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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지 (러시아 고전읽기반)    
글쓴이 : 심희경    17-02-18 02:09    조회 : 4,037

<편지>

체홉(1860~1904)

 

체홉의 <편지>를 특별한 곳에서 공부했습니다. 강원도 횡성의 맑고 맑은 산속 별장, 백설 공주와 일곱 난장이가 살 것 같은 박현분샘의 예쁜 황토 집이었습니다.

상다리가 휘어지도록 차려주신 횡성한우와 킹크랩, 가리비 등을 초대해주신 분의 넉넉한 사랑을 느끼며 먹은 후, 참나무 장작으로 덥혀진 뜨끈한 황토방 아랫목에 다리를 뻗고 이불을 덮고서 군고구마를 까먹었습니다.

창밖의 눈 덮인 강원도의 산자락이 눈을 시원하게 했고, 창문 왼쪽으로는 정자로 올라가는 가파른 계단이 보였습니다. 오후의 햇살은 창가에 놓인 티 테이블 위로 떨어지고 방안의 풍경을 더욱 정겹게 만들었습니다.

이곳에서 공부한 체홉의 <편지>는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것 같습니다. 강원도 까지 먼 길 운전 하신 김은희샘의 보디가드로 오신 안동진 선생님께서 강의해 주셨습니다.

개를 데리고 다니는 여인귀여운 여인에 이어서 세 번째로 접하는 체홉의 작품입니다.

안선생님은 먼저 이 작품을 한 단어로 어떻게 말 할 수 있을지 질문했습니다.

이에 용서‘ ’인간등의 대답이 나왔고 러시아 정교회에 대한 비판이라는 말도 나왔습니다. 우리의 답변에 안선생님은 체홉의 작품을 너무 심각하게 생각하지 말고 가볍게 받아들이라고 했습니다.

1880년부터 학비를 벌기위해 글을 썼던 체홉은 가쉽이나 유머러스한 가벼운 글을 독자에게 던져주었습니다. 그러다가 1894년부터 문학성 있는 작품으로 바뀌게 됩니다. 평생 동안 800편의 다작을 양산해낸 그는 우리가 얼마나 모순된 세계에서 살아가는 지를 풍자를 통해 보여줍니다.

<편지>속에 등장하는 세 사람의 성직자는 모두 이중적 인물입니다. 훈계하는 내용의 편지를 놓고 웃긴 짓을 벌입니다. 실제적인 효과가 없을 결과물(편지)을 책상에서 제일 잘 보이는 곳에 놓는 것으로 소설이 끝납니다.

이 작품은 사제들을 비하하면서, 사회를 주도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문제가 있는지를 포착해냅니다. 하나의 논리만으로는 풍자가 되지 않습니다. 고상한 것과 유치한 것의 공존으로 풍자가 이루어집니다. 다만 그의 풍자는 문제를 제시하기만하고 대안을 내놓지 않는다는 지적을 받습니다. 이에 대해 체홉은 소설은 내가 만든 전유물이라며 대안은 독자들에게 맡깁니다. 이것으로부터 소설을 보는 시각이 바뀌게 되고 모더니즘이 시작됩니다.

1880년대는 마르크스의 자본론이 나오고 인상파가 나온 시기입니다. 20세기를 준비하던 시기, 세상이 바뀌던 때 체홉도 그곳에 있었습니다.

학자나 작가는 프레임을 만들어가는 과정을 가져야하는데 그것이 때로는 독선으로 보일 수도 있습니다. 프레임, 패러다임이 따뜻한 것이 문학의 길이며 사회정의가 흔들렸을 때 침묵하지 않아야한다는 것으로 강의가 끝났습니다

 

강의를 듣는 동안 황토방의 온기가 몸속 깊이 스며들고 정신과 육체의 힐링을 느꼈습니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감사한 것 중의 하나가 아름다운 추억을 만들어 준 사람들입니다. 러시아고전읽기반의 겨울날 횡성에서의 M.T도 세월이 흐른 뒤에 아름답게 남을 것입니다.

싸이드 메뉴와 간식으로 문어회와 명이나물, 파채 무침, , 고구마, 강정, 등등을 가져오신 샘들, 정성에 감사드려요.

 


박서영   17-02-18 11:43
    
<편지>를 연극무대에 올린다면~ 상상해보니 단조로운 무대 비슷한듯 다른 세 사람의 말같지않은 그러나 나름 진지한 대사들이 오가다가 관객들이 '이거 뭐지?' 하는 순간  허망하게? 또는 많은 질문들을 던지며 암전이 될듯~
황당한 반전에 탁주집으로(한국), 또는 보드카 한잔 (러샤) 기울이며 밤이 깊도록 작가가 던져 준 질문들에 썰전을 펼칠 관객들~  내가 아는 체홉작품들과는 다르구나 느꼈는데 그의 작품활동의 비하인드 스토리를 듣고 나니 비로소 이해가능. 이래서 문학선생님은 귀한 존재~ 감사합니다. 안선생님
처음가보는 아니 두번째(운전은 처음) 횡성행에 나름 긴장하며 달려갔죠. 네비언니가 시킨대로 가야하는데
나의 의지가 끼어들어 ~'이렇게 깊은곳일리가 없다'  코앞에서 차를 돌릴뻔했네요. 그러나 그곳에서 더 들어간 산아래 첫집 . 동그란 황토집~ 진수성찬~ 박현분샘 그러실줄 알았어요. 행복한 시간이었습니다. 고맙습니다.
박현분   17-02-18 12:27
    
항상  아쉬움이 남아요.  더 잘 해드려야 했는데... 반장님 말씀대로 샘들 모두 맛있는 걸 싸오셔서 풍성하고 행복한 시간이었습니다 . 운전하신  샘들 감사드리고요.
수업은 제가 좀 산만한 상태로 읽어서인지  작가의 의도도 모르겠고 분석도 안되고 그랬는데  안선생님의  통쾌하고 강한 질문형 수업에 인상 깊이  남네요.  체홉의 작품세계가 1889년 부터 달라졌다고 말씀하시면서 제의문도 살살 풀리고  강의가  유익했습니다 .  어젯밤  넘 예쁜 밤하늘  별 보고 아침에  왔어요.
정진희   17-02-18 14:06
    
뜨끈한 황토방이 마치 박현분선생님 마음 같았답니다.
엉덩이뿐만 아니라 영혼까지 따끈하게 데워주는...
그곳에서 밤하늘을 볼 날을 기대해 봅니다~
부리부리한 마스크로 열정적인 강의를 하시는 안선생님이
그렇게 부끄럼을 타실줄이야.. 새로운 발견이죠?
늘 글도 안읽어가고 결석도 많은 불량학생 저는
진수성찬 배터지게 먹고 황토방에서 엉덩이 델뻔하다
삼단 매트위에 올라가 한숨 잠자고 원기충전한 하루였습니다.
멋진 장소와 맛난음식 베풀어주신 박현분샘~고맙습니다~~^^
김아셀라   17-02-18 19:45
    
남에게 신세지는 것을 몹시 싫어하는 저는 그날 운전을 않했다는 이유로 죄를 지은것 같았답니다. 그런데 운전수가 재밌는 말도 잘하시고 운전도 잘하시고 , 그래서제맘이 쬐금 편했지요. ㅋㅋ
 
박현분샘, 그렇게 많이 차려놓으면  제살들은 어쪄라는 겁니까요! ㅋㅋ 요즘 제 위가 자꾸 놀라고 있어요  "우리 주인이 미친능가보다!!" 이럴거 같아요. 아주 맛있게 먹었어요. 음식솜씨  인정!.

거기까지 가서 강의를 진짜 들을줄 몰랐습니다. 러시아반샘들 너무 학구파들이네요. 제가 적응이 늦어서 당황스럽습니다. 그렇지만 더 늙기전에 자꾸 머리에 영양가있는 양분을 줘야 겠지요  ^^~
임명옥   17-02-19 05:35
    
번뜩이는 이슈하나로 글쓴다는건 대단한 능력이지요. 젊은시절 초창기에 쓴 글이라도 순간 생각하게하고 되돌아보게 하는 힘있는 체홉입니다.
안선생님의 강의엔 뭔가 놓친 중요한 이슈를 끄집어내게하는 탁월한 능력이 있습니다. 특히 킹크랩 발라주시는 솜씨 또한 대단하셨지요 덕분에 많이 먹었답니다.
박현분샘의 음식솜씨 하며 상전체를 채우다못해 포개놓는  사태까지..손수지으신 가지며 우엉  시금치나물또한 인상적이었구요 문어숙회 파절이 한과 군고구마, 집갈때는 이영희샘이 선물하신 김도 받아왔고요 무사히 집까지 기사를 자처하신 정진희샘 박서영샘 고맙습니다
모처럼의 mt 인솔하신 심희경반장님 애쓰셨지말입니다
봄꽃피면  꽃보러 또 갑시다.
함께 하신 샘들 좋았구요 담번엔 모든샘들 결석 안하는걸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