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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례사처럼 쓰는 수필 & 셰프처럼 쓰는 수필 (평론반)    
글쓴이 : 박진희    25-10-01 09:52    조회 : 1,544
"아, 무정세월약류파, 무정한 세월은 물결처럼 흐르는군요"란 임헌영교수님의 글귀가 한가위를 앞 둔 마지막 9월의 합평모임의 나룻배를 건너게 했습니다. 주옥같은 다섯 작품들과 한국산문 9월호 합평이 있었습니다. 

제1부, 합평
오정주/ 정아/ 김봄빛/ 유양희/ 곽미옥 (존칭생략)

- 사실이 아니더라도 필요에 따라 상상력을 이용하라. 
  • 목성균의 <세한도>엔 버드나무가 정작 없었다. 그러나 서정성을 높이기 위해 상상해서 넣은 것이다. "... 건너편 강 언덕 위에 뱃사공의 오두막집이 납작하게 엎드려 있었다. 노랗게 식은 햇살에 동그마니 드러난 외딴집, 지붕 위로 하얀 연기가 저녁 강바람에 산란하게 흩어지고 있었다. 그 오두막집 삽짝 앞에 능수버드나무가 맨 몸뚱이로 비스듬히 서있었다. 둥치에 비해서 가지가 부실한 것으로 보아 고목인 듯싶었다. 나루터의 세월이 느껴졌다..."
  • 피천득 수필에 등장하는 여학생은 사실이 아니라 상상으로 함께 있었던 것이다.
- 사건을 상징화, 형상화, 조각화(figurative)하는 것이 차원 높은 예술이다.
  • 그림은 화법과 색채로
  • 음악은 음으로 표현하듯
  • 작가의 심정을 있는 그대로 보다는 상징적 형상화 해보길 
- <회원 신간 읽기>에선 그 작가를 돋보이게 주례사의 신랑신부 칭찬처럼 쓰라.
  • 아마츄어는 자신의 글을 강조하지만
  • 프로는 목적에 따라 유동성을 가진다
- 예전에 없던 음식을 만드는 셰프처럼 새로운 것을 창조하는 글을 써보라.
 
제2부, 한국산문 9월호 합평
 이문자/ 김봄빛/ 유병숙/ 소지연 (존칭생략)

-- 남의 글을 이해하기 위해 몇 번씩 읽게하면 안 된다. 좋아서 몇 번 읽는 것과 구별된다.
-- 평론가는 외로운 직업이다.
-- 세상에 유효기간 없는 것이 있는가.
-- 인생은 눈치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는 임교수님의 덕담으로 훈훈한 시간을 마쳤습니다. 선생님들의 가정에 풍요로움과 행복이 넘치는 한가위를 맞이하시길 기원하면서 시월에 보름달의 미소로 만나기로 해요. 

오길순   25-10-01 18:06
    
아, 무정세월약류파!
오늘이 시월 초하루네요.
어찌 그리 세월은 뒤도 안 돌아보고 달려가는지요!^^
박진희 작가님, 미국 멀리에서 이리 멋진 후기를 써 주니시 그저 감사감사합니다.

목성균 작가의 ' 강 언덕 위에 뱃사공의 오두막집'이 그림처럼 머리에 그려집니다.

한참 전, 어느 작가님이 호수 넘어 살던 첫사랑 소녀를 찾아
밤마다 수영으로 호수를 건넜다던 내용이 떠오릅니다.
그 분의 글 솜씨가 참 재미있었는데요.
그 소녀는 나룻배 사공의 딸이었는데
어느 날 아파서 어찌 되었다고 쓴 것 같습니다.
아무튼 수필도 가능한 상상을 더해야 독자가 글 읽는 맛이 나는가 싶습니다. 

모두들 추석 잘 쇠시고, 무정한 세월 또 우리는, 유정한 세월을 누리십시다요~
     
박진희   25-10-02 20:44
    
선생님의 답글은 마치 정성껏 올린 '차림상' 같아요. 수필가의 따스한 상차림에 미소가 가득 채워지고 배도 불러지는 기분이예요^^
'무정'한 세월을 '유정'으로 이끌어가는 지혜를 닮고 싶어요. 고맙습니다!
          
오길순   25-10-03 17:04
    
이 번호 (2025,10) 한국산문에 표지화로 발표하신
박진희화백님의 유화작품, 무스티에 상트메리 마을,
작가의 섬세하면서도 힘찬 붓질이 느껴집니다.
그 묵직한 느낌을 주기까지 얼마나 많은 밤을 새우며
캔버스 앞에서 고단한 사색을 하셨을까요? 축하와 감사드립니다.
곽미옥   25-10-03 14:23
    
진희샘~  후기 고마워요..애쓰셨어요..게으름 탓에 이제 들어온 저는 부끄럽네요.
    변함없이  오길순 선생님께서 다녀가셨군요.. 정성껏 올린 치림상을 맛나게 먹네요.
    따뜻한  인간애를 보여주는 목성균의 수필은 우리 고유의 정서를 담뿍 느끼게 하지요.
    수업서 교수님이 소환한 버드나무는 작품의 서정성을 살려주는 중요한 장치였네요..
    책장에 세워져 있는 <누비처네> 다시 꺼내들어 가을의 정서를 느껴야겠어요..
  선생님들~  한가위 보름달 같은 추석명절 가족과 함께 행복하게 보내셔요.~^^♡
     
오길순   25-10-03 17:11
    
착하신 곽작가님, 두루 일이 많아서 그러셨겠지요^^

이 번 추석은 연휴가 길어서 좋은 분들 많으시겠어요.

저는 버드나무라면 오래 전 아들네 갔을때, 이른 봄 집 앞의 버드나무 나목 줄기가 
폭풍에 함부로 밀려다니던 모습이 떠오릅니다. 바람이 센 영국에서 벌거벗은 버드나무가
폭풍을 견디는 게 엄청 불쌍했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