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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점 좋아하다 망한 진도 수퇘지 (무역센터반)    
글쓴이 : 이상태    18-02-08 00:00    조회 : 21,228

유난히 결석생이 많은 날이었습니다. 고옥희 총무님은 교통사고를 당하신 시어머님 간호차 급히 경북 봉화에 내려가야 했고, 임미숙씨는 급성장염으로 응급실에 까지 실려 갔답니다. 빠진 자리가 많아 이건형 선생님이 내신 맛있는 떡은 두 개씩 돌아갔고요.

 

다음 다섯 분의 글이 교수님 평을 받았습니다.

- 이신애 <신을 볼 때>

- 김덕락 <호가호위하는 원숭이>

- 신성범 <내가 당해보니>

- 이숙자 <새끼 손가락>

- 한영자 <꿈이 사는 그림>

 

합평 받는 글 숫자가 늘어나고 있는 점은 고무적입니다. 열기가 뜨거워지고 있다는 증거 아니겠습니까. 유념했으면 좋을 교수님 말씀 가운데 다음과 같은 사항이 있었습니다.

-글은 소심해야 쓸 수 있다. (수필쓰기가 여성에게 절대적으로 유리한 이유이기도 합니다.)

-늘이기는 쉽고 줄이기는 어려운 것이 글이다.

-주제와 연결성이 적은 에피소드를 무리하게 한데다 버무리지 말고 따로 떼어 내서 글 한 편 을 더 만들어라.

-중의적(重意的) 표현을 활용하면 독자들이 좋아하신다.

-논문이 아닌 문학수필에서 주()를 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본문에 녹여 넣을 것.

-시에서 운율이 중요하듯 산문에서는 문장의 호응이 중요하다. 같은 단어를 반복해서 쓰거나 앞 뒤 문장이 매끄럽게 연결되지 못하면 읽는 맛이 떨어진다.

-단락은 아무렇게나 나누는 것이 아니다. 소주제가 바뀔 때, 시간적 공간적 배경이 바뀔 때, 화제가 바뀔 때, 등의 경우에만 바꿀 것!

 

오늘 강의 중 옆길로 가신 경우---->진도에서 수퇘지는 환영받지 못했습니다. 다들 새끼 낳는 암퇘지만 선호했습니다. 할 수 없이 한 사람이 대표로 수퇘지를 길렀습니다. 주인은 오토바이를 타고 이웃 동네를 다니며 돼지번식에 기여했고 새끼를 낳으면 한 마리씩 주는 것으로 보답했습니다. 한데, 정작 이 시스템으로 재미를 보는 쪽은 주인보다 수퇘지였습니다. 독점이었으니까요. 우리 앞에 오토바이만 갖다 대면 놈은 신이 나서 스스로 올라탔습니다. 세월이 흘러 수퇘지도 늙었습니다. 그날도 수퇘지는 콧노래를 부르며 오토바이를 올라탔지만 슬프게도 도착한 곳은 도살장이었습니다

이렇게 수업이 끝나고 솜리에서 오길순 선생님이 내신 점심을 먹었습니다.  두둑하게 받으신 원고료로 한 턱 쏘신 거랍니다. 부러웠습니다. 

오늘 차 파티는 밀탑에서 정충영 선생님이 여셨습니다. 미국 로스쿨에서 공부하신 따님이 엄청나게 출세를 하셨답니다. 그것도 엄청나게 부러웠습니다.  


문영일   18-02-08 07:30
    
이 상태 반장님 수고 많으시군요.
어디를 다녀봐도 남자는 가믐에 콩나기, 퇴직한 남정네들 모두 어디들 가시는지
문화센테, 뭐 좀 배우러 가면 모두 숙녀님들 밖에 없어요. 그런데 반장을 하신다니...
전 3년 전부터 선거 운동을 해도 한 표도 아나와 이젠 지쳐서 포기했습니다.

박 교수님은 가끔 그렇게 옆길로 새셔서 좀 식상(?: 사실일 때가 있지요. )하다고 느낄 때가 있는데
오늘 하신 옆길(?) 이야기는 압권입니다. 우리 분당반에서는 왜 그런 '철학적'인 말씀을 해 주지 않으실까?
오전 오후 반 진도가 같은데 그 '진도'는 우리 진도와는 사뭇  다른 것 같습니다.
아무리 강남 1번지라 해도 남들이 다 그러 듯 '하늘 아래 분당'인데......

그런 철학적인  이야기 저도 무지하게 좋아하는데 나도 오전반으로 가봐? 면접을 볼라나?
그런 돼지가 저 였다면 죽어서도 한이 없겠습니다.
기왕 한 번 죽는 목슴, 내 손자들이 번창하여 천지사방 흩어져서 "할비 개, 할비 개"할텐데.
나 죽어 개로 태어난다면 진도에 힘좋은 숫개로 태어나면 좋으련만... 애고 통재라!

남의 집 대문열고 들어와 실례했어요. 이반장님 미안해유.
제가 존경하는 분들이 많은 '오전반'이라 농담을 좀 하고 나갑니다.
사랑합니다. 존경합니다.
이상태   18-02-08 08:46
    
박교수님은 '옆길 강의'를 자주하십니다. 세월이 지나고 나면 책 진도 나간 것은 누구도 기억하지 못하지만 옆길로 샌 이야기들은 몇 십년이 지나도 기억하더라면서요. 독특한 수업방법이라 생각합니다.
박교수님의 옆길강의를 들으려면 먼저 학생들이 빌미를 제공해야 합니다. 합평받을 글에다 길 표지판을 반대로 붙여둔다든가해서 교수님이 옆길로 빠지게 유도해야지요. 무역센터반에는 '발랑까진'(교수님 표현) 악동들이 많아서 그런가 봅니다. 천당아래 분당반은 순진한 사람들만 모였고요. 
문선배님, 들러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