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선 / 정종목
한때 넉넉한 바다를 익명으로 떠돌 적에
아직 그것은 등이 푸른 자유였다
고등어, 참치, 청어, 정어리, 꽁치,,,그런 이름을 달고부터
그물에 얽히고 몇 두릅씩 묶여 생선은
도마에 오른다 도마에 올라
두고 온 바다를 헤집는 칼날
시퍼렇게 날을 세운 배후의 북음을 넘보고
살아서 지킨 육신의 토막토막
냉동한 자유, 성에 낀 비늘을 털어
까마득한 불면의 바다를 지탱해온 가시와 뼈를 발리우고
부드럽게 등을 구부리고 마지막 실긴을 위해
재단 위에 오른다 석쇠 위에서
시커멓게 알몸을 그슬려
마침내 헛된 저의 이름마저 산산이 찢기우고
소금을 뿌려주세요 환호처럼 은총처럼
가슴까지 뼛속까지 황홀하게 저미도록
오늘도 헛된 이름을 쫒아 붉은 아가미를 헐떡이며
보이지 않는 그물 속으로 쓸려가는 고기떼, 고기떼
썩은 생선들, 백태 깐 눈알들이여
잡히기 전까지 물고기들에게는 이름이 없습니다.
잡히고 나면 이름이 생기지요.
바다는 세상, 물고기는 각자 다른 유전자를 가진 인간들로 볼 수 있습니다.
우리들도 제도. 관습, 이데올로기 등에 얽매어
그물에 갇힌 물고기들처럼 자유롭지 못한 삶을 살고 있는지도 모르니끼요.
진미경님이 오랜만에 고쳐온 <고등어>를 읽고 모두들 박수를 쳤습니다.
29세에 홀로 되어 시부모와 아이들 셋을 위해 열심히 사셨던 모습이
고등어라는 소재를 통해 자세히 그려져 있습니다.
가슴 뭉클하면서도 시적 표현이 군데군데 보이는 훌륭한 수필이지요.
미경님, 그동안 써놓은 수필들이 햇빛을 받아 환히 빛나기를 기대합니다.
안재성 소설가의 <인생을 바꾸는 글쓰기>라는 책이 있습니다
마음속 깊은 곳에 자리 잡고 있는 무거운 기억들과 생각들을
종이 위에 내려놓음으로써 글쓰기는 필자의 삶을 자유롭게 해준다고
지은이는 말하고 있습니다.
문학적 향기를 품은 글쓰기는 영혼도 자유롭게 해줍니다,
무한한 행복감에 빠지게 해주는 글쓰기는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매력을 갖고 있습니다.
글쓰기 중독에 빠지면 헤어나기 힘이 든 까닭도 여기에 있습니다.
전문직에 종사하던 많은 이들이 글쓰기 강좌로 몰려드는 것도
행복감을 맛보기 위해서이지요.
이청준의 <눈길>은 작가의 자전적 소설입니다.
가난한 가정에서 자란 주인공은
지붕개량을 해야 하는 노모의 시골집에서 하룻밤을 묵으며
고쳐드려야 한다는 의무감과 받은 것도 없는데
굳이 그래야하는지에 대한 양가적 감정으로 갈등합니다.
그러나 학창 시절 아들을 배웅하고 돌아가던 길에
아침 햇살이 부끄러워 시린 눈을 해 가지고는
동네에 선뜻 들어설 수 없었다는 노모의 말에
노모를 이해하게 되고 화해를 하게 되는 귀향 소설입니다.
이청준은 <<서편제>>,<<이어도>>,<<새와 나무>,<<병신과 머저리>>,<<축제>> 등등
문제작을 많이 썼고 영화가 된 작품도 많습니다.
꼭 읽어봐야 할 소설들입니다.
수업 중 갑자기 쏟아 내린 폭우로 다들 놀라서 귀가를 서둘렀습니다.
환하고 따스했던 한낮이 무색할 정도로 갑작스런 비였지요.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던 목련, 벚꽃들이 놀라서 다 떨어졌을까봐 걱정입니다.
봄이 서서히 물러가고 있다는 사실도 섭섭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