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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강;한강 작가『여수의 사랑』(용산반)    
글쓴이 : 신재우    25-04-03 09:34    조회 : 2,123
1.한강 작가『여수의 사랑』단편 6편중<어둠의 사육제>읽기.  
   가.이 소설은 죽음, 투쟁, 고뇌, 좌절, 질병, 재난 등 인간이 도저히 회피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면 인간은 어떻게 해야 할까.
   나. 피할 수 없는 벽 앞에서도 인간은 자신을 버릴 때도 있고, 정반대로
        '진정 나됨'을 위해서 가장 높은 수준의 '실존'을 보여줄 때도 있다.
   다.한강은 이 소설을 기록적으로 무더웠던 1994년 여름에 썼다고 한다.
       한강 문학에서 뜨거운 여름은 인간의 한계상황을 보여주는 배경이 되기도
       한다. 화자인 '나'영진, 고향 선배인 인숙언니, 아내가 사망한 강명환이
       등장인물이다.
  라. 빛과 어둠으로 대별되는 인간들이 한계상황이라는 어둠 속에서 사육제를 
       지나  의지적인 금욕적인 사순절을 지나 부활에 이르려면, 각자에게 주어진
       미션을 통과해야 한다. 강명환과 인숙언니는 통과할 수 없었다.
  마.그러나 영진에게는 "푸른 신호가 켜졌"고, "어둠이 무너져 내렸'으며,
      "폭죽처럼터지는 휘파람소리들이 아득하게 메아리치고" 있었다. 로 끝난다.
  바."악하게 살아남아야 한다"(90면), "너는 음지에서 자라는 꽃과 같다"(100면)
      아울러 영진의 미래는 어둡지만 않을거라 예감하게 한다.
2.무라카미 하루키 작가『도쿄기담집』단편5편 중<우연한 여행자>읽기.
  가.이 소설은 일종의 '메타 소설'이기도 하고, 에세이로도 읽을 수 있는 소설이다.
  나.'우연'이 삶을 좀 더 긍정적이고 풍요로운 상황으로 변화시키는 경우를
      보여준다.
  다.모든 인간은 지구라는 별에 잠깐 들른 '우연의 여행자'가 아닐까.
  라.'재즈의 시인' 피아니스트 토미 플래너건(1930~2001)의 얘기도 나오네요.

차미영   25-04-03 23:03
    
신재우 선생님, 수업 후기 간결하게 잘 정리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짧게 덧붙여 썼습니다.
한강 작가의 ⸀어둠의 사육제」는 인간이 한계 상황에 놓였을 때 어떤 모습으로 변해 가는지 보여줍니다. 죽음을 향해 달려가는 인간 실존은 벼락처럼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곤 합니다. 삶에서 진정 중요한 것은 무엇인지, 나는 누구인지, 나를 둘러싼 사람들과의 관계는 어떤 의미인지 되묻습니다. 때로는 도저히 견딜 수 없을 것 같은 순간을 맞닥뜨리며 우린 몸서리치기도 하지만 그런 극한 상황에서도 살아가야 한다고 한강은 전합니다. 작품에서 생을 포기하려는 명환에게 "불을 켜세요."라는 영진의 외침은 바로 한강의 목소리 같습니다.
주인공 영진은 힘든 나날을 버티며 살아가려는 의지를 가진 인물이지만, 인숙 언니와 명환은 삶의 무게를 끝내 감당하지 못하고 생을 마감합니다. 하루키가 말했듯 우리는 지구라는 별에 잠시 들른 ‘우연한 여행자’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누군가에게는 그 잠시조차도 견디기 힘든 시간일 수 있습니다.
⸀어둠의 사육제」에는 지독한 절망이 깔려 있지만 그 어둠 속에서도 주인공은 『안나 카레리나』를 읽으며, 칼릴 지브란의 영문 구절을 되뇌며 빛을 잃지 않으려 애씁니다. 한강 작가의 가장 간절한 메시지가 에피파니(Epiphany)처럼 스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