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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월22일 용산반 <윤동주 X 김응교 문학지도, 걸어가야겠다>    
글쓴이 : 차미영    25-09-23 23:38    조회 : 1,892

922윤동주 X 김응교 문학지도, 걸어가야겠다두 번째 수업, 윤동주(1917~1945)의 삶의 궤적을 따라가며, 그가 걸었던 공간에서 시간여행을 했습니다.
1917년 만주 명동촌에서 태어난 윤동주는 용정의 은진중학교와 광명학교 중학부, 평양의 숭실중학교를 거쳐 1938년 서울 연희전문학교에 입학합니다. 4년 후, 1942년 도쿄 릿쿄대학으로 유학을 떠나 교토 도시샤대학 영어영문학부로 편입했습니다. 하지만 조선인 유학생을 대상으로 독립운동을 고취한 혐의와 한글로 시를 창작했다는 이유로 1943년 체포되어 옥고를 치르다 1945년 후쿠오카 형무소에서 생을 마감합니다.

일제 강점기, 나라 잃은 설움을 달래며 스스로의 길을 걸어가고자 했던 그의 의지는 유고 시집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에 담겨 있습니다. 만약 후배 정병욱이 어머니에게 부탁해 윤동주의 시 원고를 보관하지 않았다면, 오늘 우리가 주옥같은 그 시편들을 만날 수 없었을 것입니다. 수업에서 그의 산문 별똥 떨어진 데(1939)의 한 대목이 인상적으로 다가왔습니다.

 

돌이켜 생각컨대 나무처럼 행복한 생물은 다시 없을 듯하다. 굳음에는 이루 비길 데 없는 바위에도 그리 탐탁치는 못할망정 자양분이 있다 하거늘 어디로 간들 생의 뿌리를 박지 못하며 어디로 간들 생활의 불평이 있을소냐.”

 

윤동주는 자신을 나무에 비유하며, 바위에서도 뿌리를 내리는 생명의 단단함을 노래합니다. 어디서든 삶을 살아 내겠다는 결연한 의지가 돋보입니다.

이 대목을 읽으며 비슷한 시기 독일의 유대인 출신 문예비평가 발터 벤야민(1892~1940)이 생각났습니다. 히틀러가 집권한 1930년대, 독일의 많은 지식인들이 망명을 택했습니다. 벤야민 역시 1933년 프랑스 파리로 망명했으나, 이후의 삶은 경제적 궁핍을 벗어나지 못한 채 나날이 피폐해졌습니다.

 

어느 곳에 가면 내 힘으로 그곳의 최저생계비를 벌 수 있고 또 어느 곳에 가면 나도 그곳의 최저생계비로 지낼 수 있지만, 그 두 가지가 한꺼번에 되는 곳은 세상 어디에도 없다

 

부유한 부르주아 출신으로 한때 독일 최고의 비평가를 꿈꿨던 벤야민이 쓴 이 구절은 단순한 생활고의 토로가 아니라, 시대와 호흡하지 못한 고립과 좌절의 표현 같기도 합니다. 발표할 지면이 점점 부족해지자 그는 더욱 불안과 고독에 휩싸입니다. 결국 미국행 입국 비자는 발급되었으나 프랑스 출국 비자가 나오지 않아 마지막 희망으로 피레네 산맥을 넘어 리스본에서 배를 타고 미국으로 가려던 계획은 좌절의 위기에 놓였습니다. 출구 없는 극한 상황에 내몰린 벤야민은 스페인의 한 작은 어촌마을에서 몰핀을 과다 복용한 채 생을 마감하고 말았습니다.

 

식민지 청년으로 고난 앞에서도 결연함을 잃지 않았던 윤동주와 달리 벤야민은 망명지에서 끝내 버티지 못했습니다. 윤동주는 직접 겪은 체험과 고뇌, 자기 고백을 시와 산문에 담아낸 신체적 글쓰기로 자신의 삶을 기록했습니다. 반면 벤야민은 사진, 몽타주, 도시의 풍경 같은 이미지를 매개로 사유하며, 파편적인 글쓰기로 자신만의 독보적인 문체를 구성했습니다. 윤동주의 글이 체험의 고통을 언어로 증언한다면, 벤야민의 글은 이미지와 사유의 조각을 엮어 세계를 새롭게 비춥니다. 두 글쓰기는 오늘의 우리에게 여전히 꺼지지 않는 별빛처럼 남아 시대와 인간을 다시 바라보게 합니다.


차미영   25-09-23 23:46
    
용산반 수업 후기를 정성스럽게 써주시는 신재우 선생님을 대신하여 윤동주의 산문과 발터 벤야민 이야기 조금 적었습니다.  올해 윤동주 80주기를 맞아 김응교 교수님께서 펴내신 책으로 알차게 배워 감사드립니다.  2교시엔 가을학기 새로 오신 이명지 선생님과 더불어 기존 선생님들과 함께 티타임 가졌습니다.
신재우   25-09-24 18:04
    
1.차미영 선생님 후기로 결석한 수업 내용을 공부  했습니다. 윤동주 시 3편을 일본의 고등학교 국어교과서에 실어
  한국에도 잘 알려진 이바라기 노리코의『한글로의 여행』과『내가 가장 예뻤을 때』시집도 다시 한 번 읽고싶네요.
2.발터 벤야민『일방통행로』,『사유이미지』,『카프카와 현대』도 공부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