그리어슨 양이 세상을 떠났을 때, 우리 마을 사람들 모두가 그녀의 장례식에 참석했다. 남자들은 쓰러진 기념비에 대한 존경 가득한 애정의 마음을 품고서, 여자들은 정원사와 요리사를 겸한 늙은 하인 외에 적어도 10년은 아무도 보지 못했던 그녀의 집 내부를 보고 싶다는 호기심을 품고서.(7쪽)
살아 있는 동안 에밀리 양은 하나의 전통이자 의무이며 관심의 대상이었다. 즉 마을에 세습되는 일종의 책임이었다. 흑인 여성은 앞치마를 두르지 않고는 거리를 다닐 수 없다는 법령을 시행한 바 있던 시장 사 토리스 대령이 1894년 그녀의 부친이 사망한 날, 지금부터 그녀의 세금을 영구적으로 면제하겠다고 하면 서부터, 에밀리 양이 그런 혜택을 순순히 받아들이지 않을까 봐, 사토리스 대령은 그녀의 부친이 시 정부 에 돈을 빌려 주었기에 시 입장에서는 그렇게라도 상환해야 한다는 그럴듯한 이야기를 지어냈다. 딱 대령 세대의 사고방식을 가진 남자만이 지어낼 수 있고, 딱 한 여자만 믿을 수 있는 이야기였다. (8쪽)
그녀의 얼굴은 고인 물속에 오랫동안 잠겨 있었던 시체처럼 퉁퉁 불어 있었고, 파리한 안색 역시 시체를 연상시켰다. 퉁퉁 불은 얼굴에 감추어진 그녀의 두 눈은 손님들이 용건을 말하는 동안 그들의 얼굴을 일 일이 살피고 있었는데, 마치 반죽 덩어리 속에 박힌 두 개의 조그만 석탄 쪼가리 같았다. (9쪽)
그렇게 그녀는 그들을 모조리 퇴각시켰다. 30년 전, 어떤 냄새 때문에 찾아온 그들의 아버지들을 퇴각시 켰을 때처럼. 그녀의 부친이 세상을 떠난 지 2년 뒤이자 우리가 그녀와 결혼할 거라고 믿었던 그녀의 애 인이 그녀를 버린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의 일이었다. (10쪽)
그들이 잔디밭을 다시 가로지를 때 어둠에 잠겨 있던 창 하나에 불이 들어왔고, 그들은 그 불빛을 배경으 로 마치 조상彫像처럼 상체를 꼿꼿이 세운 채 꼼짝 않고 앉아 있는 에밀리 양을 볼 수 있었다.(12쪽)
우리 마을 사람들은 그리어슨 가문 사람들이 실제보다 너무 잘난 척한다고 여겼다. 그들은 마을 청년들중에는 에밀리 양의 배필로 적합한 사람은 없다는 듯 굴었다. 오랫동안 우리는 그 가문을 다음과 같은 하 나의 풍경으로 여겼다. 뒤쪽에는 하얀 옷을 입은 가냘픈 에밀리 양이 서 있고, 앞쪽에는 그녀의 부친이 그녀에게 등을 보인 채 말채찍을 들고 두 다리를 벌린 실루엣으로 서 있는 풍경으로. 활짝 열린 현관문이 그 두 사람의 모습을 가두는 액자였다. 그녀가 서른이 되어도 여전히 독신으로 머물러 있자, 우리는 기쁨 까지는 아니지만 우리의 예상대로 되었다는 기분을 느꼈다. 비록 그 가문에 정신병적인 기질이 있다 해도 그녀에게 기회를 잡을 가능성만 있었다면, 그녀가 그 모든 기회를 거절하지는 않았을 거라 생각하며.(13 쪽)
부인들은 “그리어슨 가문 여자가 북부 출신 일용직 노동자를 진지하게 생각할 리는 없을 거야”라고 떠들 어 댔다. 하지만 나이 많은 노인네들은 아무리 슬픈 일을 겪었다 해도 진정한 숙녀라면 노블레스 오블리 주를 잊으면 안 된다고 여겼다. 하지만 실제로 노블레스 오블리주라는 말을 입 밖으로 꺼내지는 않았고 그저 “불쌍한 에밀리, 친지들이 와줘야 할 텐데”라고만 했다.(14쪽)
호머가 스스로 자신은 결혼에 적합한 남자가 아니라고 밝혔기 때문이었다. 그가 남자를 좋아해서 엘크스 클럽에서 젊은 남자들과 술을 마신다는 사실도 알려져 있었다. 그 뒤 우리는 그들이 일요일 오후 번쩍거 리는 사륜마차를 타고 지나갈 때면, 비늘창 뒤에서 “불쌍한 에밀리”라고 말했던 것이다.(17쪽)
우리가 에밀리 양을 다시 보았을 때, 그녀는 몸집이 불고 머리칼이 희어지고 있었다. 그다음 몇 년에 걸 쳐 그것은 점점 더 희어지더니, 진행이 멈추었을 때는 후추와 소금을 섞어 놓은 것 같은 철회색을 띠고 있었다. 일흔네 살의 나이로 세상을 떠날 때까지 그녀의 머리칼은 활동적인 남자의 그것 같은 강인한 철 회색을 그대로 유지했다.(18쪽)
가끔 아래층 창문들 중 하나에서-저택의 위층은 아예 폐쇄시킨 게 분명했다-그녀의 모습이 보이곤 했다. 마치 벽감에 놓인 조상처럼 앉아 있는 그녀가 과연 우리를 보고 있는 것인지 아닌지는 확인할 길이 없었 다. 그렇게 그녀는 한 세대에서 다음 세대로 넘어갔다. 피할 수 없는 대가를 치르며, 무엇에도 영향받지 않고, 고요하고, 괴팍하게. (19쪽)
이미 우리는 위층에 40년 동안 아무도 본 적 없는 방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고, 그 방으로 들어가려면 완력을 써야 할 것임도 알고 있었다. 사람들은 에밀리 양을 품위 있게 땅속에 묻고 난 뒤에야 그 방의 문 을 열었다. 문을 부순 완력이 방 안의 먼지를 퍼지게 한 듯했다. (21쪽)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