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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학적 향기를 품은 글쓰기는 필자의 삶을 자유롭게 해줍니다 (일산반)    
글쓴이 : 한지황    16-04-18 19:31    조회 : 3,134

생선 / 정종목

 

한때 넉넉한 바다를 익명으로 떠돌 적에

아직 그것은 등이 푸른 자유였다

고등어, 참치, 청어, 정어리, 꽁치,,,그런 이름을 달고부터

그물에 얽히고 몇 두릅씩 묶여 생선은

도마에 오른다 도마에 올라

두고 온 바다를 헤집는 칼날

시퍼렇게 날을 세운 배후의 북음을 넘보고

살아서 지킨 육신의 토막토막

냉동한 자유, 성에 낀 비늘을 털어

까마득한 불면의 바다를 지탱해온 가시와 뼈를 발리우고

부드럽게 등을 구부리고 마지막 실긴을 위해

재단 위에 오른다 석쇠 위에서

시커멓게 알몸을 그슬려

마침내 헛된 저의 이름마저 산산이 찢기우고

소금을 뿌려주세요 환호처럼 은총처럼

가슴까지 뼛속까지 황홀하게 저미도록

오늘도 헛된 이름을 쫒아 붉은 아가미를 헐떡이며

보이지 않는 그물 속으로 쓸려가는 고기떼, 고기떼

썩은 생선들, 백태 깐 눈알들이여

 

잡히기 전까지 물고기들에게는 이름이 없습니다.

잡히고 나면 이름이 생기지요.

바다는 세상, 물고기는 각자 다른 유전자를 가진 인간들로 볼 수 있습니다.

우리들도 제도. 관습, 이데올로기 등에 얽매어

그물에 갇힌 물고기들처럼 자유롭지 못한 삶을 살고 있는지도 모르니끼요.

 

진미경님이 오랜만에 고쳐온 <고등어>를 읽고 모두들 박수를 쳤습니다.

29세에 홀로 되어 시부모와 아이들 셋을 위해 열심히 사셨던 모습이

고등어라는 소재를 통해 자세히 그려져 있습니다.

가슴 뭉클하면서도 시적 표현이 군데군데 보이는 훌륭한 수필이지요.

미경님, 그동안 써놓은 수필들이 햇빛을 받아 환히 빛나기를 기대합니다.

 

안재성 소설가의 <인생을 바꾸는 글쓰기>라는 책이 있습니다

마음속 깊은 곳에 자리 잡고 있는 무거운 기억들과 생각들을

종이 위에 내려놓음으로써 글쓰기는 필자의 삶을 자유롭게 해준다고

지은이는 말하고 있습니다.

문학적 향기를 품은 글쓰기는 영혼도 자유롭게 해줍니다,

무한한 행복감에 빠지게 해주는 글쓰기는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매력을 갖고 있습니다.

글쓰기 중독에 빠지면 헤어나기 힘이 든 까닭도 여기에 있습니다.

전문직에 종사하던 많은 이들이 글쓰기 강좌로 몰려드는 것도

행복감을 맛보기 위해서이지요.

 

이청준의 <눈길>은 작가의 자전적 소설입니다.

가난한 가정에서 자란 주인공은

지붕개량을 해야 하는 노모의 시골집에서 하룻밤을 묵으며

고쳐드려야 한다는 의무감과 받은 것도 없는데

굳이 그래야하는지에 대한 양가적 감정으로 갈등합니다.

그러나 학창 시절 아들을 배웅하고 돌아가던 길에

아침 햇살이 부끄러워 시린 눈을 해 가지고는

동네에 선뜻 들어설 수 없었다는 노모의 말에

노모를 이해하게 되고 화해를 하게 되는 귀향 소설입니다.

이청준은 <<서편제>>,<<이어도>>,<<새와 나무>,<<병신과 머저리>>,<<축제>> 등등

문제작을 많이 썼고 영화가 된 작품도 많습니다.

꼭 읽어봐야 할 소설들입니다.

 

수업 중 갑자기 쏟아 내린 폭우로 다들 놀라서 귀가를 서둘렀습니다.

환하고 따스했던 한낮이 무색할 정도로 갑작스런 비였지요.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던 목련, 벚꽃들이 놀라서 다 떨어졌을까봐 걱정입니다.

봄이 서서히 물러가고 있다는 사실도 섭섭합니다.


진미경   16-04-19 16:55
    
어제 수업시간의 강의가 생생하게 전해옵니다. 
정종목 시인의 생선을 해설과 함께 이해하니 고개가 절로 끄덕여지네요.
후기 쓰시느라 수고많으셨습니다.  해인사도 다녀오고  피곤하실텐데요.
학생이 공부를 안하는 것이 결코 자랑이 아닌데 그 동안의 게으름이 부끄럽습니다.
비문도 많았는데 격려로 용기를 주시니 약간의 떨림이 생깁니다.
같이 책을 읽고 좋은 문장을 공감하는 시간들이 쌓여서 조금 더 나은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수업 중 급변하는 날씨에 행여 예쁜 봄꽃이 떨어질까 염려하는 반장님의 마음이 따뜻합니다.
그래도 봄은 5월까지 계속되겠지요 .^^
     
한지황   16-04-22 06:11
    
어머니가 고등어를 다듬고 요리하는  모습이 눈에 선히  보이듯 형상화가 잘된 글이었어요.
하루종일 일하시다  지쳐서 쓰러지시는 어머니 대목에선 가슴이 찡했고요.
고등어를 볼 때마다 저도 미경샘의 어머니를 떠올릴 터이니
이 수필은 독자에게 감정이입을 일으킨 좋은 수필이어요.
가슴을 적셔줄 다음 편이 기대됩니다.
정정미   16-04-19 20:32
    
반장님 수고하셨습니다
매 주 후기를 쓰는 게 보통 힘든 일이 아니지요.
수업내용 수업분위기가  한 눈에 쏙 들어옵니다  감사합니다.

미경샘 작품을 합평하는 내내 칭찬과  박수소리로 가득 찼지요
작품 속,  샘의 어머니를 뵙고 싶을 만큼 정이 갔습니다 그 만큼 잘 쓰셨다는 거겠죠 ㅎ
조금 더 나은 사람이 되고 싶다는 미경샘의 바램보다 훨씬 더 일 거예요

꼭 읽어야 할 책들이 넘 많지요
그래서 더 즐겁고 설레이는지 모르겠습니다
혼자가 아니라서 멀어도 걱정없어요~~
결석하신 샘들 담주 꼭 뵙고싶어요
한 주 잘보내시고 화이팅입니다^^
     
한지황   16-04-22 06:18
    
글쓰기만큼 긍정적인 중독이 없다는 스승님의 말씀이 가슴에 와닿던 수업이었어요.
글쓰기로 입문한  것, 열심히 그 길을 걸어가고 있다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 일인지도 깨달았고요.
좋은 수필을 대할 때,  그것도 지인이 필자일  때 그 기쁨은 더욱 크지요.
우리 모두 글쓰기 중독에서 헤어나지 못하게 되기를 바래봅니다.
총무님의 할머니란 글이 생각나네요.
진미경   16-04-22 09:26
    
저도 정정미 총무님의 할머니를 가끔 꺼내서 읽어봅니다.
섬세하고 깊이있는 묘사가 압권이었지요.
글감이 가족인 경우는 쓰는 동안 마음이 아프지만 추억을 통해
가족애가 더 단단해집니다. 그러나 용기가 조금 필요해요.
드러내야하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