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2014년 금요반 첫 수업이 시작되었습니다.
역시 새해는 좋은 인사로 시작합니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만남에서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가 나왔지요.
오늘 받은 복만으로도 배가 불렀답니다.
송교수님도 좋은 덕담으로 수업을 시작했습니다.
오늘 못 나오신 박재소님, 김홍이님, 정지민님, 오수화님, 조예향님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다음 주에는 뵐 수 있기를 바랍니다.
황경원님의 <기이한 동행>
책 출간하시고 4년 만에 처음으로 내신 글이라 더 관심이 가는 작품이었습니다.
자신이 굽이굽이 넘어온 힘든 시간들이 영화 <라이프 오브 파이>와 잘 어우러져 한편의 글이 되었습니다. “시련은 그때마다 나의 소중한 것들을 하나씩 물어가버렸다.” 이 문장만으로도 가슴이 먹먹해 잠시 숨을 고르게 했습니다. 오랜만에 내신 글이지만 숨겨진 내공이 어디 가겠어요. 한번에 ‘완’을 받았습니다. 이 글은 3월호 <한국산문>으로 갑니다.
송교수님의 평
좋아요. 어려운 마음 상태를 풀어서 아주 잘 섰습니다. ‘~같았다’ 같은 문장을 ‘~였다’ 로 써보세요. 글의 강열함이 살아납니다. 또 다른 자아를 들어내는 문장으로 강열하게 써 보는 것도 좋을듯합니다.
이 영화는 저도 지난해 봤습니다. 3D로 정신을 홀랑 빼앗겨서 봤지요. 그리고는 그만 잊었는데 이렇게 한 사람의 삶에 투영되어 나온 영화는 새롭게 다가왔습니다. 좋은 글이 영화를 더 빛나게 한다는 것을 저는 오늘 배웠습니다.
안명자님의 <들판의 민들레야>
‘호숫가에 핀 민들레야’로 시작되는 이글은 민들레에게 대화하듯 쓰인 글입니다. 작가는 삶을 돌아보며 고백하듯 민들레에게 털어놓으며 위로하고 위로 받으며 속삭이듯 이야기를 풀어놓고 있습니다. ‘네 말처럼 인생은 그런 거였어. 빛과 어둠이 이어지는 그 길을 통과 하면서 지금은 손자들과 함께 너를 반기고 있구나’ 이렇게 연륜이 묻혀있는 글입니다. 물론 이 글도 한번에 ‘완’을 받았습니다. 안명자님의 열정에 늘 놀라고 있는 요즘이랍니다.
송교수님의 평
고칠 곳이 없고 아주 좋은 글입니다. 문학소녀의 색체가 물씬 풍겼습니다. 모든 문장의 끝 부분을 ‘했다’로 객관화 시켜도 좋을 것 같아요.
상향희님의 <갑을 관계>
이글은 요즘 핫한 이슈로 떠오르고 있는 갑을 관계에 대해서 쓴 글입니다. 실제 갑을이란 서류상 불편을 줄이기 위해 시작되었다고 하는데 요즘은 불평등한 사회관계를 이르는 말이 되었다고 하네요. 글의 후반부는 작가의 부부관계가 갑을 관계였다는 고백과 함께 자신의 이야기로 재미있게 잘 마무리 되었습니다. 이 글도 한번에 ‘완’을 받았습니다.
송교수님의 평
지금까지 상향희님이 문학소녀 같은 글을 쓰셨는데 오늘은 문학소녀 글은 안명자님께 물려주고 사특한 리얼리스트가 되었습니다. 글이 좋습니다. 뒷부분이 재미있고 실감나서 더 좋았습니다. 따로 할 말이 없습니다.
이렇게 극찬을 받았습니다. 이 글의 마지막에는 ‘평생 을이라고 했지만 사실은 갑 행세를 했던 사특한 을이었다.’로 마무리 되어 있는데 송교수님도 사특하다는 이 말로 평을 한신 것 같습니다.
이렇게 멋진 글 들을 새해부터 내시니 2014년의 금요반은 글 풍년이 들것 같은 예감입니다.
그리고 송교수님이 지난주에 저희들에게 약속하셨던 스웨덴 작가 요나스 요나슨의 소설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을 소개해주셨습니다. 줄거리와, 이 소설이 왜 재미있는지, 어떤 이야기들이 담겨있는지, 작가가 꽤 깊은 역사관을 가지고 있다는 설명, 그리고 소설에 나오는 북한 이야기도해 주셨습니다. 소설가에게 듣는 소설속 이야기는 저희 수업을 더 알차게 했습니다. 발상이 자유로워서 좋다는 이 소설은 구성이 흥미롭습니다. 2005.5.2.일부터 6.16일 까지 1달 보름동안에 벌어진 이야기입니다. 수사관들이 벌이는 일지형식으로 쓰인 글입니다. 서문이 아주 짧지만 강열하답니다.
기자와 PD로 오랜 세월 일해 온 작가의 늦깎이 데뷔작인 이 소설은 인구 900만의 스웨덴에서 100만 부, 전 세계적으로 500만 부 이상 팔리며 '백 세 노인 현상'을 일으켰습니다.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은 1905년 스웨덴의 한 시골 마을에서 태어난 주인공이 살아온 백 년의 세월을 코믹하고도 유쾌하게 그린 작품입니다. 이제 막 백세가 된 노인 알란이 백 번째 생일 파티를 피해 도망치는 현재에서 시작하는 사건과 그가 지난 백 년간 살아온 인생 역정, 두 줄기의 이야기로 진행됩니다. 백 살 생일날 새로운 인생을 찾아 떠나면서 벌어지는 해프닝과 백 년의 세계사가 교차하는 이야기를 보다 보면 코믹 미스터리 로드 무비와 세계사 다이제스트를 동시에 보는 듯한 기분이 듭니다.
작품은 2005년 5월 2일 백 살 생일을 맞은 알란이 양로원을 탈출하는 데서 출발. '이제 그만 죽어야지'라고 되뇌는 대신 '연장전'으로 접어든 인생을 즐기기로 결심합니다. 양로원을 빠져나온 그가 처음 찾아간 곳은 버스 터미널. 그곳에서 그는 우연찮게 어느 갱단의 돈 가방을 손에 넣게 되고, 자신을 추적하는 무리를 피해 도망 길에 나서게 됩니다.
노인이 도피 과정에서 겪는 모험과 쌍을 이루는 소설의 다른 한 축은 그가 살아온 백 년의 이야기. 어려서 부모를 잃고 폭약 회사에 취직한 알란은 험한 시대가 요구하는 그 기술 덕에 스웨덴 시골뜨기로선 상상조차 하지 못했던 인생. 그저 '검둥이'를 한번 보고 싶어 고향을 떠난 그는 스페인 내전에서 프랑코 장군의 목숨을 구하는가 하면, 미국 과학자들에게 핵폭탄 제조의 결정적 단서를 주고, 마오쩌둥의 아내를 위기에서 건져 내고, 스탈린에게 밉보여 블라디보스토크로 노역을 갔다가 북한으로 탈출해 김일성과 어린 김정일을 만나기도 합니다.
급변하는 현대사의 주요 장면마다 본의 아니게 끼어들어 역사의 흐름을 바꿔 놓는 주인공의 활약은 독자를 역사의 생생한 현장 속으로 빨려 들어가게 합니다. 계속되는 우연과 과장스러운 설정이 때로는 황당하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쉴 새 없이 터지는 웃음 속에서도 어느새 이데올로기란 무엇인지, 종교란 무엇인지, 그리고 우리의 인생이란 무엇인지 곰곰 생각하게 되는, 가볍게 읽히지만 여운은 묵직한 작품이랍니다.
송교수님이 프린트해서 나눠 줬던 내용중 ‘만사는 그 자체일 뿐이며, 앞으로도 일어날 일이 일어나게 될 뿐이라는 인생관, 만사는 그 자체로 놔둬야 한다는 생각, 자신이 원하는 대로 흘러가는 것이라는 인생관에 따라 작품의 죄의식이나 윤리 도덕 같은 건 전혀 문제가 안된다’는 이 부분을 보면서 이 소설을 읽어 봤으면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결석하신 님들 특히 지민언니가 오늘 수업을 들었으면 무지 좋아했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았습니다.
그리고 맛난 점심을 먹고 (오늘은 송교수님도 함께 했지요) 덕담을 주고받으며 약간의 알코올( 맥주와 소주)도 한잔씩 나눴습니다.
울 임반장님이 일 년 전에 반장직을 수락하면서 1년만 하겠다고 했는데 태평양 같은 넓은 마음으로 올 한해 더 봉사해주기로 하셨답니다. 바쁘신텐데... 얼마나 감사한지요. 물론 총무도 세트로 묶여서 기쁜 마음으로 하게 되었지요.
금요반은 이렇게 권력이동 없이 올 한해 갑니다. 혹 불만 있으셔도 꾹 참고 일 년은 가야하니 촛불집회나 데모는 사절입니다.
그리고 약속이 있어 반장 총무 빠진 자리에서 따뜻한 차와 시원한 음료를 마신다고 자리를 커피숍으로 옮기신 님들. 김진님이 새해 첫날부터 후하게 음료 값을 지불하셨지요. 저희 금반에 유일한 남자분인 김진님은 언제나 이렇게 여인들의 마음을 헤아리신답니다. 항상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정권교체 없이 일 년 보낼 생각에 혹 뒷말이 오고간 것은 아닌지... 소상히 올려주세요.
올해도 시작이 이렇게 좋으니 틀림없이 내내 좋기만 할 것 같아 가슴가득 행복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