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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추억을 버물려서 모자이크하듯 엮어낸 서사적 수필 (일산반)    
글쓴이 : 한지황    16-04-11 19:25    조회 : 3,084

오늘은 김영현 산문집 <<나쓰메 소세키를 읽는 밤>> 중 한 편인

<박완서 선생과 함께>를 공부했습니다.

 

‘]사람의 인생이란 여행과 같은 것이어서 길을 가는 동안

수많은 사람들을 만나게 마련이다.‘로 시작되는 이 글은

인연, 관계에 의해 자기 삶의 형태와 색깔이 결정된다고 이야기를 풀어나갑니다.

인생이란 이런저런 인연들의 집합체인지도 모른다며 서론을 끝낸 후

본격적인 작가의 이야기로 들어가지요.

수필을 쓸 때도 처음부터 내 이야기를 쓰기 보다는

일반적인 이야기를 쓴 후 필자의 이야기로 들어가는 게 좋습니다.

내게 박완서라는 이름은 어떤 인연으로 찾아왔으며

어떤 인연으로 그이를 만났을까하는 대목에선

박완서와의 인연을 소중히 여기는 작가의 마음이 엿보입니다.

단풍 들 무렵 아차산 발치에 사시는 박완서 소설가의 집을 다녀와

이 가을에 찾아보고 싶은 사람이란 글을 쓴 적이 있는데

수 년 후 어느 시골아저씨가 그 글의 분위가 좋아

오려서 수첩에 넣고 다닌 다는 말을 듣게 됩니다.

서툰 글에서나마 희미하게 묻어나는 그이의 곱게 살아가는 모습이

하도 아름다워서 그랬을 것이라고 겸손하게 말하는 작가는

아름답게 나이를 먹어간다는 것,

한 그루 고목처럼 품격 있게 늙어간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세상인지를 말함으로써

박완서 소설가의 진가를 더욱 강조합니다.

 

그이를 처음 만났을 때 박완서라는 이름은

그 자체가 하나의 커다란 질량을 가진 무엇처럼

그 중력권 속에 들어가는 순간부터 숨이 턱 막히듯

긴장되고 떨리는 것을 어쩔 수가 없었다.’고 고백합니다.

 

임철우의 작업실 보길도를 박완서 외 여러 소설가들이랑 함께 찾아가면서

남해의 타는 듯한 햇빛이 사철나무와 동백나무의 잎사귀에 부딪혀 물비늘처럼 반짝인다.’

멋진 표현을 쓴 것도 돋보입니다.

 

술기운을 핑계 삼아 어허, 같은 문호끼리 왜 이러시나요? “하고 농을 던졌을 때

그래 난 문호지만 영현 씬 문어다 문어! “ 라고

작가의 허술한 이마를 빗대어 한 박완서 소설가의 농담에

좌중이 웃음바다가 되었다고 합니다.

이런 에피소드를 통해

그이가 이름이 지닌 무거운 질량에도 불구하고 썩 농담을 잘 할 뿐 아니라

본인만큼이나 가벼운 분이 아닐까 하는 생각까지 들었다.‘ 라고 합니다.

 

그 때 인연의 시작으로 나는 내내 박완서라는 중력장에서 헤어나지 못한 채

세상의 구석구석을 함께 떠다닐 운명을 맞게 되었다.

마치 태양 주변을 맴돌며 태양과 함께 우주를 유영하는 행성들처럼...’

그이에겐 나와의 여행이 단지 풍경의 여행에 불과했을지 모르지만

내겐 박완서라는 커다란 산을 함께 여행하는 기회이기도 했다.‘ 고 회고합니다.

그이와 여행을 하고 있으면 어딜 가나 반갑게 다가와

인사를 하는 각양각색의 사람들을 보면

그이의 이름은 특정 개인에게 주어진 명칭이 아닌

보통명사가 되어버렸는지도 모른다.‘

예술성과 대중성을 함께 획득한 보기 드문 작가라는 칭송도 잊지 않습니다.

 

이야기 수필은 재미있습니다.

마치 한 편의 짦은 소설과도 같으니까요.

추억을 버물려서 모자이크하듯 엮어낸 서사적 수필을,

특히 한 사람에 초점을 맞추어서 써보는 것도

재미있는 수필쓰기가 될 것입니다.

 

오늘은 결석자가 유난히 많았습니다.

여행 철이라 여행을 떠나신 분들도 많았고요.

미세먼지가 기승을 부리니 요즘처럼

맑고 파란 하늘이 그리운 적이 없었던 것 같아요.

아름다운 벚꽃들이 만발한데 맘껏 즐길 수가 없다니 안타까워요.

다음 주는 날씨도 화창하고 우리 강의실도 예쁜 벗들의 얼굴로

활짝 피어났으면 좋겠습니다.


진미경   16-04-11 19:49
    
오늘 수업은 두 편의 수필 합평에 이어서 소설가의 또 다른 이야기 수필속으로 풍덩 빠져버렸네요.
이재무 스승님의 맛깔난 강의로 재미와 웃음속에서 건져올린 묵직한 감동도 있었고요.
아름답게 나이를 먹어간다는 것!
그 전형을 박완서 작가에게서 발견했습니다.
오늘 결석한 문우님들  조금 아쉬울 것 같아요.
     
한지황   16-04-13 07:21
    
박완서 작가를 좋아했고 그리워하는 독자들이 무척 많다는 것을
새삼스레 느껴보았던 시간이었어요.
독토에서 함께 읽었던 박완서 문학전집이 기억나네요.
늦은 나이에 등단해서도 누구보다도 활발한 작품 활동을 했던
그분을 보며 희망을 가져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