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호반 풍경
겨울이 오다가 껑충 뒷걸음질하더니 여름을 닮았나? 주룩주룩 비가 오는 게 아닙니까? 오늘이 ‘한산’의 멋진 축제 송년의 밤이 있는 날. 손꼽아 기다린 날이었어요.
바쁜 일정 뒤로 미루고 바람 타고 날아온 반장님. 안동에서 열차에 몸을 싣고 불원천리 달려오신 김용무 선생님. 고성에서 빛의 속도로 함께 자리하신 이춘우 선생님.
그 타는 열정에 박수를 보냈습니다.
오늘의 주인공이신 노정희 님. 화이트칼라로 여왕처럼 나타나셨고, 항간에 뜨는 별 은하수 님. 우아한 팻션에 함박꽃 웃음이 떠나질 않았습니다.
강수화 님의 신간 <신의 선택>을 출간하셔 회원님들께 한아름 선물로 안겨주었어요. 올해를 마무리하는 12월. 걸음에서부터 힘이 솟아오르고 있어요.
♣창작 합평
*양혜정 <망했다. 비 온다!>
*이은하 <유리는 F일까?>
*박경임 <나를 위래 살라고?>
*강수화 <해 그림자 달 그림자>
*거미가 거미줄을 뽑아 집을 엮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연결해야 합니다.
*소설에서 이야기를 끌고 나가는 것은 묘사와 대화입니다.
*유리는 F일까? 제목으로 독자의 맘을 움직인다고 해요.
*눈이 여려서 잘 우는 → 늘상 잘 우는
*그중에는 가장 화제가 되고 있는 → 같은 문장에서 중첩되는 말은 피하는 게 좋아요
*몇 일전 → 며칠 전
*산문에서도 운이 맞아야 읽기 좋아요. 소리내어 읽어 봅시다.
*비밀이 없는 것은 영혼이 없는 것. 다 말하지 말아요.
*정보글은 본문에서 녹여 내듯이 쓰든가? 아니면 아주 간략하게.
♣첫 문장의 예(例)
*바람이 불어 왔다 봄바람이다. (박상률 ‘봄바람’)
*거기 누구냐? (세익스피어 ‘햄릿’)
*1771년 5월 4일.
훌쩍 떠나는 것이 나는 얼마나 기쁜지 모른다. (괴테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국경의 긴 터널을 빠져나오니 설국이었다. (가와바타 야스나리 ‘설국’)
*오늘 엄마가 죽었다. 아니 어쩌면 어제 (알베르 카뮈 ‘이방인’)
*지난 사월 춘천에 가려고 하다가 못가고 말았다. 나는 성심여자대학에 가 보고 싶었다. (피천득 ‘인연’)
♣깔깔 수다방
*오늘의 수다방은 더 리버사이드 호텔로 옮겨지면서 가슴은 후끈 달아올랐죠. 섣달의 밤은 길어 오후 5시쯤에 어둠이 깔리면서 요란한 사물놀이의 흥겨운 진동이 ‘송년의 밤’ 서막을 알렸습니다. 천호반의 응집력은 철벽보다 강해 크나큰 원탁 테이블 2개를 차지하고도 모자랐답니다. 주인공 두 분은 꽃다발 속에 잠겼고, 함께 자리한 가족과 친지들 속에서 축하의 박수는 떠날 줄 모르네요.
반별 ‘끼’ 자랑에서 즉흥곡으로 무대에 오른 양희자 님. 춤추는 가희들과 한바탕 공연이 끝나자 두둑한 상금의 봉투가 현금으로 날아왔답니다.
우린 다시 찻집으로 발길을 돌렸어요. 섣달의 밤비는 창밖을 장식하고, 연이어 시계에 눈독을 붙이시는 김용무 선생님! 예약한 밤차 시간에, 내려 앉은 엉덩이의 무게를 떨치시고 벌떡 일어나셨습니다. 함께 배웅 나가시는 이춘우 선생님. 따스한 체온이 찻집 안에 가득했답니다.
주룩주룩 주룩주룩 밤비는 양보 없이 내리는데 두런두런 익어가는 세상사 이야기. 수필은 지면 위에서만 익어가는 게 아니라, 빗소리 속에서 여물어가고, 대화의 창에서도 살며시 내 가슴 속에 자리잡는 멋진 날! ‘한국산문’ 텃밭! 문학의 불꽃은 활활 타고 있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