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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평론반 11.04.2025] 내 신세여! 내 슬픔이여! 불행한 내 나라의 슬픔이여!    
글쓴이 : 주기영    25-11-04 23:43    조회 : 1,678

오늘은 조금 친절하지(?) 못한 후기 올립니다.

‘현숙한 덕이 있는 여자가 제일’ 이라는 오늘의 수업과는 안맞는 일이 아닐까 잠시 고민.

(내용은 갖고 계신 자료에 ‘완전’ 자세히 나와 있습니다.)


* 『안드로마케 Andromache』 - 『트로이의 여인들』의 속편격

아무리 여성해방을 떠들어도 인류역사에서 시대를 초월해 가장 존경받는 건 ‘요조숙녀’다.

안드로마케는

인류 역사의 영원한 등대로서의 어머니, 모든 남성들이 존경하고 사랑하는 여인상으로,

위의 조건을 충족한 여인이었다.

아무리 예쁜 메데이아도 따라오지 못한다는 ‘안드로마케’에 흠뻑 빠져 보는 시간이었다.

(그것이 시대와 맞느냐 아니냐의 문제를 떠나.)


안드로마케는 트로이 전쟁 중 아킬레우스에 의해 살해된 트로이왕자 헥토르의 아내다.

그녀는 이후 아킬레우스의 아들 네오프톨레모스에게 노예로 끌려가 세 아들을 낳는다.

또 네오프톨레모스가 죽은 후, 트로이쪽 시동생 헬레노스와의 결혼으로 3혼에 이르고, 

아들을 낳는다.


"내 신세여! 내 슬픔이여! 불행한 내 나라의 슬픔이여!"

그녀의 목소리가 들리는 듯 하다. 

조국은 멸망하고, 남편과 아들까지 모두 잃고 전쟁포로 신세가 되어 원수인 남자의 아들과 혼인해 아들을 낳는 이 여인의 삶에 에우리피데스는 상당히 동정어린 시선을 보낸 듯 하다. 안드로마케는 현숙한 아내로 바라보는 반면 아이를 낳지 못하여 질투에 눈이 먼 헤르미오네는 그 대척점에서 안드로마케로부터 “우리 여성이 남편의 사랑을 얻는 것은 아름다움이라기 보다는 덕행이라오”라는 비판을 받으니...

선배 작가들이 왕실과 영웅의 이야기를 주로 썼던 것과 달리 에우리피데스는 여인들의 비극을 그리고 있다. 그 비극은 전쟁 패배 후 노예로 끌려가 핍박과 박해를 받는 여인과 여인에게 빛과 같았던 아이와 노인이 구원받는 것으로 끝난다. 

모든 남자들의 이상상인 안드로마케와 그의 아들, 그리고 여인의 시할아버지인 현명한 노인 펠레우스(아킬레우스의 아버지)가 그들이다.


* 영화 「페드라Phaedra」 / 1962

에우리피데스의 비극을 기반으로 만들어졌다. 남편과 전처의 아들을 둘 다 사랑했던 여인 페드라. 이 영화에서 교수님이 말씀하신 ‘I love you, I love him’은 내 기억 속에 남아있지 않지만, 배우 안소니 퍼킨스가 차를 타고 해안가를 달리며 부르던 노래와 ‘페드라’라고 외치던 절규는  선명하다. 

당시 서른 살쯤 된 안소니 퍼킨스는 꽤 멋졌다.


** 합평 작품

그에게 못해 준 말 / 왕이 되고 싶은 남자와 700만의 ‘노 킹스’ / 속으로 피는 꽃 / 

상남자와 쫄보 / 연인처럼 걷기 / 내 남편 / 모든 시장은 밥이다 / 세 명희 이야기


*** 합평 중

  • 합평시에는 주제, 소재, 구성, 문장 순으로. 
  • 큰 줄거리부터 문제점을 지적하고, 부호 등 구체적인 것은 그 다음에.
  • 글을 쓸 때는 한 면만 보지 말고, 360도 회전시켜 쓰자
  • 할 말을 다 하면서도 유머를 놓치지 않을 때 재밌는 글이 된다
  • 퇴고의 중요성
  • 소설이나 시를 골라 수필에 쓸 때는 작가의 고르는 안목이 필요
  • 도입부는 가능한 짧게


* 다음 주는 「역사학의 형성-헤로도토스」 강의가 시작합니다.



주기영   25-11-04 23:49
    
편집회의를 마치고 집에 오니 9시가 넘었네요.
오늘을 안넘기려 아등바등 하다보니 10분전 턱걸이입니다.
선생님들, 늦어서 죄송합니다.
-떨리는 노란바다 출~렁
오길순   25-11-05 08:53
    
결석생을 위한?^^ 친절이 없다니, 어쩌겠어요?
하필 주도해야 할 모임 날이 그리 되었으니 눈물 머금고^^ 결석했네요~^^

후기 시간 맞추려 애를 쓰신 주기영 작가의 고운 얼굴이 떠오릅니다.
그렇게 애쓰지 않으셔도 될 걸!
 
낙엽도 지고 사람도 지고~ 
인생은 삶의 의지와 죽음의 위협 사이에서 애달픈 시간이라니,
오늘도 님들의 걸음마다 사랑 사랑이 넘치소서~~
내 신세여! 내 슬픔이여! 불행한 내 나라의 슬픔이여!

이 구절이 절절히 들려옵니다.
곽미옥   25-11-05 19:17
    
기영샘~ 후기 잘 읽었어요..감사^^.늦은시간까지 수고 많으셨네요.
    " 아름다움보다는 덕행이오" 라며 현숙한 여성으로 살아간 안드로마케인데 고통과 시련이 참 많았네요. 
    <페드라>  영화 오래전에 봤는데..교수님 말씀에 다시 보아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아름다운 사랑이지만 비극적인 이야기..."기차는 8시에 떠나네"  노래가 아련했던 기억이 가물가물 하네요.
    오길순 선생님 모처럼 결석하셨는데~~ 에공.. .환절기 감기조심하셔요.!!
박진희   25-11-09 03:53
    
보름 남짓한 화려한 한국여행에서 돌아와 향수병을 앓고 있어요. 가을 단풍으로 화사한 짧은 이 계절을 잡아두고 싶네요.

 '메데이아'와 '페드라'는 세기의 아름다움을 가진 여인들이지만 소유욕 때문에 파괴적 사랑으로 비극에 이르는 반면 '안드로마케'는 자신이 처한 끔찍한 환경에서 생명을 만드는 창조적 사랑이란 점에서 결과적으로 크나큰 차이를 보게 되네요. 창조적인 관계, 그것이 관건이란 생각이 드네요.

기영샘을 닮은 세련된 후기 고마워요!
이번에 직접 만난 선생님들께서 저에게 베푸신 배려, 따스한 미소, 고운 나눔 속에서 인연의 흔적이 아름다움으로 이 가을은 더욱 깊어갑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