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7일, 평론반 강의는 강릉 문학 세미나 후일담으로 문을 열었다. 4월 30일과 5월 1일, 1박 2일로 진행된 세미나의 여운은 오래도록 남을 것 같다. 우리를 초대해 준 이 작가님은 강릉의 풍광을 보여주고 싶었다. 곰솔밭에서 바라보는 바다, 너무 뜨겁지 않은 4월과 5월 무렵의 햇빛, 그 아래서 힐링을 시켜드리고 싶었다. 아쉬운 점도 있었을 거다. 오늘 합평 작품에 강릉 이야기가 세 편이나 올랐는데 제 이름은 거명하지 않아도 좋겠다. 저는 이 일을 추진하며 기쁘고 즐거웠다. 오히려 감사하다.라는 인사말을 들려주었다. 강릉 기행 1박 2일 동안 서로 보지 못했던 내면을 발견하고 소통하는 기회가 되었다. 말만 들어도 설레는 강릉, 이번 문학 세미나 이야기는 계속될 것 같다.
오늘 문학 강의는 후기의 뒤렌마트 작품 감상이었다.20세기 모든 드라마의 혁명은 브레히트가 일으켰다고 할 수 있고, 뒤렌마트가 그 뒤를 이었다. 두 작가의 차이점은 브레히트는 사회주의자였고 뒤렌마트는 중립주의자였다. 작품 감상은 방송극 「당나귀 그림자 재판」, 「노부인의 방문」, 「물리학자들」 3편이었다.
- 방송극 「당나귀 그림자 재판」은 1951(30) 방송극 「당나귀 그림자 소송」(1951) 등으로 일약 드라마와 방송극문학사에서 선풍을 일으켰다. 정치풍자극 「당나귀 그림자 재판」의 원작자는 빌란트(C. M. Wieland, 1733-1813)이다. 당대 최대의 문학운동인 질풍노도 운동(Sturm und Drang movement)의 선구자. 뒤렌마트는 이 기발한 착상의 원작을 라디오 드라마화 하였다.
무대는 그리스의 한 지역(압데라). 치과의사와 마부가 일으킨 소송전. 당나귀 그림자 값을 내라고 옥신각신하다가 소송을 벌인다. 각각 패거리가 조성되어 다투다가 적대감과 승리를 위한 투지가 팽배해 마부는 마부당, 치과의사는 치과 의사당을 결성한다. 온 고을이 점점 소동으로 휘몰아친다. 재판은 질질 끌었고 점점 대립이 격화되었으며 극심한 혼란에 빠진다. 이러한 혼란 속에서 당나귀의 죽음으로 드라마는 싱겁게 끝난다. 대단한 상상력의 작품이다. 오늘날 지구상 모든 분쟁과 전쟁이 다 이런 양상임을 미루어 볼 수 있다.
- 「노부인의 방문」: 1954(33), 「노부인의 방문(The Visit, Der Besuch der alten Dame)」(1956 취리히에서 초연). 1964년 미국에서 영화화. 감독 베른하르트 비키, 1971년에는 뒤렌마트 자신이 오페라화하였다. 작곡은 고트프리트 폰 아이넴(Gottfried von Einem)이 맡았다.
무대: 긜렌(Güllen. 썩은 더러운 곳 상징). 괴테가 묵고, 브람스의 4중주가 작곡된 문화 도시였다고 분장. 경제 불황이 닥친 가상의 빈촌으로 무대는 다 거짓말. 이 작품을 보면 뒤렌마트가 현대를 어떻게 봤는지 알 수 있다. 세상을 지배하는 건 돈, 기업이라고.
등장인물: 클레어 차하나시안(Claire Zachanassian) 그녀의 이름은 Zachroff, Onassis, Gulbenkian 등의 이름을 합성하여 만들었다. 그 사람들보다 돈이 많다는 뜻일 수도 있겠는데 사고로 의족, 의수의 60대 노부인이다. 알프레트 일(Alfred Ill): 45년 전(1910년) 클레어 애인, 그녀에게 임신시키고는 그녀를 버렸다. 아이를 낳은 후 일은 자기 아이 아니라고 가짜 증인(클레어와 관계 맺었다고) 2명을 매수하였다.
그들은 증언 후 캐나다, 오스트리아 이주했으나 부인이 재벌로 성공한 뒤 체포, 한 명은 고자, 한 명은 시각장애인을 만들어 노비로 삼았다. 당시 판사는 집사로 고용했다. 그녀는 돈 많은 노부인이 되어 고향에 방문했다, 1천억의 기부를 할 테니 자기를 버렸던 알프레드 일을 죽여달라고 주문한다. 처음엔 여론이 차기 시장 후보이기도 한 일 편이었다가 서서히 바뀐다. 그녀가 한 말은 이랬다. “여러분, 인간성이란 억만장자들의 주머니를 위해 만들어진 말입니다. 나는 내 재력으로 세계의 질서를 세울 수 있습니다. 세계는 나를 창녀로 만들었습니다. 이제 내가 세계를 사창가로 만들 겁니다. 돈이 없으면서도 춤을 추고 싶은 자는 가만히 있기나 해야 하는 겁니다. 당신들도 함께 춤추겠다는 거지요. 한 건의 살인의 대가로 귈렌을 되돌려 드리겠어요. 시체 하나의 대가로 호경기를 만들어 드리겠어요.” 그녀의 요구대로 도시는 시체 하나의 대가로 호경기가 된다. 돈 많은 악질 재벌에서 도시의 정의를 구현하는 인간성으로 바뀐다. 사생아의 부친은 시민들이 자진해서 살해했고, 의사는 심장마비로 사망했다고 처리하였다. 아무에게도 죄는 돌아가지 않았다. 놀랍다. 돈의 위력이 인간의 맘을 어떻게 바꾸는가를 알 수 있다. 돈이 지배하는, 대기업에 조종되는 세상의 단면을 볼 수 있다.
- 「물리학자들」: 1961(40), 「물리학자들(The Physicists, Die Physiker)」(1961) 이듬해 취리히에서 초연.
무대: 레 세리지에르((Les Cerisiers, 벚찌나무) 사설 정신과 요양소.
등장인물: 짠트 박사(Mathilde von Zahnd): 원장. 세 가짜 정신병자
가짜 정신병자 중 아인슈타인이 한 간호사를 죽였다. 그런데 또 다른 가짜 정신병자 뉴턴도 이미 살인한 적이 있음을 밝힌다. 경찰이 살인 사건을 조사했는데 무혐의가 된다. 병원에서 돈으로 매수했기 때문이었다. 돈이 지배하는 세상을 더 확인시켜 주는 작품이 「물리학자들」이다. 당대 일급의 물리학자들이 정신병원을 중심으로 비밀 공식을 지키기 위해 스스로 숨거나 추적한다. 간호사는 그 비밀을 눈치채서 죽임을 당한다. 간호사를 시켜서 휴지통을 뒤지는 등 정보를 빼 낸 원장은 그것을 기업체에 넘겨버린다. 결국 세 명의 물리학자는 진짜 정신병자로 살기로 한다.
- 뒤렌마트의 만년
화가 활동: 붕괴 직전의 세계에 던진 질문을 재해석한 그림과 드로잉, 캐리커처들이 있다. 그는 작품을 생전에 팔거나 거의 전시하지 않았다. “나의 그림은 나의 문학 작품에 대한 부수적인 것이 아니라 오히려 나의 문학적 투쟁, 모험, 실험, 패배가 일어나는 전장을 그린 것이다.”
뒤렌마트는 현대사회의 위험에 관해 갈파했는데 “이래서 우리들을 위협하는 것은, 이미 신이나 정의나 제5교향곡의 경우처럼 운명이 아니고, 교통사고이며, 부실 공사에 의한 댐의 붕괴이며, 원자폭탄 공장의 폭발이며.......기폭 장치의 스위치 조작 잘못이다. 이 같은 사고의 세계로 우리들의 길은 통해 있다.”(「사고」)
1990(69), Auschwitz in Poland 여행. 12. 14, 심장마비로 사망.
제2부. 합평
21. 정아 / 22. 이명환 / 23. 설영신 / 24. 문영일 / 25. 곽미옥 / 26. 오정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