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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철학을 품은 문학 (화요 수필평론가 양성과정)    
글쓴이 : 정민디    16-05-10 20:28    조회 : 4,148

 

<한국산문 수필평론가 양성과정>

 

<실존을 위한 생의 찬가>

 

- 맹난자의 본래 그 자리를 읽고

 

예술작품에 대한 해석에는 오류가 없다는 상대적 관점주의가 기염을 토하는 포스트모더니즘 시대다. 하지만 작품의 내재세계는 여전히 보이는 사람에게만 보이고 들리는 사람에게만 들린다. 자기 키를 넘는 강물에 뛰어드는 건 위험하다. 글을 논평하는 일이 그렇다. 본래 그 자리는 내용의 깊이와 스케일로 보아 필자가 뛰어들 강이 아니다. ‘인간은 참으로 넓어라는 도스토예프스키의 말 그대로 저자 맹난자가 섭렵한 독서의 범위가 참으로 넓다. 주역으로부터 공맹孔孟, 노장老莊에 이르는 동양철학의 고전은 물론 미국, 러시아, 유럽, 중남미, 일본 등 수 백 명의 근현대 작가 그리고 철학가, 예술가들의 생애와 사상이 도도하게 출렁이는 대하大河본래 그 자리. 필자의 독서량과 사유의 보폭으로는 도저히 다가갈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이 글의 청탁을 끝내 사양하지 않은 것은, 글자 그대로 배우고 익히는 학습의 시간을 갖고 싶어서였다. 이 글은 텍스트에 대한 한 독자의 학습노트다.

 

저자의 작품 속에서 불교적 사유세계와 노장의 세계관을 감지한 것은 새로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본래 그 자리가 나를 새롭게 잡아당긴 것은, 저자의 삶과 사유를 관통하고 있는 단일한 수맥이 얼마나 많은 문학과 철학의 지류들을 통합할 수 있는가 하는 것이었다. 저자가 특히 칸트, 니체, 하이데거, 사르트르, 카뮈 등 서양철학의 거목들을 자신의 사유의 정원으로 초대하여 대화하고 토론하는 모습은 보기 드문 동서양 지성의 통섭이요 향연이었다. 저자의 독특한 예술적 지평과 난공불락의 철학적 요새가 어떻게 가능한 것일까 숙연해 진다. 한국수필이 갑자기 성장한 것 같아 수필가의 한 사람으로서 적지 아니 상기되어있는 나를 발견한다.

 

작가의 창작노트는 사유에서 오고, 사유는 독서에서 온다. 그런데 독서의 방향을 지시하는 건 작가의 삶 자체 아니던가. 저자가 매달린 예술가들의 광기와, 인간의 죽음이라는 철학적 화두는 바로 그의 굴곡진 삶에서 출발한다. 맹난자는 죽음에 천착하는 철학수필가로 알려져 있다. 이 책을 가로지르는 거대한 강도 죽음이다. 그러나 그의 죽음론에서는 죽음이 아니라 삶을 향한 지극한 성실함, ‘지성至誠을 만난다. 지성이야말로 인간에게 허락된 실존적 삶의 전부가 아닌가. 물론 가족을 잃은 개인적 아픔에서 출발하긴 했지만, 그가 죽음에 대해서 알고자 하는 것은, “생명의 사라지는 과정에 대해서가 아니라, ‘살지 못하고사라진 인생에 대해서다.” 삶을 가장 근원적인 차원에서 살고자하는 집요한 실존의식이다.

 

광기에 대하여 알고자 하는 집념도, 어머니를 통한 개인체험이 동기가 되긴 했지만, 궁극적으로는 병들지 않은 정상인의 영혼을 알기 위해서가 아니었을까. 인간의 참삶을 붙들기 위하여 그가 매달린 광기와 죽음은 기제機制일망정 주제는 아닐 터다. 이 책에 수록된 작품 하나하나를 짙푸른 나무에 비유한다면, 나무 한 그루 한 그루의 뿌리들이 땅 속에서 서로에게 영양을 공급해 주며 꼬옥 끌어안고 있다는 느낌을 받은 것은 그 때문일 것이다. 4백여 페이지의 자그마한 이 책 속에는 인간의 모든 것 특히 우주 속의 인간이 들어있다고 해야 맞을 것 같다. 수필집이라기보다 철학적 지성의 에세이집이다. 시청자를 매료시킨 연속극 <해를 품은 달>이 있었다. 본래 그 자리철학을 품은 문학이다. 1장에 펼쳐지는 문학적 플롯뿐만 아니라 책 전체에 흐르고 있는 저자의 감성적 숨결은, 지성의 소통 또한 감성에 바탕 해야 극대화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모두 11장으로 구성된 중간제목에 따라 순서대로 따라가 본다

 

 

홍혜랑

 

한글문학으로 등단(1994)

 

에세이집 이판사판利判事判》 《자유의 두 얼굴》 《문명인의 부적

 

3인 공저 일어판 한국여류 수필선

 

26회 현대수필문학상

 

________________________

 

홍혜랑 작가는 긴 서평으로 강의 시간 내내

같이 자리한 맹난자 작가와 소통 하였습니다.

하지만 아직 우리의 얘기는 끝나지 않았고

맹난자 작가의 끝없는 사유와 연구를 알기에는

오리무중 상태입니다.

다음 강의 시간에 좀 더 가까이 갈 수 있기를 바랍니다.

이상,

실질적으로 수필평론에 첫 삽을 뜬 날이었습니다.


이영희   16-05-11 06:23
    
그랬습니다.
첫 삽의 의미는 크게 다가왔습니다.
훌륭하신 두 분-(맹난자선생님과 홍혜랑 선생님)의 보충설명에 우리의 격도 한 뼘씩 넓어져갔습니다.

하이데거의 ' *현존재- Dasein - 거기에 있음* -
바로 우리는 강의실  -거기에 있음- 으로... 수많은 철학 문학 역사(맹난자 선생님의 살아온 발자취)에
귀 귀울이며 다가갔습니다.

-- 有求면 有苦, 無求면 無苦 (유구면 유고,무구면 무고)--
이 문구에서 오는 강열한 메시지... 맹난자 선생님께서 느끼신 전율처럼
인간 번뇌에 대한... 한 방의 죽비를 세게 맞는 듯 했습니다.

정진희회장님의 또렷하며 반짝이는 질문, 송경미님의 소신있는 질문, 반장님의 예리한 질문.
그리고 임헌영선생님께서 모든 종교와 철학, 평론의 나아갈 방향을 아우러주셨습니다.
다음주 시간이 기대되며 ..갈수록 강의 내용은 흥미진진해집니다.

교실에서..
그리고 점심시간
..티타임까지 이어진 정겨운 말씀들..어찌 잊힐리야~~~~~~

함께하신 다른 분들께 이 마이크를 넘깁니다. 한 말씀... ^0^''
     
정민디   16-05-11 08:10
    
뚝배기 보다 장맛
맞나요?

영희님의 댓글 마냥  후기를 써야 하는 데
나도  저런 좋은 말들에 초록색 형광펜으로 쫙쫙 표시해 놨는데 분명..

우야둔둥 고맙소.
당신의 댓글로 많이 고급스러워 졌소. 

커피타임까지 우리의 공부는 머리에 쥐가 날 정도

공부 끝나면  뒷담화나 하며 좀 놉시다.
송경미   16-05-11 08:27
    
이영희선생님의 마이크를 차마 거절하지 못하고 받습니다.^^

첫 삽으로 앞으로 지을 건물의 크기를 가늠하게 되었습니다.
폭넓은 독서와 깊은 사유로 평생을 일구어 온 삶의 궤적을 쓴 원저자의 《본래 그 자리》와
평자의 <실존을 위한 생의 찬가>라는 서평 제목이 딱 맞아 떨어져 내용의 반을
대변하고 있었습니다.

저자가 동서양의 철학과 종교를 아우르고 넘나들며 집요하게 파고들어
평생 천착해온 죽음의 문제를 매듭짓고 홀가분하고 자유로워질 수 있었다는
말에 큰 박수와 경의를 보냅니다.

티타임에서 맹난자선생님은 그동안 눈을 너무 많이 혹사시켰다고 하시며
"몰입"을 강조하셨습니다.
순수함을 잃어서인지 몰입이 점점 어려운데...
세상이 모두 분심덩어리인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