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으로부터 소식이 왔다.
오이꽃 호박꽃이 피었다고!
하늘 광목 북북 찢어대며
매미가 요란하게 울부짖고
나무에서 흘러나온 그늘은
흥건하게 땅을 적시리.
심해지는 새댁 입덧
아이들 반바지는 더욱 짧아지고
강물은 통통 살이 오르리.
늦저녁 뽕나무 가지마다
주렁주렁 열린 개구리 울음
오디는 검붉게 익고
풀잎 이슬에 핀 별꽃들
논둑 밭둑 길 환히 밝히리.
바로 몇 시간 전 수업을 하러 오시면서 스승님이 쓰신 시입니다.
아직은 페이스북에 올린 따끈따끈한 글이지만
곧 제목을 달고 세상에 나와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두드리겠지요.
‘하늘 광목 찢어지듯 울어대는 매미’라든가
‘땅을 적시는 그늘’ 같은 표현을 쓸 수 있어야 합니다.
5월말부터 피기 시작하는 오이꽃은 본격적인 여름의 시작을 알립니다.
심해지는 새댁 입덧은 생산의 계절이 왔음을 말하면서
애가 들어섰으면 좋겠다는 심정을 나타냅니다.
강물은 불어나고 아이들은 쑥쑥 자라 반바지가 짧아졌지요.
뽕나무 마다 열린 개구리 울음에서는 상상력을 엿볼 수 있습니다.
이슬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별이 보여 세상을 환하게 합니다.
역시 감히 우리가 따라갈 수 없는
감수성과 상상력 보물 상자를 갖고 계신 스승님의 시는 기가 막힙니다.
자기 검열로부터 자유로워야 글을 쓸 수 있습니다.
내 글을 읽고 주변 사람들이 상처를 입거나 화를 낼까봐
검열을 하면 뻔한 이야기 밖에 나오지 않으니까요.
구효서 소설가는 누나와, 은희경 소설가는 남편과 글 때문에 사이가 멀어지기도 했습니다.
공지영 소설가는 마지막 남편으로부터 고소까지 당했고요.
우리 스승님도 아버지에 대한 글을 쓴 후 동생으로부터 싫은 소리를 들었답니다.
공광규 시인은 어머니 이야기를 쓰면서 가족회의를 했다고 합니다.
지인과 가족을 택할 것인지 아니면 글을 택할 것인지.....
논쟁에서 이기려고 하지 마세요.
지금은 진 것 같아도 집에 가면 내 이야기를 곱씹어 보고 설득 당할 수 있습니다.
상대방의 무의식 자아를 움직이세요. (내 이야기에 감동하도록)
상대방이 도망갈 통로를 주세요. (반발심이 생기지 않도록)
상대에 대해서 인정하고 시작하세요. (너도 40%는 옳다는 가정에서)
스승님이 우리에게 전해주신 남을 설득하는 노하우입니다.
당신이 모든 논쟁에서 반드시 이겨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저 당신이 스스로 진실되게 살 수 있도록 노력하십시오.
위의 말은 제가 어디서 따온 말입니다.
이렇게 생각하면 정말 마음이 편해지지요.
오늘 간식은 정미총무님이 소보로 단팥빵을 잔뜩 가져오셨어요.
독토시간에는 래순샘이 줄서서 사 오신 단팥빵이 그득했고요.
달콤한 단팥빵의 날! 두분 모두 감사드립니다.
다음 주는 헤이리로 야외 수업을 갑니다.
헤이리 김선희샘의 댁도 구경 갈 예정이어서 모두들 들떠 있지요.
6월의 줄장미가 아름다운 하얀 집!
상상만 해도 아름다울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