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일 아침, 우리 반의 단톡에 윤선민 작가의 짧은 글 두 편이 캡처되어 올라왔었죠. 그중 하나.
<눈이 녹으면 뭐가 되냐고 선생님이 물으셨다.
다들 물이 된다고 했다.
… 소년은 봄이 된다고 했다>
빙그레 웃고 난 뒤 괜히 기분이 그랬던 건, ‘봄’이라는 글 때문일까요. 아니면 오래전 내가 잃어버린 소년의 그 ‘마음’ 때문일까요...
이번 시간에는 문경자 님의 <별> 합평과 교수님의 강의가 이어졌습니다. 이 작품은 작가가 약혼 후 시댁에 인사차 방문한 날 하룻밤을 묵게 되면서 있었던 에피소드를 썼습니다. 알퐁스 도데의 ‘별’을 읽고 발상한 글입니다. 교수님은 눈에 보이는 것 머릿속에 맴도는 것만 끌어내서 진전이 없던 기존의 글에 비해 생동감 있게 움직인다고 평했습니다. 다만, 표절로 오해받을 수 있는 문장은 작가의 이야기로 바꾸라고 했습니다.
교수님은 대상과 그 대상을 통해서 개연성을 유추해 나가는 서구 모방론의 근간이 된 플라톤의 이데아적 관점과 그의 제자 아리스토텔레스의 실재론적 관점에서의 모방론에 대해 잠깐 짚고 넘어갔습니다. 모방에 머무르지 말고 재창작이라는 결과가 있어야겠죠.
알퐁스 도데가 가진 문제점, 미약주의자들의 한계에 대해서도 언급했습니다. 독립운동이나 투쟁만 했던 우리나라에 비해 도데의 작품은 어른들의 세계도 소년이나 소녀의 눈으로 보고 있으며, 기법상 아름다움, 동화와 같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런 면에서 세상은 그렇게 아름답지 않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리얼리즘, 사실주의)로부터 늘 공격을 받게 됩니다.
‘사실주의’란 말은 사실 그렇게 적합하지 않습니다. 사물은 사실, 본질대로 다 표현했다는 말은 약하기 때문에 리얼리즘이란 말로 표현되고 있습니다. 인간의 본질을 추구하는 것이 리얼리즘입니다. 눈에 보이는 것은 다 아름답지만 내면은 번민과 악, 사회적 관계에서 자신을 지키기 위해 악을 발휘할 수밖에 없으므로 사실주의보다 본질주의, 즉, 사회의 이면을 보여주는 것이 바로 리얼리즘입니다.
서양 문학사의 흐름을 보면, 르네상스 이후 왕이나 기사가 중심인 고전주의에서 인간과 개인이 중심인 낭만주의, 사실주의로 이어집니다. 사실주의는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며, 인간의 어둡고 복잡한 면을 파헤치고 있습니다. 이후 자연주의, 리얼리즘의 정신에서 정신분석적인 초현실주의로 흐릅니다.
월요일 아침 10시, 우리 반 합평시간은 여전히 후끈하죠? ~ㅎ
한 달 쉬었다고 후기 쓰는 일이 남 일처럼 느껴져 이제야 정신 차리고 부랴부랴 서두릅니다. 엊그제까지 쌓였던 눈이 어느새 다 녹았더군요. 봄이 되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