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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 홀로 길을 가네 (러시아문학반-러시아고전읽기반)    
글쓴이 : 심희경    16-02-08 16:19    조회 : 5,731
 '행복한 가정은 모두 고만고만하지만 무릇 불행한 가정은 나름나름으로 불행하다.'
 이 유명한 문장으로 시작된 <<안나 카레니나>>가 끝났습니다. 두툼한 3권의 책을 읽는 동안 TV시청 시간이 줄었고, 지하철 안에서 핸폰을 들여다보는 대신 이 책을 읽곤 했습니다.

 김은희샘이 하권을 요약하면서, 레빈의 결혼장면에서 러시아의 결혼식 그림과 사진을 풍부하게 보여주셔서 흥미로웠습니다.
 러시아 정교회와 민간신앙이 혼합된 결혼식은 결혼전에 참회예식을 해야했고 사순절과 금육기간에는 결혼을 할 수없었습니다. 톨스토이는 레빈의 모습에 자신의 실제 삶을 많이 반영했기에 레빈과 키치가 문장의 첫 글자 만으로 서로의 사랑을 확인하는 것 이나 레빈이 결혼식에 늦는 장면등은 톨스토이의 결혼식 모습이었습니다.

 레빈은 사랑을 통해 선과 진실에 이르는 길을 찾았지만, 이와 대비되는 한 가정은 파멸을 맞습니다. '모든것이 지나가 버리듯이 이 정열도 지나갈 것' 이라 여기고 가정을 지키려 했던 카레닌의 바램과는 달리' 안나는 애인을 쫒아서 집을 나가버립니다. 그러나 가정을 버리고 오로지 사랑만을 선택한 안나는 브론스키의 애정이 점점더 식어감을 느끼고 절망합니다.
 "그렇게 하면 그이를 처벌하게 되고 모든 사람으로부터, 아니 나 자신으로부터도 벗어나게 되는거야" 하고는 열차에 뛰어드는 것으로 생을 마감합니다.

 안나는 이 파멸의 책임을 카레닌과 브론스키에게 넘겨버린 것 입니다. 그녀는' 이기적 자살' 이면서 '아노미적 자살'(anomie 사회적 가치관의 붕괴로 인한 혼돈상태)을 했습니다.
 톨스토이는 무모한 선택을 한 사람의 말로는 이렇다는 것을 이 소설 속에서 보여줬지만 안나에 대해 단죄하지말라는 메세지도 주고 있습니다.그건 우리가 안나의 죽음에 대해 토론할 때 그녀를 심하게 비난하지 못했다는 것 에서도 알수있습니다. 
 애정없는 거짓된 삶으로 부터 탈출하여 자유롭고자 했던 안나는, 결국 재앙으로 끝나버렸지만 위선적인 사회 질서에 진실을 보여 주었습니다.
 타인에 대한 고통 공감 능력이 떨어지는 여자, 사랑의 감정은 시간이 지나면 옅어진다는 것을 모르는, 젊은 날의 철 없는 사랑에 빠져버린 여자를 우리는 애틋하게 바라보았습니다.
 이 백과사전적인 소설속에서 톨스토이는 레빈의 가정과 안나의 가정, 이 두 가정을 축으로 하여 그 시대의 희망과 욕망과 불안을 반영했습니다. 
   
 김정희샘이 카톡에 올려주신 '레르몬토프' 의 시 <나 홀로 길을 가네>를 '안나 게르만'이 슬픔 가득한 목소리로 노래한 것이 안나의 심정을 대신한 것 같아서 여러번 들었습니다.
 
나는 지금 홀로 길을 가네.
돌투성이 길은 안개속에서 어렴풋이 빛나고 
사막의 밤은 적막하여 신의 소리마저 들릴 듯 한데
별들은 다른 별들에게 말을 걸고 있네.
하늘의 모든 것은 장엄하고 경이롭고
대지는 창백한 푸른 빛에 잠들어 있다.
그런데 왜 나는 이토록 아프고 괴로운가.
무엇을 후회하며 무엇을 기다리는가.
삶에 더이상 바라는 것도 없고
지나가버린 날에 아쉬움을 느끼지도 않는다
나 자신을 찾기위해 잠들고 싶다.
그저 자유와 평화를 찾아 다 잊고 잠들고 싶을 뿐.


 * 설 노동절에 모두 옥체 무사하신지요. 때가 때 인지라 후기를 늦게 올리게 되었음을 사과 드립니다.
박서영샘, 다음에 할 <개를 데리고 다니는 부인>을 예쁘게 복사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박서영   16-02-08 19:56
    
기억도 가물가물하지만 그 옛날 내가 읽었던 (안나 카레니나)는 러브스토리만 뽑아 놓은 요약본이었을까요?
아니면 내가 기억하고 싶은것만 저장해 둔 탓일까요?  톨스토이 와의 해후로 인하여 가슴벅차게 새해를 시작하고 있네요. 그 장엄한 세계로  한 발짝 들여놓으며 한 살 만큼 한 뼘 성장하길 소망해봅니다.
안톤체홉의(개 부인)의 주인공도 안나씨~~
강의 준비해주시는 김은희선생님 감사합니다.  명절증후군도 물리치고 후기로 요약해주신 심반장님 감사합니다.
이영희   16-02-10 15:56
    
심반장님..잘 읽었습니다. 이렇듯 요약 정리 하는 일이 결코 쉽지 않은.....
고전을 접하면서 ,...여러 시대를 거쳐 내려오면서  우리에게 해결책보다는
명석함을 주네요. 이야기 속의 인물들이 처한 상황을 들여다보면 ....원인과 결과에 대해 명쾌한
답이란 있을 수 없고......만약 안나의 일이 내게 닥친 일이라면 과연 어떻게 인생을  마무리 할것인지...
그 문제들을 정직하게 바라볼수 있게 해 주었습니다.

다음주 이야기를 기대하며 이만 물러갑니다.
김정희   16-02-10 18:01
    
안나의 죽음의 장면을 읽으면서  '행복한 가정은 모두 고만고만하지만 무릇 불행한 가정은 나름나름으로 불행하다.' 라고 시작하는 안나카레니나의 첫문장을 떠올렸습니다. 불행해질것을 예견하면서도 무모한 선택을 하는 사람의 말로는 이런것이다 ~라는 교훈을 던지기 위해 톨스토이는 첫문장에서 이미 복선을 깔고 시작한것 같아서요. '안나와 브론스키처럼`이 아니라,  '레빈과 키치처럼` 살아야한다고 작가는 말하고 싶었던 걸까요.
안나가 행복해지는 결말로 책을 썼더라면 그 당시 사람들의 반응은 어땠을까요? 너도 나도 안나와 브론스키처럼 드러내놓고 불륜을 저지르는게 하나의 트렌드가 되었을까요? ??
읽는 내내 안나가 답답했습니다. 브론스키와의 사랑에 자기 생의 모든 것을 거는 안나를 두 팔 걷어붙이고 만류하고싶었어요. 그 까짓 사랑이 뭐라고... 인생에는 훨씬 가치 있고 재미난 것들이 얼마나 많은데 ...라며 .  ㅎㅎㅎ연애 세포가  다 죽어 버린 이 나이에 책을 읽은 탓이겠지요?^^
덕분에 8부작의 대 작품속에 펼쳐진 그 당시 러시아의 미시적이고 거시적인 풍경들에 빠져들수 있었던게 책을 읽은 큰 소득이었답니다.  설 노동절때문에 지쳐서 그냥 밀쳐두었던 '안나카레니나'의 감동을 심 반장님의 엑기스같이 영양가 높은 후기 덕분에  씹을수록 달콤해지는 되새김질 해봅니다. 감사합니다.~ ♡ ^^
엄선진   16-02-19 07:18
    
심희경 반장님  존경스럽습니다.
게으른 저는 이제사 여기에 들렀네요.
저는 요즘 고전을 접하면서  문학 소녀가 된듯한 착각에 빠집니다.
많이 많이 배우고 싶은.... 많이 많이 읽어야 겠지요.
후기로 다시 한번 공부 잘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