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인문학실전수필(03. 15, 목)
-제목 하나라도 똑바로 짓자!(종로반)
1. 제목의 중요성
-눈은 영혼의 창(窓), 제목은 수필의 창(窓)
-제목은 독자와 만나는 최초의 접점이자 통로
2. 실전 연습
(아래 글의 제목을 지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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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리 잘린 도마뱀 같은 2월의 끝. 무거운 외투를 걸치고 해진 신발을 신은 겨울이 다리를 절뚝이며 보잘것없는 희망을 향해 나아간다. 하긴 아직 봄이 온 것은 아니다. 산하는 안개인지 연기인지 모를 잿빛 기운에 휩싸여 있다.
으깨진 얼음 조각이 발길에 차인다. 보도블록 경계 틈에 푸른 풀이 움트려면 상기 아니 가까웠다. 앞쪽에 초라한 행색의 사내가 걸어온다. 비껴 쓴 털모자 바깥으로 머리카락이 삐져나왔다. 비틀거리는 것을 보아 낮술이라도 한 것일까. 사내의 퀭한 눈길이 흔들리다 허공을 향한다. 내 발걸음도 덩달아 헛짚인다.
겨울 동안 폐쇄되었던 주차장에 임시 장터가 생겨났다. 조잡한 현수막을 내걸고 확성기로 손님을 부르는 한편 옷가지를 펼치는 상인의 손놀림이 분주하다. '봄맞이 신상품 대방출'. 조끼, 짚업티, 패딩 점퍼……. 메이커가 불분명하지만, 한결 가벼워 보이는 등산 의류다.
한켠으론 좌판이 늘어섰다. 푸성귀를 파는 노파의 시든 눈빛이 가슴 시리다. 빗, 브로치, 머리띠 같은 잡동사니 생활용품을 파는 장애인 부부는 연신 손짓을 해댄다. 그들 간 침묵의 대화는 묵음 처리된 화면을 보듯 실감이 나지 않는다. 봄이 왔다고 해도 무거운 짐을 진 채 새 옷을 짓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구나.
겨울이 폐점을 서두르지만 봄이 오려면 아직 멀었다. 빈 하늘을 비켜나는 기러기 한 마리가 겨울을 불러오는 것이 아니듯 창턱에 작은 새 한 마리가 내려앉는다고 해서 봄이 오는 것은 아니다. 우연히 날아들었거나 길 잃은 새일 것이다. 논 자락에 황새 한 마리가 외발로 서서 사유한다고 해서 봄이 오는 것 또한 아니다. 새는 지난겨울 먹이를 찾아 나섰다 돌아오지 않는 어미를 그리워하는지도 모른다.
마찬가지로 아직 봄이 온 것은 아니다. 낡은 아파트 단지 여기저기에 이삿짐 트럭이 짐을 부리고, 폐지 수집 노인이 쓰레기더미를 헤집어 종이박스를 간추린다고 해서. 겨우내 앙상한 나뭇가지에 걸려 있던 연(鳶)이 사라지고, 새끼를 밴 길고양이가 기척에 놀라 차바퀴 밑으로 숨어든다고 하더라도. 또 학교 게양대에 태극기가 펄럭이고, 취학을 앞둔 아이들의 쾌활한 소성(笑聲)이 환청처럼 귓바퀴를 간질인다고 해도.
그렇다고 봄이 오지 않는 것 또한 아닐 것이다. 봄은 다만 옛 기억 속 꽃상여처럼 망설이며 더디 올 뿐이다. 상여는 앞으로 나아가다 뒷걸음치고 물렀다가 앞으로 나아가며 앞으로 나가는 듯 발 구름 하더라. "에헤야 디야 상사디야~ 이제 가면 언제 오나~" 상여는 황톳길을 지나고 논둑길을 따라 산모퉁이로 접어든다.
찾는 이 없는 봉분(封墳)에 잔디가 돋듯 그렇게, 어떻든 봄은 올 것이다. 그러니 깨어나라 들풀, 피어라 봄꽃! 세상의 끝, 어느 허망하고 어둑한 들녘, 가장 낮은 곳으로부터. ㅡ김창식 글
3. 문우들의 제안
봄의 제전, 봄이 왔네, 봄의 기다림, 봄의 교향악, 비틀거리는 봄, 봄의 잠 깨임, 봄과 겨울 사이, 봄에는 산에 들에, 봄을 잊은 그대에게,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 최종심에 오른 제목은 <2월의 끝> <피어라 봄꽃>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당선작은 4월 중 편집회의 추천과 이사회 투표로 결정 예정임
4. 그러니까 제목 짓기는 어떻게?
“어쨌거나 글의 제목은 어쨌거나 글 속에 있다!”
-주제를 함유하고 흥미를 유발하는 제목이 으뜸
-차선으로 소재, 또는 인물과 연관 지어도 좋음
-추상적인 관념어보다는 구체적인 사물로 표현
-내용과 관련 없는 제목을 막판에 주제와 연결
-키워드, 모티프 결정적인 대사를 차용해도 좋음
-제목이 길어지는 추세지만 바람직하지는 않음
-비속어, 유행어, 고사성어, 신파조 제목은 피함
(헬 조선, 놈 놈 놈, 완전 대~박, 짜증 지대로다, 아니 아니 아니 되오,
산장의 여인, 별아 내 가슴에, 슬픔이 넘치는 강, 당랑거철(螳螂拒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