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ve of Siberia
이번 학기의 마지막 수업으로 영화 ‘러브 오브 시베리아’를 보았습니다.
1998년 러시아에서 개봉될 때 원래 제목은 ‘시베리아의 이발사’ 였고, ‘러브 오브 시베리아‘ 라는 제목은 국내 개봉 시 붙은 제목입니다.
4천5백만 달러의 제작비가 들었으며 시나리오 작업에서 영화화 까지는 10년이 걸렸습니다. 250명의 배우, 수천 명의 엑스트라, 40대의 마차, 비행기와 헬기까지 동원되는 러시아 최초의 블록버스터 영화입니다.
사관학교와 건물 장면은 임대가격이 저렴했던 체코에서, 미국 장면들은 포르투갈에서, 시베리아 장면은 하까시아, 끄라스노야르스크, 니쥐니 노브고로드에서, 모스크바 장면은 크레믈린 사원 광장을 포함하여 실제대로 촬영했습니다.
“러시아인의 질투는 영국인들의 증기기관처럼 모든 것의 원동력” 이라는 빨리예프스키의 말처럼 질투는 이영화의 중요한 모티브가 됩니다.
1905년 여주인공 제인이 미군 캠프에서 훈련 중인 아들 앤드류에게 편지를 쓰면서 20년 전인 1885년 러시아에서의 일을 회상하는 장면으로 시작됩니다.
제인은 모스크바행 기차 일등실에서 사관생도 안드레이 톨스토이를 만납니다. 계부이며 연인이었던 맥크레켄과의 거래 때문에, 황실 발명위원회 위원장이자 사관학교 교장인 라들로프 장군에게 맥크레켄이 개발하고 있는 벌목기계의 발명을 완성할 수 있도록 지원금을 타내기 위한 여행이었습니다.
라들로프 장군은 제인에게 매혹되고 그녀에게 청혼하게 되는데 영어가 부족한 장군을 대신하여 사랑의 고백시를 읽던 안드레이는 제인에게 자신의 사랑을 고백합니다. 장군은 분노하게 되고 이 일로 지원금 타내는 일이 수포로 돌아 갈까봐 제인은 장군에게 안드레이는 그저 애송이일 뿐이라고 말합니다. 이 말을 문 뒤에서 듣게 된 안드레이는 사관생도들의 ‘피가로의 결혼’ 공연 중 ‘세빌리아의 이발사’ 역을 하다가 객석에 앉아있던 장군을 공격하여 상처를 입힙니다. 이 사건으로 안드레이는 황제를 공격하려 했다는 누명을 쓰고 노동 수용소 10년, 시베리아 유형5년을 선고받습니다.
호송되는 안드레이를 보려고 기차역으로 온 생도들은 그를 보내며 군가를 부르고, 죄수차량에 갇혀있는 안드레이는 답가로 ‘피가로의 결혼‘을 부릅니다.
그로부터 10년 뒤 제인은 시베리아로 안드레이를 찾아갑니다. 그곳에서 안드레이가 이발사로 일하면서, 집안의 하녀였던 두나샤와의 사이에 아이들을 낳고 살고 있는 것을 알게 됩니다. 실망한 마음으로 제인은 그곳을 떠나게 되고 안드레이는 멀리서 슬픔 가득한 눈으로 마차를 달려 떠나가는 제인을 지켜봅니다.
미군캠프에서 훈련 중인 아들 앤드류는 아버지 안드레이처럼 모차르트를 좋아해서 훈련조교가 “모차르트는 훌륭한 작곡가” 라는 외침을 하게 합니다.
‘시베리아의 이발사’의 의미는 시베리아 산림을 무참히 베어 버리듯 제인과 안드레이의 운명을 짓밟은 파괴적 힘을 가진 멕크레켄의 벌목 기계의 이름이면서, 시베리아 유형지에서 안드레이의 집 문패에 적혀 있던 그가 택한 직업인 ‘이발사 안드레이’를 뜻하기도 합니다.
미할꼬프 감독은 ‘시베리아의 이발사’ 라는 기계를 니쥐니 노브고로드 근처의 비밀 군수 공장에서 주문 제작하였고 촬영 중에 도둑맞을 뻔 한 일화도 남겼습니다.
유쾌하고 명랑하게 시작됐던 이 영화는 뒷부분으로 가면서, 이루어지지 못한 제인과 안드레이의 사랑 때문에 무겁고 우울해 집니다. 영화가 끝나갈 무렵 감성 풍부하신 몇 분의 훌쩍임이 들렸습니다.
저는 영화속의 사관생도들의 모습을 보면서 수십년전 육사 축제에 갔던 기억을 떠올리며 추억에 젖기도 했습니다.
이 영화는 눈 덮인 들판과 자작나무 숲길 등 러시아의 아름다운 풍경과 축제의 풍습들이 또 다른 볼거리였습니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안드레이 역을 맡은 배우 ‘올레크 멘쉬꼬프‘ 가 20살의 생도 역할을 하기에는 40세의 그의 나이로는 얼굴이 너무 나이 들어 보인다는 점이었습니다.
두 시간 반 정도를 영화에 푹 빠져 있다가 각자 가져 오신 음식을 나누며 소박하고 따뜻한 종강파티가 되었습니다. 지난 석 달 동안 일주일에 한 번씩 만나면서 알게 모르게 도타운 정이 쌓였습니다.
4월7일 부터 시작되는 새 학기를 기다리면서 더 많은 분들과 함께하고 싶다는 소망을 가져봅니다.
다음 주는 ‘벨킨 이야기‘ 중에서 ’발사’ ‘눈보라’ ‘장의사’ ‘귀족 아가씨-농사꾼 처녀’를 하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