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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각이란 벼룩새끼들 같아서 (평론반)    
글쓴이 : 박진희    24-10-16 11:21    조회 : 2,263
평론반 카톡에 한강 작가의 노벨상 소식으로 온통 축제 분위기였지요. 역사의식에 가득차서 폭력에 저항하지만 은은한 목소리의 소유자로 부드럽고 투명한 수채화로 담을 수 작가, 그래서 깊은 매력이 느껴집니다. 진정 한국인이면 그녀의 책을 찾아보지 않을 수 없고 그녀가 의도한 역사적 배경 역시 뒤돌아보지 않을 수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세계인과 나눌 수 있는 이야기는 우리 가까이 있(었)다는 게 사실이란 걸 깨닫게 되었지요! 임헌영 교수님께서 누누이 하시는 말씀이 완벽하게 증명되었습니다.^^ 

제1부) 고리키의 11세 부터 16세를 담은 성장소설 <세상 속으로>, 러시아 말로 '사람들 속으로', 일명 '밥벌이를 하기 위해 세상으로 나가면서'에 대한 강의

   1) 외할아버지의 권고로 밥벌이 시작: 구두가게 점원, 건축 설계사 견습사였지만 하인역할 중 사장 부인의 잔심부름, 도브리이호 운선식당에서 접시닦기 중 요리사에게 독서지도 받음, 외할머니와 박새, 피리새, 동고버새 등등의 새사냥을 해서 시장에 판매, 다시 외사촌인 건축 설계사 집으로, 여객선 뻬르미호 식당의 설거지꾼, 성상제작 판매서에서 판매보조원

   2) 사춘기 시적의 고리키에게 영향을 준 학자와 작가들
    -- '뾰뜨르 바실리이치'란 구교 신학자
    -- 발자크의 <외제니 그랑데>
    -- 레르몬토프의 <악마>, <나 홀로 길을 가네>란 시와 <우리시대의 영웅> 소설. 이것은 푸시킨의 <예브게니 오네긴>에서 보여준 잉여인간 보다 한층 상징주의적 로맨티시즘으로 러시아인들에게 사랑 받은 작품

   3) 고리키의 명문들
      -- '친척들이란 서로서로 약점을 파고들며, 낯선 사람들에게 보다 더 함부로 대하고, 싸움질을 해대고, 욕을 해대는 사람을 일컫는 말이었다'
      -- 외할아버지 말씀으로 '세상은 인간에게 깜깜한 밤이야. 그 어둠 속에서 자신의 길을 찾아가는 것이 인생이란 말이다. 사람들에겐 똑 같이 열손가락이 있지만 저마다 더 많이 쥐려고 하지...힘을 보여주거나 꾀를 써야... 언제나 혼자라는 걸 기억...여러사람을 말을 듣지만 아무도 믿어선 안돼. 자신의 눈을 믿으면 망함. 입은 닥치고 돈과 도끼로 마을이 지어지는 것. 언제나 깨끗하게 하고 다녀야...'
     -- '생각이란 벼룩새끼들 같아서 헤아릴 수 없는 것... 보고 기억하되 입은 다물고 있어야 해. 이성은 일을 위해 있고, 영혼을 위해서는 신념이 필요한 것... 책을 읽는 것은 매우 좋은 일이긴 하지만, 모든 것에는 정도라는 게 있다.'
     -- '아내는 날씨와도 같아서 네 뜻대로 움직일 수가 없어, 절대로! 마누라는 신었다 벗어 던질 수 있는 장화가 아니더란 말씀이야' 
 
   4) 대학에 갈 기대를 안고 카잔행

제2부) 합평
    배윤성/ 문영일/ 소지연/ 오정주
      -- 인간의 상상으로 가능한 게 문학이다. 생각의 각도를 넓히고 제한을 갖지 마라.
      -- 소설에서 중요한 것은 인물설정이다. 인물은 필연성을 가지고 생생하게, 표현은 상세하게, 비유는 흥미롭게 독자들에게 전해져야 한다.

다음 주엔 고리키의 3부작으로 <나의 대학들>과 그의 등단과 결혼, 그리고 러시아 혁명 전후에 대한 강의가 있습니다. 
조석으로 일교차가 심해 감기에 걸리기 쉬운 계절입니다. 몸조심하시고 아름다운 한국의 가을을 실컷 만끽하시길요! 

오길순   24-10-16 12:04
    
멀리 미국에서 조근조근 잘도 쓰셨습니다.
박작가님의 학구열이 글속에서 삼삼합니다.

참 대단한 표현들을 배웠지요.
한강의 노벨문학상 낭보가 우리를 춤추게 합니다. ^^

    '친척들이란 서로서로 약점을 파고들며, 낯선 사람들에게 보다 더 함부로 대하고, 싸움질을 해대고, 욕을 해대는 사람을 일컫는 말이었다'
참으로 경전 같은 묘사와 표현 같습니다.

한 말씀도 놓치고 싶지 않은 수업시간이었습니다. ^^
곽미옥   24-10-16 15:32
    
진희샘~ 감사드려요..바쁜 시간 내어 후기 써 주셨네요. 결석한 제가 공부할 수 있게 꼼꼼히 써 주셔서 감사드려요.
    고리키의 주옥 같은 명문들이 가슴에 와 닿으네요.
    오길순 선생님께서 공감하신 부분들에 저도 같은 생각을 하고요..외할아버지의 말씀도 새겨들어야겠단 생각이 드네요.
    정말 소중한 시간이었네요..환절기 건강 조심하셔요.
오정주   24-10-16 23:50
    
5백명의 남녀가 벌거벗고 있다. 그 중 아담과
이브를 찾아라! 오늘 수업 시간에 교수님이 정답을 알려주셨지요?
고리키 이야기는 들을 수록 흥미진진합니다.
이성은 일을 위해 있고 영혼을 위해서는 신념이 필요한 것! 외할아버지의 명언들도 재미나고요.
진희샘,  세심한 후기에 또 한번 복습 감사합니다.^^
박진희   24-10-21 11:04
    
답글을 달아주신 선생님들께 감사드려요.
고리키의 <세상 속으로>에서 청년기는 가난했지만 그로 인해 세상의 내면을 뼛 속 깊이 경험해서 최고의 문학인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생각이란 벼룩새끼들 같아서 헤아릴 수 없는' 시절을 기억해봅니다^^ 요즘 아이들은 벼룩을 몰라서 이해하기 어려울 것 같은데, 그것에 대치할 만한 단어가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