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학기의 첫 시간입니다. 교실에 들어서자마자 정진희 회장님이 직접 내린 커피 내음이 기분 좋은 시작을 알렸습니다.
푸쉬킨의 ‘벨킨 이야기‘ 중에서 지난번에 공부했던 ’역참지기’를 제외한 ‘발사‘ ’눈보라’ ‘장의사’ ‘귀족 아가씨-농사군 처녀’를 공부했습니다.
발사와 눈보라를 임명옥샘이 줄거리 발표를 했고 장의사와 귀족아가씨-농사꾼 처녀를 이영희샘이 줄거리 발표한 후 김은희샘의 강의가 이어졌습니다.
여기 실린 작품들의 시대적 배경은 1812년 경, 19세기 초반입니다. 나폴레옹 군대와의 전쟁에서 승리한 러시아군은 유럽에 진출하여 그곳의 앞선 문명을 보고 러시아의 현실을 비판하고 부정하게 됩니다. 이것은 데카브리스트난의 단초가 됩니다. 이 무렵 서구의 감상주의 문학과 낭만주의 문학이 유입되어 유행했는데 푸쉬킨은 그의 첫 번째 단편소설집인 이 ‘벨킨 이야기’에서 낭만주의를 탈피하여 사실주의 문학으로 옮겨 갑니다.
그전의 러시아 문학의 주인공은 주로 왕족과 귀족이었는데 푸쉬킨 소설에서는 장의사, 역참지기등 ‘작은 인간’ 들이 주인공으로 등장합니다. 다양한 계층의 인물과 다채로운 문화와 풍습속에 새로운 장르,소재,주제를 실험했으며 사회주의적 색채가 묻어납니다.
<발사>에서 ‘실비오‘는 대문에 카드의 에이스를 붙여 놓고 계속 총으로 쏩니다. 이는 카드로 대변되는 낭만주의를 쏘는 푸쉬킨의 의도입니다.
실비오는 자신을 모욕한 사람과 결투할 때, 그가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것을 알고 총을 발사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몇 년간 상대가 죽음을 두려워할 때까지 기다리고 마침내 때가 왔지만 이번에도 죽이지 않습니다. ’너를 쏘지 않고도 이길 수 있다‘ 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죽음을 가장 두려워할 때를 기다렸던 악마성도 있으나 생명존중의 모습도 보이는 러시아 청년들의 심리적 갈등을 잘 보여주는 소설입니다.
<눈보라>에서는 눈보라 때문에 바뀐 운명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프랑스 소설에 빠진 마리야는 소설 같은 사랑과 결혼을 하고 싶어서 가난한 블라디미르 니콜라예비치와 결혼하려 눈보라를 헤치고 교회에 갔지만 눈보라 속에서 길을 잃고 제시간에 교회로 오지 못한 블라디미르 대신 얼떨결에 부르민 장교와 결혼하게 됩니다. 혼인서약 후 입을 맞추려 할 때 신랑이 바뀐 것을 알게 된 마리야가 정신을 잃고 쓰러지는 혼란 속에서 부르민은 교회를 나오고 그들은 오랫동안 만나지 못합니다. 전쟁중에 블라디미르는 죽고 부르민은 전쟁에서 돌아와 마리야와 사랑하게 됩니다. 둘은 4년전에 눈보라를 헤치고 갔던 교회에서의 결혼식이 자신들의 결혼임을 알게 되어 놀랍니다.
오랫동안 러시아인들에게 추위는 굶주림 보다 더한 두려움이었습니다. ‘정해진 운명은 말을 타고도 돌아갈 수 없다’ 는 속담처럼 눈보라 속에서 정해진 운명은 그 어떤 역경 속에서도 변하지 않았습니다.
<장의사>는 찰스 디킨스의 ‘크리스마스 캐롤’ 이 생각나는 소설입니다. 푸쉬킨은 이 소설에서 그 당시 유행하던 환상소설을 시도했습니다.
장의사 아드리얀 프로호로프는 음울한 성격에 물질적 탐욕이 가득한 사람이었습니다. 어느 날 독일인의 집에 초대되어 갔다가 잔뜩 취하여 돌아와서 꿈을 꾸게 됩니다. 자신이 장례를 치룬 죽은 사람들이 나타나서 그가 잘못한 것을 들춰내는 등 공포감을 줍니다. 잠에서 깨어난 후 그는 꿈인 것을 알고 기쁨에 넘칩니다.
이 작품은 푸쉬킨이 좋아했던 ‘고골‘ 적인 작품입니다. 사실적이면서도 환상적입니다. 고골은 정신병적이며 종교에 심취했었는데 포스트 모던의 원류입니다.
<귀족 아가씨-농사꾼 처녀>는 ‘로미오와 줄리엣‘을 패러디 한 듯합니다.
러시아의 전통적인 관습만을 고수하려는 이반 페트로비치 베레스토프는, 영국의 전통과 관습을 따르는 그리고리 이바노비치 무롬스키를 증오하여, 두 사람은 가까운 이웃에 살고 있었으나 서로 불화하였습니다. 그리고리 이바노비치에게는 ‘리자‘ 라는 장난끼 많은 딸이 있는데 농사꾼 처녀로 분장하고 이반 페트로비치의 아들인 알렉세이와 사귑니다. 어느 날 말에서 떨어져 다치게 된 그리고리 이바노비치를 이반 페트로비치가 도와주게 되고 두 사람은 사이가 좋아지게 됩니다. 서로의 아들, 딸을 결혼 시키려는 아버지들의 의도에, 알렉세이는 자신이 사랑하는 농사꾼 처녀 아쿨리나가 리자인 것을 전혀 모르고 그녀의 집에 가서 그리고리 이바노비치에게 터 놓고 이야기 하려 합니다. 알렉세이가 집안에 들어섰을 때 하얀 드레스를 입고 그의 편지를 읽고 있는 리자를 보자 그때서야 아쿨리나가 리자라는 것을 알게 됩니다. 기쁨과 놀라움에 알렉세이는 그녀의 손에 입을 맞춥니다.
벨킨 이야기에 실린 5편의 작품 모두 각각의 개성이 강하고 묘사가 압축적이며 반전이 있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푸쉬킨은 결혼기간 동안 많은 작품을 썼는데 이는 아내 나탈리아 곤차로바가 많은 문학적 영감을 주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아내가 사치와 낭비가 심해서 열심히 글을 써서 생활비를 벌어야 했던 이유가 있었습니다.
푸쉬킨이 톨스토이 만큼 오래 살았다면 얼마나 더 많은 훌륭한 작품들로 우리를 매혹했을지 상상해 봅니다.
다음 주는 ‘고골‘의 <외투>를 하게 됩니다.
새 학기 첫날, 박화영샘이 새로 오셨습니다. 얼마나 반갑던지요. 수업이 끝난 후 정진희 회장님이 신입회원을 환영하는 의미로 점심을 거하게 쏘셨습니다. 수업 끝날 무렵에 오신 정민디샘은 식사 후 커피와 빵을 쏘셨습니다. 언제나처럼 우리에게 긍정의 에너지와 밝음을 전해주셨구요. 샘~ 자주 놀러 오세요^^
엄선진샘이 일이 있어 못 나오셨는데 빈자리가 커 보였어요. 다음 주에는 꼭 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