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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꽃향기 서너 종지와 새 울음 한 봉지를 꾸어다가 텃밭에 뿌리고    
글쓴이 : 한지황    18-03-12 19:06    조회 : 2,525

구름을 밀며 나는 새의 날갯짓에 밑줄을 긋고,

바람 없는 날 비단실처럼 강물에 밑줄을 긋고,

자라처럼 목을 어깨 속에 감추고 언덕길에

숨을 질질 흘리는 노인의 신발 뒤축에 밑줄을 긋고,

늦은 밤 방범창을 타고 넘어오는 이웃집 여인의

가느다란 흐느낌에 밑줄을 긋고,

하늘 정원에 핀 별꽃 문장에 밑줄을 그으며 시를 씁니다.

 

자연 속에서 살아온 시인은 스스로 자연을 표절해온 시인이라고 고백합니다.

강에 나가 가울 두어 되 빌려다 문장의 독에 붓고,

산에 가서 꽃향기 서너 종지와 새 울음 한 봉지를 꾸어다가 텃밭에 뿌리고

사정사정한 끝에 초록 말가웃을 차용해서 시문의 채전에 묻어두었다는 등의

시적 표현이 수필 <나는 표절 시인이다>에는 곳곳이 고개를 내밉니다.

시인은 열심히 자연을 닮은 삶을 사는 일이 자연에게 빚을 갚는 일이라고 믿습니다.

 

걸으면서 본인도 모르게 적층되어온

감정의 불순물이 빠져나가는 카타르시스를 맛보고

깜냥 껏 살아온 자신의 과거와 해후하고

미래를 앞당겨 만나보기도 합니다.

또한 노변의 길고 억센 수염처럼 돋아난 풀과 도열한 나무들과

서해를 완만하게 걸어가는 강물을 바라보고,

자주 형상을 바꾸며 떠다니는, 하늘 정원의 구름들을 올려다보고,

또 오가는 행인들의 각기 다른 몸짓들과 표정들을 읽고,

시간을 초월한 강태공들의 여유를 쳐다보며 부러워하기도 합니다.

 

불쑥 충동처럼 혹은 은폐된 신의 선물처럼 몸 안에 내재한

시 이전의 감정의 덩어리가 달아날까봐

어르고 달래며 신줏단지 다루듯 조심스럽게 집으로 데려와

컴퓨터 속에 고이 모셔놓습니다.

 

정성들여 곱게 화장을 시킨 후 시의 옷을 입혀 고이 보낸 시들은

또 한권의 시집으로 태어났습니다.

이재무 시선집 <<얼굴>>은 시력 35년의 결산입니다.

청년기를 지나 중년기에 접어든 시의 인생이 드러나 있습니다.

시인의 나이 예순을 기념하고자 문우들이 수고해준 덕으로 나온 시선집입니다.

 

이재무 선생님 가르침 아래 수필 공부를 시작한 세월이

벌써 다섯 해를 채워가고 있습니다.

주제가 뚜렷하고 구성이 탄탄하고 비문이 없어야 하는 수필의 기본에

시적 표현이 더해진다면 더할 나위 없다는 것을 배웠습니다.

선생님의 시선집 <<얼굴>> 발간을 축하드리며

좋은 수필을 쓰는 제자로 거듭나야겠다는 다짐을 해봅니다.

 


진미경   18-03-12 20:03
    
오늘 수업도 알차고 유익했어요.
이재무 선생님의 새로운 시선집 (얼굴) 축하드립니다.
시적 표현은 선생님께 배워 더 의미있어요.
일산반에 봄이 왔네요. 웅크렸던 감성에 물을 주고 수필의 대지 위를 성큼성큼 걸어갑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