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정미님의 <33년 묵은 체증>은 읽는 도중 웃음이 여기저기서 터져 나와
일단 그 쪽 방면으로는 성공한 셈입니다.
33년 전 남자친구가 생일 선물과 편지를 주었는데 편지 내용 중
남자인데도 불구하고 스스로 달님을 자청하고
정작 여자인 자기에게는 태양과 같은 존재라고 하자
헤어져야겠다는 결심을 하였지요.
33년이나 지난 후 친구 엄마의 장례식장에서 만나 손을 잡는 장면에서는
자기검열을 안한 용기를 높이 살만 합니다.
그러나 순차적 구성이라서 재미가 없습니다.
장례식장에서 과거의 남자를 만나는 장면을 시작으로 과거 회상으로 들어갔다가
현재로 마무리를 하는 역순행 즉 피드백 구성이 훨씬 좋습니다.
남자 친구의 심리 묘사도 더 쓰고 추억에 대한 회상도 더 필요합니다.
편지 내용만 가지고 이별 결심을 했다는 것에 대한 납득이 미흡합니다.
이별의 필연성을 보여주어야 하며 경험의 굴절이 있어야 합니다.
자신의 고백에 독자에 대한 배려를 더해야 좋은 수필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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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와 수필을 동시에 쓰는 양수겸장을 하는 윤정미님은
그래서인지 수필이 항상 짧은 경향이 있습니다.
수필은 대략 15매 내외 (A4 용지 두 장 못 미치게) 쓰는 게 가장 무난합니다.
너무 짧게만 쓰다보면 길게 쓰는 게 엄두가 안날 수 있습니다.
호흡을 길게 가지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한지황의 <반지>는 엄마의 유품인 반지와
터키에서 구입한 반지를 별개로 놓고 두 편의 수필을 쓰는 게 좋습니다.
엄마의 반지에 대해서는 엄마와의 추억을 중심으로 쓰면 됩니다.
엄마의 반지에 의미를 부여하다 보면 사유가 생깁니다.
그동안 잊었던 업마에 대한 효심이 생기고 언행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말이 씨가 되듯이 글을 통해서 엄마를 더욱 생각해볼 계기가 됩니다.
터키에서 맞추어 낀 반지가 헐렁해진 것이 처음엔 불편했으나
맞았다 커졌다 하는 반지를 보며 건강의 바로미터라는 상징기표를 찾아낸 것은
큰 소득입니다.
딱 맞는 것을 좋아하는 나의 성격을 노출해가며
때로는 헐렁한 것도 여유가 있어 좋다는 식으로 성찰을 하면
두 개의 반지로 전혀 다른 수필 두 편을 얻을 수 있습니다.
박래순샘의 <말투>는 두 번째로 오케이를 받았습니다.
피해의식은 트라우마이자 열등의식으로 글쓰기나 노래 부르기가 그 치료방법이 됩니다.
내면의 공격성을 해소시키려면 풀어주어야 합니다.
내면의 인화 물질을 배설해야 하는 것이지요.
<채근담>에 “물은 본래 소리가 없다.
그런데 왜 어떤 물은 요란하고 어떤 물은 잔잔한가?“ 라는 말이 나옵니다.
어떤 바닥을 만나느냐에 따라 소리가 달라집니다.
자갈이 깔린 바닥이면 요란하고 모래가 깔려 있으면 잔잔하지요.
내 마음의 바닥을 물인 그대가 흘러갈 때
내 마음이 고르다면 어떤 사람이 와도 불화가 일어나지 않습니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분쟁, 불화의 원인을 밖에서 찾지요.
<전체주의의 기원>을 쓴 유태인 한나 이렌트는 “악의 평범성‘을 이야기 했습니다.
유태인 학살에 협조한 사람들 중 유태인의 숫자가 가장 많았다는 것을 밝히면서
우리 마음 속에는 다 악이 존재한다고 했습니다.
상황이 악을 만드는 것입니다.
누구나 어떤 제도를 만나느냐에 따라서 악인이 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시인 김수영이 “내 안에 다 적이 있다”고 말한 것도 비슷한 맥락입니다.
중요한 문제에는 침묵하면서 사소한 것에 목숨을 거는 사람들을 빗대어서 한 얘기입니다.
오늘도 우리는 몇 번이나 사소한 것에 목숨을 걸고 살았을까요?
내 안에 있는 악과 적을 다독이지 못하고 바로 보지 못하고
그 악과 적에게 휘둘려서 살지는 않았는지 반성을 해봅니다.
이재무 선생님의 수업은 이렇게 마음 수양까지 돌아보는 시간으로 끝을 맺었습니다.
마침 오늘 독서 모임에서 고골리의 <외투>를 했는데 인상적인 구절이 있어서 적어 봅니다.
그는 인간의 내부에 비인간적인 요소가 얼마나 많이 숨어있는가를,
교양 있고 세련된 상류 사회의 인간들 심지어는
세상에서 고결하고 성실한 사람이라는 평을 받고 있는 인간들의 내부에 까지도
잔인하기 짝이 없는 야수 같은 성질이 얼마나 많이 숨겨져 있는가를 눈앞에서 보고,
몇 번이나 무서운 전율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