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터 지바고>>
보리스 파스테르나크 (1890-1960)
영화로만 보았던 닥터 지바고, 이제는 이 세상 사람이 아닌 오마 샤리프가 연기한 유리 지바고의 강렬하면서도 우수어린 눈빛과 라라의 테마가 떠오르는 닥터 지바고를 드디어 책으로 읽었습니다.
서점에서 책을 사온 날, 두툼한 책의 첫 장을 넘기기도 전부터 설레었습니다. 그리고 무더위 속에서 책을 읽으며 모스크바의 어느 눈 쌓인 밤길을 걷거나 우랄산맥아래 하얀 자작나무 숲을 말이 끄는 썰매를 타고 달려갔습니다.
혁명과 전쟁의 소용돌이 속에서 만난 수많은 사람들의 고난과, 유리와 라라의 아름다운 사랑을 지켜 보았습니다. 위대한 작가의 창작은 신의 영역을 넘나든다는 것을 느끼며...
시인, 소설가, 번역가이기도 했던 작가 파스테르나크는 1890년 모스크바의 부유한 유대인 가정에서 화가인 아버지 레오니드 오시포비치 파스테르나크와 피아니스트인 어머니 로잘리야 이시도로브나 사이에서 태어났습니다.
아버지는 톨스토이 소설에 삽화를 그리는 등 그와 절친했고 예술적인 분위기의 집안에는 시인 라이너 마리아 릴케나 피아니스트인 스크랴빈이 찾아오곤 했습니다. 스크랴빈 밑에서 6년간 음악공부를 한 적도 있는 파스테르나크는 모스크바대학 법학부에 입학했다가 철학과로 전과하고 시인이 되기로 결심합니다.
시집<울타리를 넘어서>를 출판하고 <나의 누이-삶>과 중편<류베르스의 어린 시절>을 집필할 무렵 화가 예브게니야 루리에와 결혼하여 첫 아들을 낳습니다.
독일 베를린 문학계에 참여하면서 시집<주제와 변주>를 출판하고 운문소설<스펙토르스키>와 장시<슈미트 중위>를 집필합니다. 예술좌익전선 ‘레프’와 결별할 때 ‘레프의 예술은 예술이 아니라 기술에 불과하다’고 비판합니다.
자전적 중편<안전 통행증>을 출판하고 지나이다 네이가우즈와 두 번째 결혼한 다음해 시집<제2의 탄생>을 출판합니다.
이후로 관제언론에서 ‘시대에 상응하지 않는 세계관’을 가진 작가라고 거세게 비난하자 공식문학계와 거리를 두고자 다차가 있는 페레델키노로 이주하여 번역에 몰두 합니다. 그곳에서 <햄릿>을 번역 출판한 후 작가부대의 일원으로 브랸스크 전선에 참가합니다.
1945년부터 1955년 까지 <<닥터 지바고>>를 쓰면서 1946년에 만나 사랑하게 된 올가 이빈스카야를 소설 속 ‘라라’로 형상화 시킵니다. 올가는 반체제 인물 파스테르나크와 연인관계라는 이유로 본보기로 체포되어 수용소로 보내집니다.
1957년 이탈리아어로 <<닥터 지바고>>가 출판되고 이후 여러 언어로 번역출판 됩니다. 1958년에 파스테르나크에게 노벨 문학상 수상이 결정되었으나 소비에트정부와 소련작가동맹에서 사회주의를 배신했다고 파스테르나크를 맹비난 하면서 그는 수상을 거부하게 됩니다.
1960년 희곡<눈먼 미녀>를 집필 중 페레델키노 별장에서 사망했습니다.
1989년 아들 예브게니 파스테르나크가 아버지를 대신하여 노벨문학상을 받았습니다.
<<닥터 지바고>>는 파스테르나크의 유일한 장편소설입니다. 역사소설이자 정치소설이며 연애소설인 이 작품은 1905년의 1차 혁명과 1914년 제1차 세계대전, 1917년 2월 혁명과 10월 혁명을 배경으로 굴곡진 러시아를 보여줍니다.
지바고의 어린 시절 부터 모스크바 거리에서 심장마비로 쓰러질 때까지의 스토리는 전쟁과 혁명, 기아와 탄압 등 격동하는 러시아에서 인텔리가 겪어야했던 고난과 비극의 기록입니다. ‘창작은 죽음을 넘어서 불멸로 가는 길이다’라는 것을 보여주는 듯 작가는 이야기가 종결된 이후에 유리 지바고의 시들을 덧붙임으로 그의 삶이 예술을 통해서 부활함을 암시하고 있습니다.
이 작품은 지나친 우연의 남발로 비판을 받기도 했지만 이것은 일종의 고의적인 시적 기법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소설로 쓴 시’라는 평가가 있고 개인적이며 개별적 차원의 우연성은 더 큰 차원에서 볼 때 필연적이며 우주와 자연을 지배하는 법칙이라 할 수 있습니다.
등장했던 소재 중에 촛불은 삶과 부활을 상징하며 눈 속의 붉은 마가목 열매는 생명과 희생, 사랑을 상징하고 기차는 이성과 현대문명을 상징합니다. 여기서 혁명은 ‘선로를 벗어 난 열차’ 로 보고 있습니다.
‘지바고‘ 라는 이름 속에 들어있는 ’지보이‘ 라는 뜻은 ’살아있는, 생명이 있는‘ 이라는 의미입니다. 지바고는 외견상 수동적으로 보이지만 전체의 부속물로서의 인간이 아닌 자유의지를 지닌 인간 개개인에 대한 존엄과 가치를 대변하는 인물로서 영원한 사랑을 지키고자하는 치열한 인물입니다. 지바고는 작가 파스테르나크의 세계관 종교관 미학관을 대변했습니다.
지바고에게 창작의 영감과 삶의 평온함을 주는 뮤즈였던 라라를 비롯한 많은 등장인물들이 인간의 본질을 생각하게 합니다. ‘삶은 그저 들판을 가로지르는 것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라는 러시아 속담을 증명하듯 쓰러져가는 제국, 폭력으로 변한 혁명의 현실에 휘말린 인간의 고난이 무섭게 다가왔습니다.
파스테르나크는 <<닥터 지바고>>에 대해 이렇게 말했습니다.
“나는 나의 조국의 아름다움으로 전 세계를 울린 것이다.”
책을 읽은 소감을 나눌 때 나온 의견들은 ‘문장 하나하나가 시 같았다. 영화가 선입견을 갖게 했다. 사소한 점이나 선 하나도 문학적이다. 두 사람의 사랑은 아주 멋진 사랑이었다. 공산주의는 신뢰성이 없다. 명작은 시대를 뛰어 넘는다. 학창시절 광주사태를 괴로워했던 선생님이 생각났다. 인간이 인생의 고난을 극복할 수 있는 것은 예술이 있기 때문이다. 문학이 추구해야하는 것들을 생각했다. 군중심리가 잘 나타나 있다. 사랑이라는 것은 막연히 안고 있는 신비로움이다. 지바고 자체가 혁명에 던져진 시였다.‘ 등등 이었습니다.
영화는 영화대로 소설은 소설대로 감동을 안겨 준 <<닥터 지바고>>가 주는 메시지는 ‘아무리 목적과 목표가 훌륭하다 해도 거기로 가는 길이 인간의 존엄성을 훼손한다면 그것은 재고되거나 실현되지 말아야한다’ 는 것을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휴가 중인 이순례샘과 햇빛 알러지로 고생하신 김정희샘, 문인협회 회의 참석하느라 못 나오신 정진희회장님, 다음 주에는 꼭 뵈요.
다음 주는 안동진 선생님(김은희샘의 부군)께서 마야콥스키의 <빈대>를 특강해 주십니다. 이사회에 참석하는 분이 많기 때문에 시간이 바뀌지만 결석하지 마시고 강의 기대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