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굴>
예브게니 자먀틴 (1884-1937)
1884년 러시아 탐보프현 레베잔에서 정교회 신부인 아버지와 피아니스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습니다. 어린 시절 피아노 선율 속에서 자라며 고골의 작품집을 네 번이나 읽을 정도로 책을 친구로 삼았습니다.
페테르부르크 종합기술대학 조선학부에 재학 중 볼셰비키 당에 가담하고 혁명 활동 중에 미래의 아내 류드밀라 니콜라예브나 우소바를 만납니다.
제1차 세계대전 중에 전쟁반대 입장을 취하고 켐으로 유형 보내졌다가 풀려난 뒤 쇄빙선 주조에 참가하기위해 영국 런던으로 출장을 갑니다. 귀환 후 엄격하며 감정이 억제된 영국식 생활을 풍자한 <섬사람들>을 발표합니다.
1917년 혁명 후에는 볼셰비키 정부에 신랄한 비판을 가하던 중 ‘세라피온 형제들’ 과 함께 페트로그라드 공장에서 노동자 소요가 있을 때 체포됩니다.
‘세라피온 형제들’은 1921년 결성된 러시아 청년작가그룹으로 독일의 낭만주의 작가 호프만(1776-1882)을 추앙하며, 뒤얽힌 구성과 예상 밖의 결말, 미스터리와 서스펜스의 기교 등을 도입했습니다. 다양한 문체를 실험했던 그들은 문학의 자율성을 억압하는 모든 규칙에 저항했고 자먀틴은 이 그룹의 스승으로서 젊은 작가들에게 큰 영향을 미칩니다.
<우리들>이 해외에서 출간되고 소련작가동맹에서 제명당한 후 1932년 파리로 망명합니다.
1937년 파리에서 심장마비로 사망하고 파리근교 ‘티에’ 의 공동묘지에 안장되었습니다.
그의 작품으로는 시골생활을 날카롭게 풍자한 <시골 이야기>와 군대생활을 공격한<세계의 끝에서> 영국식 생활을 풍자한<섬 사람들> 과 <인간사냥><용><동굴><홍수><<우리들>>등이 있습니다.
그는 혁명이후 동시대를 대표하는 지성인으로서 올더스 헉슬리의<<멋진 신세계>>,조지 오웰의 <<1984년>>으로 이어지는 근대문학의 한 축을 담당한 반 유토피아 장르를 개척한 실험적 문장가로서 유럽지성의 세계주의적 휴머니즘을 대표한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1920년 발표한 <동굴>의 집필 동기는 1919년 겨울밤, 당직을 같이 서게 된 교수가 땔감이 없음을 불평하는데서 착안했습니다.
추운 겨울, 마르틴 마르티니치와 병든 아내 마샤는 동굴 속에서 살고 있습니다. 아내를 위해 장작을 훔친 마르틴은 무기력한 절망의 공간에서 점토처럼 깨지기 쉬운 나약한 인간의 모습입니다. 거대한 세력에 복종해야하는 자의 희망 없는 삶을 그리고 있습니다.
이 소설은 매머드, 빙하, 동굴 등의 표현을 통해 소비에트 체제가 오히려 사회를 원시시대로 후퇴시켰다는 것을 보여주며 ‘이것이 노동자 농민을 위한 혁명 이었나’ 라고 비판하고 있습니다.
책을 읽은 소감을 말할 때, 대부분이 쉽게 읽히지 않았다는 의견과 함께 ‘시적인 은유로 가득해서 시를 읽는 것 같았다’ ‘연극이 연상되는 희곡 같았다’ ‘상징성을 띤 어휘 선택의 신중함이 보인다’ ‘체르노빌 이후의 세계, 설국열차나 좀비영화 같은 세상과 회색도시가 연상된다’ ‘이빨이라는 단어에서 잡아먹고 잡아먹히는 세계를 묘사한 것 같아서 무서웠다’ ‘수필도 이런 식의 실험적으로 쓰면 어떨까 생각했다’ ‘작가는 문학의 힘을 빌려 민중위에 군림하는 세력을 비판하고 있다’ ‘생소한 소설이다’ 등등의 이야기가 오갔습니다.
오늘 한 신문의 칼럼에서 ‘이웃에 대한 연민이 혁명의 시작이다’라는 문장을 보았습니다. 연민이전에, ‘민중은 개 돼지’ 라는 인식을 가진 고위 공무원이 있는 곳이 소비에트이며 ‘동굴’ 이라는 생각이 스친 것은 지나친 비약일까요?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는 소설이었습니다.
김은희샘, 구하기 힘든 책들 예쁘게 복사 제본해서 우리가 편안히 책을 읽을 수 있게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엄선진샘, 맛있게 쪄오신 옥수수 잘 먹었습니다. 이영희샘, 커피도 감사하구요^^ 휴가가신 유병숙샘, 좋은 시간 보내세요. 미국에서 손녀보고계신 정진희회장님 행복한 날 되세요.
다음 주는 쿠프린의 단편 중 <올레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