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하고도 두째 주, 두고 온 외손녀가 벚꽃처럼 어른거려 수업 분위기에 쉽사리 젖어들지 못하는 제게 후기 대행이란 임무가 또 주어졌네요. 글쓰기반을 놓은 지 석 달이나 되어서 수업 후기를 잘 전달 할 수 있으려나 염려도 되었답니다. 그런데 “ 새벽 5시다” 란 제목을 띄게 될 자기소개서 한편과 새 작가의 정을 아끼는 마음이 교실 가득 넘쳐나니 나도 모르게 빨려들기 시작했습니다.
새벽 3시, 그리움을 되새김하기 시작한 아들을 향한 모정은 새벽 5시가 되도록 끊이지 않습니다. 바로 강 제니 경님이 처음으로 내신 글입니다.
저는 누군가의 첫 글에 유달리 애틋함을 느끼는 편입니다. 아무도 걸어가지 않은 첫 눈 같은 온전한 마음의 토로가 거기 있기 때문이지요.
송교수님께서는 비록 작은 문장들로 나누어야 할 부분이 있다곤 해도 아주 잘 쓴 글이라 칭찬하셨습니다. 독자들에게 제목을 의뢰한 필자의 기지가 돋보였고 나윤옥님의 ‘새벽 5시다’란 선택은 기발하고도 적절한 것이었습니다. 제니님! 부디 새벽 5시 이후엔 그리움을 잠시 잠재우고 여명과 함께 만남이란 희망을 꿈꾸어 보십시요.
조병옥님의 ‘생명의노래‘ 에는 새벽의 어둠과 대화하는 풋풋한 장면이 두 단락이나 나옵니다. 하도 멋져서 썸타는 기분이었답니다
송교수님의 “좋은 구성, 좋은 문장으로 소설적 장면의 묘사가 탁월한 글” 이란 말씀에 저절로 고대가 끄덕여졌습니다. 수술 전날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아들 보러가느라 뺑소니치신 조병옥님! 멀리 혼자 있는 아들을 감히 못 잊으시는 강 제니 경님 ! 두 분, 아들 너무 사랑하는 건 자유지만 그럼 저는 어떡합니까요. 그래도 감사합니다. 저 대신 다 표현해주셔서 말입니다.
이 때 김옥남 님의 ‘창경궁 나들이’가 울적해 지려는 마음을 단단하게 묶어주었습니다. 창경궁이 창경원으로 격하된 경위의 안타까움을 세밀히 그려주셔서, 사라져가는 고유의 의미를 되새겨 보게 되었습니다. 송교수님께서는 뒷 단락 없이도 그대로 서정적인, 좋은 글이라 하셨습니다.
그리고는 영어 표현으로는 'Last but not least'라고 할 수 있을, 이동용님의 ‘사랑한다! 괜찮아!’ 와 ‘성냥개비 쌓기’란 두 개의 글이 있었습니다. 아! 그러고보니 오늘은 순서가 마지막부터 거슬러 올라가고 있군요.
항상 철학적 사유가 깔려있는 이동용 선생님의 글은 쓰는 의도와 방향에 대해 한번쯤 생각하게 합니다. 또한 지난번 몇 편은 시적인 서술자로 끝맺음하여 시적, 문학적 여운을 남겼는가 하면 이 두 편은 작가의 주체적 설명이 들어있어 보다 수필적이라는 송교수님의 평이었습니다. 첫 번째 글 중 ‘번개는 쳤는데 천둥소리는 아직 들려오지 않고 있다’ 라는 표현이라든지, 두 번째 글에서 사물을 거울보다도 더 유리알처럼 비추는 ‘마음의 거울’을 그려낸 암시적 대목은 가히 절창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는 말씀도 덧붙이셨습니다. 이동용 선생님의 글에 대해 자유로운 토론이 오가는 가운데 송교수님은 인문학 응접실 코너에 한편씩 연재되었으면 하는 희망을 표하셨습니다.
수업을 마치고 함께 걸으며 이런 좋은 글은 어느 시간대에 쓰시냐고 물었더니 잠들기 직전에 꼭 쓰신다고 합니다. 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는 단단한 글들이 나오는 이 꿀 시간을 포착하시기 바랍니다. 새벽 5시를 향해 서둘러 잠으로 돌진하는 저는 새삼 어렸을 적 잠들기 전에 쓰곤 하던 일기장이 떠올라 ‘옳거니!’ 했습니다. 누구에게든 가장 호의적인 시간은 있기 마련이지요. 그런데 문제는 글쓰기의 의도나 방향의 독창성에 대해 얼마나 고민해 보았나 하는 것이었습니다.
벗꽃은 처음부터 만개한 것이 아닐테지요. 내 글 혼에도 독창성이 가이없이 솟아날 계기는 없을까요.
오늘의 간식은 상향히님이 깨 찰떡을, 점심은 첫 글로 머리 얹으신 강 제니 경님이 내셨습니다. 두 분 감사히 잘 먹었습니다. 오늘 꽃놀이 가느라 결석하신 분들 모두 다음 주에 뵙겠습니다. 그리고 안명자님의 쾌유와 정영자님, 황경원님의 평안을 빕니다.
약속모임 가느라 제가 참석하지 못한 이차 모임 혹 있으셨나요. 좋은 밤 좋은 새벽 되시고 새벽 5시에 눈 뜨신다면 그 시간 멀리 누군가와 컴 앞에 마주 앉아 있을지도 모를 일이니 이 아니 감동입니까.
때론 듬성듬성 주무셔도 다음 날 야금야금 푸욱 주무시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