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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외투 (러시아 고전읽기반)    
글쓴이 : 심희경    16-04-17 00:20    조회 : 4,282

  <외투>

 

고골, 그 유명한 작가의 <외투>를 읽으면서, 모든 것을 다 투자해 얻고 싶고 지키고 싶은 나의 외투는 무엇일까를 생각했습니다.

니콜라이 고골은 1809년 우크라이나 소로친스이에서 소지주 아버지와 광적일 정도로 신심 깊은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습니다. 부계, 모계의 조부들이 모두 키예프 교회 아카데미(신학교)출신이어서 종교적인 분위기의 집안이었습니다.

다채로운 농민생활과 카자흐 전통, 풍부한 민속 문화가 전래되어 오던 우크라이나 시골에서 소년시절을 보냅니다. 이때 경험한 고향의 전통은 후에 <<디칸카근교 야화>>에 환상적인 정령, 도깨비 이야기 등을 바탕으로 쓰여진 8편의 중 단편으로 실렸습니다.

네진스키 중등학교시절부터 풍자에 남다른 재능을 보이며 시와 산문을 쓰고 학교연극에서 우스꽝스러운 노인이나 여자 역할을 연기하기도 했습니다.

학교 졸업 후 관리가 될 꿈을 안고 페테르부르크로 갔으나 곧 돈과 든든한 배경 없이는 출세 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잠시 관청에서 말단관리로 일하기도 했는데 이때의 비참했던 체험이 나중에 <외투>를 비롯한 몇몇 작품에 반영됩니다.

배우가 되려고도 했으나 번번이 채용심사에서 떨어지고, 자비로 시집을 출판했지만 실패해서 그 시집을 모두 사들여 불태워 버리기도 했습니다. 거듭되는 실패에 미국으로 건너가려고 독일의 항구 뤼베크행 배를 탔지만 미국까지 가지 못하고 독일만 여행한 후 돈이 떨어져 페테르부르크로 돌아옵니다.

<외투>를 극찬했던 비평가 벨린스키가 고골을 채찍의 설교자이자 반 계몽주의와 사악한 탄압의 옹호자라고 비난하자 심하게 낙심한 고골은 신의 총애를 영영 잃었다고 믿으며 기도와 금욕생활을 더 열심히 하게 됩니다. 팔레스타인을 순례하기도 했지만 마치 저주 받은 영혼처럼 여기저기 떠돌다가 모스크바에 발을 붙이게 됩니다. 그곳에서 마트베이 콘스탄티노비치라는 광신적 사제의 영향을 받았는데 그의 명령에 따라 <죽은 혼> 2부를 태워버리고 1852년 사순절 기간 중 반미치광이 상태에서 굶어 죽습니다.

모스크바의 다닐로프 수도원에 묻혔다가 후에 그 수도원이 폐쇄되면서 노보데비치 수도원으로 이장됩니다. 2009년 고골 탄생 200주년에, 원래 묘에 가깝게 복원되면서 비문이 지워졌던 묘석은 20세기 러시아 작가 불가코프의 묘로 옮겨졌습니다.

그는 탁월한 낭송가 였으나 신체적 콤플렉스가 심했고 어머니로부터 받은 종교적 영향으로 항상 죄의식에 시달리곤 했습니다.

<외투>1839년 여름에 착안해서 1841년 로마에서 완성하고 1842년 발표했습니다. <> <초상화> <네프스키 거리> <광인일기>와 더불어 페테르부르크 이야기라 불리는 작품 군을 형성합니다.

이 작품은 비판적 리얼리즘의 성격을 갖고, 러시아의 관료주의와 비인간성의 고발과 더불어 소시민의 비극을 표현했습니다. 또한 작가가 어릴 적 들었던 민담, 전설 등에서 비현실적 요소들을 적절히 활용하여 환상적 리얼리즘을 담아냈습니다.

 

혹은 더러운 것이라는 뜻의 이름을 가진 아카키 아카키예비치는 하찮은 외모의 만년 9등급 하급관리입니다. 문서 정서 업무를 맡고 있는 그는 박봉에다가 동료들의 비웃음과 냉대, 무시를 당하면서도 그럭저럭 만족하며 살아갑니다.

어느 날, 더 이상 기워 입을 수도 없는 낡은 외투 대신, 갖고 있던 비상금을 톡톡 털어 간신히 새 외투를 마련합니다. 새 외투를 입은 그는 마치 전혀 다른 사람이 된 듯 기분이 좋아지고 삶이 생기가 넘칩니다. 그러나 그 기쁨은 잠시였고 강도에게 외투를 강탈당합니다. 외투를 찾기 위해 유력인사에게 청원하러 갔으나 심한 모욕만 당하고 돌아와 고열로 앓다가 죽게 됩니다. 그가 죽은 뒤 그 도시에는 타인의 외투를 강탈해 가는 유령이 나타나곤 했습니다.

소설의 배경이 되는 도시 페테르부르크는 리얼리티와 환상의 이중성을 고골적인 감각으로 실현시키고 있습니다. 실제의 페테르부르크도 세련되고 풍요로운 외관과 그 밑에 숨겨진 빈곤, 야만성의 대립적 양상을 갖고 있습니다. <외투>에서는 이 도시의 가난과 고독 속에 사는 작은 인간을 담아냈습니다.

이 소설에서 나타나는 현실과 환상의 조화는 고골이 즐겨 쓰는 특징이며, 기독교적인 선악의 개념으로 유령의 응징이 있었습니다.

외투라는 단어는 여성성의 단어인데, 주인공은 멋진 새 외투를 얻고 잠시나마 남성성을 회복합니다. 결혼도 하지 못한 그에게 그 외투는 연인이었습니다. 그리고 잃은 외투를 찾으러 다니는 그의 모습은 착한 사람의 마지막 저항이었습니다.

이 소설을 다 읽은 후 시대와 장소를 막론한 갑을관계가 머릿속에 떠올랐습니다. 토론 때에 우리는 혹독한 갑질을 당한 그가 불쌍해서 외투를 사 주고 싶다고 했습니다. 우리시대와 무관하지 않은 아카키 아카키예비치의 삶, 우직하게 일하지만 가난을 벗어나지 못하는 작은 사람들을 생각하게 하는 마음이 짠해지는 소설입니다.



 

 

 

 

 

 


심희경   16-04-17 00:43
    
박서영샘, 수업이 끝난 후 잠시의 깜짝 기증 행사로 우리를 즐겁게 해 주셨습니다.
제가 받은 꽃무늬 운동화가 제 발에 잘 맞더군요.  다음 시간에 신고 갈께요 ^^ 
  김정희샘, 커피와 빵도 고마웠구요.
임명옥   16-04-17 13:57
    
언제나 배우고 익히며 일보 나아가는 러시아문학지기입니다..
나의 외투는 얼마나 값을 들여 장만했는지 그만한값을 해내고 있는지 다시금 생각하게 하는 시간이었어요.
단편이라 매주 읽어가는 작품에 매료됐답니다. 강의에 몰두하게 해주는 김은희 선생님께 감사하며 동참하시는 샘들의 열의에 벌써 여름이 오는듯 하답니다..
담주에도 함께 해요
심희경반장님의 점심대접에 더 즐거웠습니다~~♡
이영희   16-04-18 07:30
    
심희경님의 글을 읽으며..찬찬한 성품도 함께 읽습니다.
그날 배운것을 다시 떠올리게 합니다.

'옷이 날개'..
그 날개를 딱 하루만 펼쳐보곤 강도에게 빼앗기고
거기다 한심한 완장을 찬  놈들에게  마지막 혼신을 다한 미미한 기운마저 꺽여버려
작은새는 처참히 죽어간...ㅠㅠ

우울한 이야기.
고골이 젊은 나이에 죽은 이유와 결코 무관하지 않은 *외투*의 결말.

새로 오신 분을 환영하는 ..반장님의 ..점심 감사했습니다.
김정희님의 향시로운 차...goooooood~~
박서영   16-04-18 07:40
    
심반장님~ 환한 미소로 항상 반겨주시고 러시아반의 미래를 위해 모든 생각과 대화가 기, 승, 전, 러시아반이신  열의에 감동, 감탄하고 있습니다.  대학원수준의 러시아문학 여행길은  그래서  더 빛나고 소중합니다.
순전한 마음씀이 작은 행복감을  드렸다니 제가 더 행복합니다.
꽃신을 신고 뛰어보자 폴짝~~ 감사합니다. 목욜이 기다려집니다~
김정희   16-04-18 16:23
    
...가죽끈의 옹호자 ,무지의 사도,반계몽주의자의 챔피언,타타르 방식의 찬성자인 당신은 무얼하고 있는가?....당신의 발밑을 보라.
당신은 나락위에 서 있다....(중략)...만약 당신이 러시아를 사랑한다면 , 당신의 책이 실패한 것을 우리와 같이 즐거워하라! ...(하략)
<고골에게 보내는 편지>에서 이렇게 혹독하게 고골을 비평한 벨린스키도 인정한 작품 <외투> .

거위털 펜 한 묶음과 하얀 공문서용 종이 24매 한 묶음, 양말 세켤레,바지에서 떨어진 단추 두세개,
그리고  비루한 덮개 외투로 남은 존재.
파리 한마리라도 핀에 꽂아 현미경으로 들여다 보면서 어떤 것도 놓치지 않는 자연관찰자조차도
주의를 기울이지 않았던 아카키예비치의 존재감은 페테르부르크 밤거리에서 값비싼 외투를
강탈하는 유령이 되어서야 비로소  그 존재감은 극대화 되지요.

서류를 자기가 좋아하는 필체로 베껴쓰는 일에 희열을 느끼고  "내일이면 신께서 정서하라고 무엇인가를 또 보내시겠지 ?"하며
잠자리에 드는 아카키예비치의 평화로운 삶을 송두리채 앗아간 페테르부르크 밤거리에 대한 묘사는 압권이었습니다.

'A는 B다' 라고 말하기 위해 'A는 B가 아니다' 라는 문장으로 시작해서 마치 나선형으로 기술해나가는
고골의 풍자적이고 골계미 넘치는 문장에 경이를 표합니다. 
 벨린스키에게  저주에 가까운 비난을 받았던 문장들과  고골이 반미치광이 상태에서 죽기 전에
불태워 버린 많은 시와 작품들이 무척이나 궁금해집니다.

한 작품 한작품 ... 고급스러운 지성의 향연으로 이끌어주시는 김은희 샘 덕분에
푸시킨과 도스토옙스키를 하나에 담은 하이브리드형 작가 (이건 제 개인적인 억측일뿐~^^)
고골의 <외투>의 슬픈 여운으로 마음 정화 해봅니다.

반장님 . 언제나 그렇듯이 조용히 봉사하시는 모습에 늘 숙연해집니다.
한국산문을 위해 수고 많으시는 정진희 회장님의 점심 대접에 미.고.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