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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건너 뛸 때는 과감히 건너 뛰어야.....(일산반)    
글쓴이 : 한지황    15-08-24 19:03    조회 : 4,043

경쾌한 유랑 / 이재무

 

 

새벽 공원 산책길에서 참새 무리를 만나다

 

저들은 떼 지어 다니면서 대오 짓지 않고

 

따로 놀며 생업에 분주하다

 

스타카토 놀이 속에 노동이 있다

 

, 경쾌한 유랑의 족속들은

 

농업 부족의 일원으로 살았던

 

텃새 시절 기억이나 하고 있을까

 

가는 발목 튀는 공처럼 맨땅 뛰어다니며

 

금세 휘발되는 음표 통통통 마구 찍어대는

 

저 가볍고 날렵한 동작들은

 

잠 다 빠져나가지 못한 부은 몸을,

 

순간 들것이 되어 가볍게 들어 올린다

 

수다의 꽃피우며 검은 부리로 쉴 새 없이

 

일용할 양식 쪼아대는,

 

근면한 황족의 회백과 다갈색 빛깔 속에는

 

푸른 피가 유전하고 있을 것이다

 

새벽 공원 산책길에서 만난,

 

발랄 상쾌한 살림 어질고 환하고 눈부시다

 

 

거처가 정해지지 않은 참새들은 유랑생활을 합니다.

발랄 상쾌한 그들의 살림살이는 환하고 눈부시다고 말하는 시인에게

삶이란 흔들리면서 가는 역설과 역동임이 분명합니다.

이 시를 쓰면서 시인은 참새에 관해 공부하기 위해 사전을 펼쳤다고 합니다.

황족, 회백, 다갈색은 다 사전에서 얻은 소득입니다.

아무리 잘 아는 소재일지라도 사전을 찾다보면

유사어, 고유한 우리말도 찾을 수 있습니다.

글을 쓸 때 사전부터 펼치는 습관을 들여야겠습니다.

 

 

 

어둠이 그립다/ 이재무

 

도회지에 하는 오래 살다 보니 진한 어둠이 도회지에 그리울 때가 있다

 

왜 있지 어둠이 않은가 광 속처럼 한 치 앞도 분간키 어려운 캄캄한,

 

그 원색의 어둠이 뜬금없이 한 울컥 사무칠 때가 있는 것이다

 

도시의 어둠은 지쳐 있다

 

뜬금없이 오래 입은 난닝구처럼 너덜너덜하고 빵구가 난 곳도 있다

 

밤마다 휘황찬란한 불빛에 쫓긴 어둠들은 어디에서 유숙하는 걸까

 

 

 

시골길 / 이재무

 

 

울퉁불퉁한 시골길을 걷는다

 

두근두근 길도 내가 그리웠나 보다

 

이제사 알겠다

 

내가 시골길에서 자주 넘어지는 이유

 

 

사람들만 문명에 시달리는 것이 아닙니다.

무생물들은 잘 모르겠지만 생물들은 모두 잠을 잔다고 합니다.

가로등 불이 켜져 있는 곳의 곡물들은 잠을 잘 자지 못해 잘 자라지 못하지요.

동식물은 10시쯤 잠이 들어 3~4시에 깨어납니다.

인간도 원래는 그런 리듬에 맞추어 살았지만

불이 발견되면서 질서가 흔들리기 시작했지요.

 

 

타이어는 속도를 상징합니다.

속도의 표상이지요.

타이어의 탄생은 속도의 탄생입니다.

도로를 벗어난 타이어는 속도의 경쟁에서 물러난 운명입니다.

닳고 닳아서 버려진 폐타이어는 우리의 미래를 보는 것과 같습니다.

 

함민복의 수필 <푸덕이는 숭어 한 지게 짊어지고>를 공부했습니다. 

표현이 돋보이는 문장을 옮겨봅니다.

 

바닷바람이 못에 걸린 천 갈라지듯 내 몸에 걸려 후르르륵 갈라진다

바람이 내 몸을 읽는다

체력이 떨어지자 죽음에 대한 기억들이 삐죽삐죽 돋아났다

가을 낙지는 문에 문패달고 살지

다른 세계로 넘어가는 죽은 사람의 다리가 되어 걸어가 주지 못한 내 삶이 한심했다

마음이 비포장길처럼 덜컹거렸다

어머니의 얼굴엔 주근버섯이 풍년이었다

 

지루할 정도로 경험 사례를 촘촘이 묘사하다가도

건너 뛸 때는 과감히 건너 뛴 함민복의 수필기법을 우리도 배워야겠습니다.

우리는 사유의 숙성을 통해서 문자로 기록된다고 생각하지만

기록한 이후에 사유가 나옵니다.

평상시는 잡다한 생각, 욕망에 시달리다가

문자를 통해서 사유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글을 쓰지 않으면 사유 또한 존재하지 않습니다.

글을 써야하는 이유를 새삼 깨달으며 오늘 강의는 끝을 맺었습니다.

  

인영샘이 맛있는 불고기 정식으로 푸짐한 점심 한 턱을 내셨습니다.

후식으로 달콤한 눈꽃빙수까지 먹었습니다.

유럽여행을 마치고 돌아온 선희샘이 달콤한 초콜렛과 함께 오셨습니다.

아직 바쁜 일정을 끝내진 못한 벗들의 빈자리가 많았지만

가을 학기에는 다시 채워질 것을 맏습니다.

한 주 남은 팔월 마무리 잘 하시고 가을이 시작되는 구월에 만나요.

 


김선희   15-08-24 20:16
    
후기 감사드려요 늘 수고하심에 감사^^
글을 써야 사고가 깊어진다는 말에 공감
중요한 핵심 콕콕 짚어주는 이재무샘 강의를 잘 간추린 최고 후기임다^^(하트)(최고)
     
한지황   15-08-25 15:00
    
구릿빛 피부를 기대했지만 그다지 변하지 않은 모습으로 돌아오신 선희샘!
얼마나 많은 것을 보고 느끼고 담아왔을지 기대되어요.
비록 멀지는 않지만 우리끼리 봉평에 갈 날을 기다려봅니다.
최영자   15-08-24 22:50
    
~~  더 어지러워지기 전에  에너지를 보충해야 한다. 나는 잡아 놓은 망둥이 한마리를 꺼내 배를 따고 짠물에 흔들어 씹어 먹었다. 단지 에너지를 위하여. 비렀다.  함 민복 <눈물은 왜 짠가> 중에서
 
함민복 시인의 수필을 읽으면서  가난때문에 고생하는 시인의  모습이 안타까웠습니다
시인이 행복하게 잘 사는 세상이었으면 좋겠습니다.

오늘 예쁜 모자 쓰고 오신 성희샘과 한나샘 . 모자가 어울리는 모습  아름다웠습니다.
자연을 닮은 여인 선희샘. 초콜렛 맛있게 잘 먹었습니다.
늘 베풀어 주시는 인영샘. 점심에 참석은 못 했지만  따뜻함이  저에게 옮겨와  훈훈합니다.
반장님. 후기 쓰시느라 수고하셨습니다.

 바람이 시원합니다.
벌써  플라타너스 낙엽이  바람에 뒹글며 길바닥에 몰려다니네요.

좀 더 시원해지는  9월에 건강한 모습으로 우리 모~두  다시 만나요.
     
한지황   15-08-25 15:05
    
예삐야. 어디 있니? 라는 영자샘 수필 마지막 문장이 지금도 가슴을 뭉클하게 합니다.
동물도 같이 살다보면 식구랑 다름이없지요.
어디로 날아갔는지 행방조차 알 수없는 모란 앵무새 예삐를 잊지 못하는  영자샘의 마음이 잘 전달되는 글이었습니다
진미경   15-08-25 09:46
    
저도 늘 아낌없는 수고를 하시는 반장님께 감사드려요.
인영샘과 함께 하는 점심식사도, 보강수업도 참석하지 못해 그 아쉬움을 명품후기로
달래봅니다.

서울서 돌아와서 저녁식사를 끝내고 피곤해서 자려다가
EBS국제 다큐영화제 생각이 났습니다.
스톡홀름씨의 좋은 날.... 생명역동농업을 고수하는 농부에게서
진정성과 성실성을 보았습니다.
소의 깊은 눈망울을 들여다보며  소의 마음을 읽는 듯했고요.
누구의 마음을 읽는다는 것은 의도적 행위이지만
그것을 이끌어내는 것은 친밀함입니다.

개강일까지 주어지는 2 주의 시간이 아쉽지않게 보내고싶어요.
게으르지않는 스톡홀름씨처럼 !
한지황   15-08-25 15:19
    
매년 열리는 다큐영화제는 늘 기다려지는 영화제이지요.
하루에 여러 편을 하는데 저도 스톡홀름씨의 좋은 날을 선택했어요.
덴마크  농촌의 아름다운 풍광과 식물을 TV화면으로 보자니 안타깝기도했지만 생소한 농장생활을 엿보는 재미가 쏠쏠했지요.
여든이 다 된 나이에도  소신을 잃지않고 자연 친화적인 농사를 짓는 스톡홀름씨에게 박수를 보냅니다.
오늘 밤은 티타임을 보려고요.할머니들의 우정이 기대되는 영화이어요.미경샘도  저랑 같은 선택을 했나요?
진미경   15-08-25 20:33
    
네 ^^ 저도 티타임 선택했어요.♥?
공인영   15-08-25 22:27
    
아고, 수다스러운 장문의 댓글이 날아가버렸습니다.^_^;
(예전 같으면 기어이 뇌에 몽둥이 찜질이라도 해서 기억 밖으로 나간
문장들을 끌고 오겠지만 이젠 그런........... 미련과 열정은 사라졌나 봅니다 헤헤)
하여 고상하게 단문으로 마무리할까 봅니다.
한 한기 동안  강의해주시느라 우리 스승님 애쓰셨습니다. 감사합니다.
또 얼굴 맞대고 때론 가슴도 맞대며 서로를 읽고 풀어내고 또 해석해주던
우리 식구들 참 따뜻했습니다.
어느 새 여름학기 다 지나고 숨차게 건너온 계절의 끝자락에서 잠시 쉬렸더니
나라 안팎의 불안으로 앉은 자리가 마냥 꽃자리는 아니올씁니다.
그래도 연민으로 품어야 할 이 땅의 내일을 기원하고 기도하며 두 손 모아봅니다.
느닷없는 총성에 다친 젊은이들에게도 큰 위로와 격려가 가득하길 두 손 모읍니다.

잠시 휴식하며 얻게 될 저마다의 시간,  여름 마무리 잘 하는데 쓰시고
재충전된 몸과 마음으로 다시 희망의 등불 아래 모이기로 해요.
예전의 저와 비교해도 엄청 유쾌하고 씩씩해진 저를 있게 해준 벗들과의 시간에
새삼 고개 숙이며  서늘하다못해 발 모가지 시려오는 이 밤, 한 분 한 분의 이름을
불러보며 사랑을 전합니다... 

지황씨, 미경씨,
한밤의 티타임?  나쁘디 않아요~~~~^^
시간 되면 그 시간에 거기서들 봅시다 ㅋㅋ
공인영   15-08-25 22:34
    
쓰고 보니 이거이 뭐 장문도 단문도 아닌
 잡문이 되었네요. 거 참, 쏘리입니다.^^;
     
한지황   15-08-26 07:45
    
ㅎㅎ 인영샘의 경쾌한 글 한 편에  웃어봅니다.
날아간 수다스런 장문이 아쉽기만 하네요.
저도 스마트폰으로 댓글을 달던 중 허무하게 사라지면 얼마나 속이 상하던지......
연필로 꾹꾹 눌러 쓰던 아날로그  시대에는 상상도 못하던  상실감이죠.빠른 속도감 뒤에 숨어 있는 불안감이라고나 할까요?ㅎ
인영샘 덕분에 먹어본 업그레이드 팥빙수의 달콤함이 아직도 입안에 남아있어요.
며칠 남지 않은 팔월, 부디 행복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