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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으로 가을이 온 것은 아니다(11.20∼11.27, 목)    
글쓴이 : 유영석    25-11-30 21:21    조회 : 185

문화인문학실전수필(2025.11.20.11.27, )

-참으로 가을이 온 것은 아니다(종로반)


1. 강의

 

숏폼 에세이 & 시적 산문 감상

 

 

                                               참으로 가을이 온 것은 아니다

김창식

 

여름이 위대偉大했다고? 천만에, 졸렬하고 위태危殆했다. 치졸한 여름을 매미 군단이 장악했다. 매미는 시도 때도 없이 깨진 트럼펫 소리를 내며 시위했다. 울음소리가 낯설다. 내가 매미에게 물었다. 왜 힘겹게 악다구니를 쓰느냐고? 매미가 멈칫멈칫 대답했다. 나는 으로 운 것이 아니라 으로 운 것이다. 매미가 갈라지고 쉰 목소리로 나에게 되물었다. 그런 너는 누구, 아니 그 무엇에게 한 번이라도 목숨을 건 적이 있느냐? 그 많던 매미들이 일시에 어디고 사라져버린 것일까.

천지사방은 황량하고 사물은 연무煙霧 속 풍경처럼 흐릿하다. 그렇다고 가을이 온 것은 아니다. 산책길 새의 주검 위에 초추初秋의 양광陽光이 언뜻 내려앉고’, ‘철로 길 코스모스가 창백한 웃음을 흩뿌리며’, ‘폴란드 망명 정부의 지폐가 발밑에서 뒤척인다고해도 가을이 온 것은 아니리라. 길 한 켠에 웬 여자아이가 울고 있는 것을 보았다고 하자. 그렇다고 해도 가을이 온 것은 아닐 것이다. ‘수족관 어항 속 금붕어가 푸푸 물풀을 내뿜고’, ‘횟집 수조의 가자미가 무덤처럼 엎뎌 있다하더라도. 간밤에 무서리가 저리 내렸다해서 상기 가을이 온 것은 아니다.

 아니, 이제 진실을 말해야겠다. 어떻든 가을이 오기는 왔다. 이제야 알겠다. 참매미, 꽃매미, 말매미, 털매미, 유지매미, 쓰름매미・・・. 한여름 개구리울음 흉내 내다 사라진 매미들의 행방을. 베란다 방충망에 달라붙어 우리의 소소한 일상을 채집(採集)하다 도시의 빌딩과 빌딩 사이 갇힌 하늘을 벗어나 유년의 여름 숲으로 날아간 로봇 매미들의 궤적을. 그들의 마이크로 칩 조각으로 남은 주검이 가을을 불러온 것임을.

잿빛 모노톤의 가을은 음을 소거한 TV 화면과 같다. 가을은 침잠의 계절. 지금 우리는 침묵으로 향하는 중. 그러니 침묵의 소리를 들어라. 눈길을 돌려 자신을 들여다 보게 될 때 비로소가을이 온 것이리라. , 내가 나 자신에게 도달하는 일이 왜 그다지도・・・ 험난한 것일까? 소슬한 바람이 살갗에 소름을 돋게 하는 이 계절. 집 없는 사람을 떠올린다면 그제야 참으로 가을이 온 것이다! “주여, 이제 그들은 더 이상 집을 지을 수 없습니다.”

우리는 기억해야 한다. 바이올린의 현처럼 바람을 타고 나는 제비 한 마리가 여름을 불러오는 것이 아니듯, 창턱에 실로폰 음처럼 내려앉은 참새 한 마리가 가을을 데리고 오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마찬가지로 한 마리 기러기가 끼룩끼룩 울어 예며 한료閑寥한 밤하늘을 가로 지른다 하여 가을이 가는 것도 아니라는 것을.


 글의 주제 문단은 어디일까요? 4번째 문단임.

침묵의 소리’ - ‘The Sound Of Silence’(사이먼 앤 가펑클 곡)

험난한 것’ - <데미안> 싱클레어의 독백

집 없는 사람’ - 이웃에 대한 소통과 공감

주여, 이제 그들은 더 이상 집을 지을 수 없습니다.’ - 릴케의 시 <가을날>

 


2. 합평

 

<달그락거리는 구두> 백정희

오랜만에 대하는 글. 글의 핵심 주제 문단(“어딘가 어설프게생각한다.) 주제와 직간접적으로 연결되는 내용 중심으로 재정비함. ‘본드접착제, 입던입든으로 수정함.

 

<홀로 떠난 여행지에서 만난 나> 전계숙

형상화한 시적 산문. 절실함 필요. ‘바닷물과 강물이 섞이는 두물머리에 눕고 싶다. 그곳에 누워 물결 흐르는 소리를 듣고 싶다.’ 추가하면 더욱 좋은 글이 될 듯함.

 

<()> 봉혜선

남다른 창의성이 있는 글. 명확한 표기 필요(‘GPT’). 독자가 이해할 수 있고 설득력 있게 수정, 정리 정돈 필요(1, to the , 가위손 영화, 반려동물, 오드리 헵번...)

 

<재의 무게> 유영석

사유 수필로 곡진하게 쓴 글. 되풀이되는 화소를 덜어냄. 병치 서술 필요(부와 명예 vs 사랑하는 사람들). 좋은 표현(‘물 자체를 움켜쥐려). 제목은 <2.5Kg>으로 함.

 

<아쉬운 우정> 박용호

잔잔하면서 공감이 가는 글. 마지막 문단은 사유의 진전을 보여줌. 제목은 <그리워하는 우정>이 좋을 듯. 표현 수정 필요(수채화풍경화, 깊이 있는묵직하고 담백한).

 

<어질러진 방 안의 성장> 김영희

생활 수필 & 계몽 수필. 칼럼적인 요소가 있음. 아이의 눈높이에서 껴안는 부모의 모습을 제시함. 발전을 담보하는 서툼과 흐트러짐에 대한 긍정적 표현이 돋보임.


3. 동정

 

- 김혁동 작가님이 한국디지털문인협회 '제1회 숏폼 에세이' 최우수상 수상하셨습니다. 

   작품은 <얘야, 무슨 동에서 왔니?>입니다. 축하드립니다.

- 박용호 작가님이 2번째 수필집 <비 온 뒤가 아니어도 무지개는 볼 수있다>을

   출간하셨습니다. 축하드립니다. 11/27(목) 수업 후 17시, 기념 축하연이 있습니다.

- 김창식 교수님께서 제34회 '구름카페문학상' 수상하십니다. 

  많이 참석하시어 축하해주시기 바랍니다.  

  * 2025.12/4(목) 11시, 용산 국방컨벤션 3층(4호선 삼각지역 1번 출구 500미터) 

- 한국산문 송년모임이 12/4(목) 17시, 리버사이드호텔입니다. 

   종로반이 무대 공연 예정되어 있습니다. 많은 참석 부탁드립니다.

  * 총 감독은 박용호 작가님이십니다.

신입 회원인 진정희님, 김주희님 격하게 환영합니다.


홍승섭   25-12-01 12:44
    
며칠 전까지만 해도 모기가 보이길래 아직 가을이 오지 않았다고 생각했는데, 어느덧 겨울이네요~
여러모로 바쁜 연말에 우리 종로반에 미력하나마 힘이되지 못해 정말로 죄송스러운 마음입니다...
부디 즐겁고 행복한 시간 보내시길 바라며, 남은 한 달도 뜻 깊은 시간으로 채우시길 바랍니다~
     
유영석   25-12-01 23:34
    
참으로 겨울이 곁에 왔을까요? 비어있는 까치 둥지가 어른거리네요.
김혁동   25-12-01 17:29
    
"참으로 가을이..."는 <그림자가 사는 곳>에 실린 같은 제목의 글과 비교해보니 군데군데 수정되어 있는데요. 워낙 고차원이라 그저 거듭 읽으며 의미를 궁리해볼 따름입니다. 문우님들의 옥필을 복습할 기회를 주셔서 늘 감사합니다.
     
유영석   25-12-01 23:35
    
글쓰기에 혼을 불어넣으시는 작가님의 열정이 고스란히 전해옵니다.
김영희   25-12-01 19:13
    
종로반 화이팅입니다.
후기도 멋지고 상도 타시고 모범적 종로반
보석????입니다.
 고맙습니다 ????
     
유영석   25-12-01 23:36
    
오래간만에 입장하셨군요. 종로반을 보석반으로 명명할까요?
김연빈   25-12-01 19:38
    
참 할 일 많은 종로반입니다.
주여, 저에게 마지막 햇빛을 주십시오.
등단 회원들은 더욱 성숙하고 입단 회원들은 자신감을 갖게 될 것입니다.
김혁동 문우님과 교수님의 수상은 더 큰 영광의 길로 가게 될 것이고, 품바 공연은 호평을 얻등 것입니다.
     
유영석   25-12-01 23:48
    
정말 할 일 많은 종로반입니다. 글도 써야 하고, 후기도 써야 하고, 삶도 써야 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