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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가 사랑했듯이 이 땅을 사랑해 달라 (일산반)    
글쓴이 : 한지황    18-02-12 19:11    조회 : 1,374

공기의 신선함과 반짝이는 물을 우리가 소유하고 있지도 않은데

어떻게 그대들에게 팔 수 있다는 말인가?

빛나는 솔잎, 모래 기슭, 어두운 숲 속 안개,

맑게 노래하는 온갖 벌레들,

이 모두가 우리들의 기억과 경험 속에서는 신성한 것들이다.

우리들은 홍인의 어머니로. 땅의 한 부분이고

땅 역시 우리들의 한 부분이기 때문이다.

향기로운 꽃들은 그들의 자매이며

사슴, , 큰 독수리들은 형제이다.

바위산 꼭대기, 풀의 수액, 조랑말과

인간의 체온 모두 한 가족인 셈이다.

물결의 속삭임은 우리들의 아버지의 아버지가 내는 목소리이고

강은 우리들의 갈증을 풀어주고 카누를 날라주고 자식들을 길러준다.

 

아침 햇살 앞에서 산안개가 달아나듯이

홍인은 백인 앞에서 언제나 뒤로 물러났지만

우리 조상들의 유골은 신성하며 무덤은 거룩한 것이다.

백인은 한밤중에 와서 필요한 것을 빼앗아가는 야만인이다.

백인은 어머니인 대지와 형제인 저 하늘을

양이나 목걸이처럼 사고 약탈하고 팔 수 있는 것으로 대한다.

백인의 식욕은 땅을 삼켜버리고 오직 사막만을 남겨놓을 것이다.

 

백인들의 도시는 조용하지 않아

봄 잎새 날리는 소리나 벌레들의 날개 부딪치는 소리를 들을 곳이 없다.

도시의 소음은 귀를 모독하는 것과 같다.

쏙독새의 외로운 울음소리나 못가의 개구리 소리를 들을 수 없다면

삶에는 무엇이 남을 것인가?

만물의 숨결을 나누고 있음으로 공기는 홍인에게 소중한 것이다.

가지가 숨 쉬는 공기를 느끼지 못하는 백인은

여러 날 동안 죽어가고 있는 사람처럼 악취에 무감각하다.

 

그대들이 우리들의 땅을 사게 되면

이 땅의 짐승들을 형제처럼 대해야 한다.

모든 짐승들이 사라져버린다면 인간은 영혼의 외로움으로 죽게 될 것이다.

짐승들에게 일어난 일은 인간들에게도 일어나게 마련이다.

만물은 서로 맺어져 있기 때문이다.

만물은 마치 한 가족을 맺어 주는 피와도 같다.

인간은 생명의 그물을 짜는 것이 아니라

다만 그 그물의 한 가닥에 불과하다.

그가 그 그물에 무슨 짓을 하든 그것은 곧 자신에게 하는 짓이다.

 

우리는 그대들이 마련해준 곳으로 가서 평화롭게 살 것이다.

부족이란 인간들로 이루어져있을 뿐 그 이상은 아니다.

인간들은 파도처럼 왔다가 간다.

백인들조차도 이 공통된 운명에서 벗어날 수는 없다.

 

우리 모두의 하나님은 하나이다.

그대들은 땅을 소유하고 싶어하듯

하느님을 소유하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그것은 불가능하다.

인디언 보호구역에서 우리는 얼마 남지 않은 날들을 마치게 될 것이다.

마지막 홍인이 이 땅에서 사라지고

구름의 그림자처럼 희미하게 기억될 때라도

이 기슭과 숲들은 여전히 내 백성의 영혼을 간직하고 있을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가 사랑했듯이 이 땅을 사랑해 달라.

우리가 돌본 것처럼 이 땅을 돌보아 달라.

이 땅의 기억을 지금처럼 마음속에 간직해 달라.

온 힘과 마음을 다해서 그대들의 아이들을 위해

이 땅을 지키고 사랑해 달라.

하느님이 우리 모두를 사랑하듯이.

 

윗글은 쎄알트 추장의 연설문을 발췌한 것입니다.

1854, 미국 대통령 피어스에 의해 파견된 백인 대표자들이

쎄알트 대추장에게 6천만 평에 달하는 땅의 권리를

15만 불에 넘기는 조약서에 서명을 하라고 강요하였습니다.

물론 서명을 안 하면 당장이라도 전쟁을 벌일 태세였습니다.

전쟁을 하게 되면 수많은 동족이 희생될 것을 염려한 그는

여러 날을 고민한 끝에 서명하기로 결정하고

서명 전에 백인들 앞에서 연설을 했습니다.

그 연설을 두와미시 족의 언어를 배운 헨리 A. 스미스라는 백인의사가 기록했습니다.

연설문은 오랫동안 원문이 공개되지 않은 채 조금씩 퍼져나가다가

1976년의 미국독립 200주년을 기념한 '고문서 비밀해제'

120년 만에 세상에 나오게 되었습니다

당시 피어스 대통령은 추장의 편지에 감복한 나머지

이 지역을 그 추장의 이름을 따 '시애틀'이라고 명명했습니다.

 

<<나는 왜 너가 아니고 나인가>>

인디언들의 삶과 문화, 그리고 그들의 슬픈 역사를 담은

인디언 추장들의 연설 모음집입니다.

41편의 명연설문과 각 연설문 뒤에 실린 희귀한 인디언 어록들과

지은이 류시화의 해설 그리고 인디언 달력과 이름을 실은 부록까지

900여 페이지에 달하는 책입니다.

이 연설문들은 백인 침략이 시작되었던 때부터 1900년대까지 행해졌던 것들로

그들의 연설은 단순하면서도 매우 시적일 뿐만 아니라

문명인임을 내세웠던 당시 백인들과 현대 우리들에게까지

채찍처럼 날카롭게 다가옵니다.

자신들의 세계와 생명의 근원인 대지가 파괴되는 것을 지켜보던

인디언들의 슬픔과 지혜, 의연한 자세가 고스란히 담겨있는 연설문들을 통해

우리 모두 어떻게 살아야하는지 깨닫게 되기를 바랍니다.

 

 


진미경   18-02-12 22:56
    
그대들은 어떻게 저 하늘이나 땅의 온기를 사고 팔 수 있는가?  인디언 추장은 시인입니다.
연설문 곳곳에 흐르는 시적 표현에 감탄했지요.  설 명절이 며칠 남지 않았네요. 일산반님들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요.  건강한 날들 되세요.^^
유병숙   18-02-13 10:13
    
오랜만에 인디언 추장의 연설문을 읽으며
문명에 찌든 시각을 다시 추스렸습니다.
반장님의 후기도 명문입니다. 감사합니다.
까치 설날, 우리 설날 모두 잘 지내시고
복 많이 받으셔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