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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역센터반 2025.09.17.] 긴 문장이 유식해보인다는 착각은 금물!    
글쓴이 : 손지안    25-09-17 17:16    조회 : 2,446

계절의 여신이 변신을 하긴 하려나 봅니다.

길어진 무더위를 끝내려, 비를 보낸 듯합니다.

그런데, 아침부터 요란스레 존재감을 뽐내느라 등교(?)하는 옷자락과 신발을 푹 적셨어요.

하지만, 역시나 출석률이 빛나는 무역센터반!.

 

*수업ing

소설: 허구의 서사 (상상력)

수필: 실제의 서사를 증폭 or 축소시키는 가공을 더한다.

 

문학에서 제목으로 문장부호를 쓰지 않는 게 관례이나,

마침표는 쓰지 말고, 나머지 쓸 수 있는 문장부호는 써도 무방하다.

 

피천득 작가는 시인이라는 명성보다 수필가로 유명하다.

피천득 <인연> _ 수필인 듯 소설인 듯.

            과연 피천득 작가의 경험이긴 할까?

 

함민복 <눈물은 왜 짠가>

지난 여름이었습니다 가세가 기울어 갈 곳이 없어진 어머니를 고향 이모님 댁에 모셔다 드릴 때의 일입니다 어머니는 차시간도 있고 하니까 요기를 하고 가자시며 고깃국을 먹으러 가자고 하였습니다 어머니는 한평생 중이염을 앓아 고기만 드시면 귀에서 고름이 나오곤 했습니다 그런 어머니가 나를 위해 고깃국을 먹으로 가자고 하시는 마음을 읽자 어머니 이마의 주름살이 더 깊게 보였습니다 설렁탕집에 들어가 물수건으로 이마에 흐르는 땀을 닦았습니다

더울 때일수록 고기를 먹어야 더위를 안 먹는다 고기를 먹어야 하는데고깃국물이라도 되게 먹어둬라

설렁탕 다대기를 풀어 한 댓 숟가락 국물을 떠먹을 때였습니다 어머니가 주인 아저씨를 불렀습니다 주인 아저씨는 뭐 잘못된 게 있나 싶었던지 고개를 앞으로 빼고 의아해하며 다가왔습니다 어머니는 설렁탕에 소금을 너무 많이 풀어 짜서 그런다며 국물을 더 달라고 했습니다 주인 아저씨는 흔쾌히 국물을 더 갖다 주었습니다 어머니는 주인 아저씨가 안 보고 있다 싶어지자 내 투가리에 국물을 부어주셨습니다 나는 당황하여 주인 아저씨를 흘금거리며 국물을 더 받았습니다 주인 아저씨는 넌지시 우리 모자의 행동을 보고 애써 시선을 외면해주는 게 역력했습니다 나는 그만 국물을 따르시라고 내 투가리로 어머니 투가리를 툭, 쳤습니다 순간 투가리가 부딪치며 내는 소리가 왜 그렇게 서럽게 들리던지 나는 울컥 치받치는 감정을 억제하려고 설렁탕에 밥과 깍두기를 마구 씹어댔습니다 그러자 주인 아저씨는 우리 모자가 미안한 마음 안 느끼게 조심, 다가와 성냥갑 만한 깍두기 한 접시를 놓고 돌아서는 거였습니다 일순, 나는 참고 있던 눈물을 찔끔 흘리고 말았습니다 나는 얼른 이마에 흐른 땀을 훔쳐내려 눈물을 땀인 양 만들어놓고 나서, 아주 천천히 물수건으로 눈동자에서 난 땀을 씻어냈습니다 그러면서 속으로 중얼거렸습니다.

-> 처음에 썼을 때는 수필이었던 글이 인터넷에서 회자되자, 산문시로 둔갑하였다.

 

가까운 문장에는 같은 어휘를 반복해서 쓰지 말자.

의 사용을 삼가자.

-> ( 일 / 점 / 말 )  등의 단어로 바꿀 수 있다.

것은 -> 건  

것이 -> 게 

것을 ->

 

영어 ing의 의미를 내포하는 문장으로 흔히 ‘~하고 있었다를 쓴다.

이를 문맥에 따라 한다’ ‘했다로 바꿔쓰자가고 있었다 -> 간다 / 갔다

 

열흘이 걸릴 도 있다 -> 열흘이 걸릴지도 모른다.

집에 있을 도 있다 -> 집에 있을지도 모른다.


긴 문장이 유식해 보인다는 착각에 빠지지 말자.


한글 스물넉 자로 11,172자로 대부분의 소리를 표현 가능하다.

어떤 언어보다 표현의 범주가 넓다.

자연계의 소리(의성어, 의태어 등) 8,800개 이상 거의 표기 가능.

대한민국은 문맹률 1% 미만이다.

-> 우리의 언어로 좋은 글을 써야겠죠?! 

 

세상에서 가장 좋은 술은,

1) 공짜술  2) 외상술  이라는 박상률 선생님 말씀에

하나가 빠졌다는 이신애 선생님  3) 입술!

입술이 1st 라는데, 순위는 각자 매겨 보세요.

 

새로 오신 선생님들의 글이 지난주에 이어 이번 주에도 풍성하게 쌓였습니다.

좋은 인연도 덩달아 차곡차곡 쌓이길 바랍니다.

다음 주엔 덜더운(?) 여름(가을이길 바라지만) 겨드랑이로 파고들까요


송경미   25-09-17 21:09
    
손지안샘 다정한 후기 감사해요!
가을 학기에 새로 오신 선생님들의 글이 매주 쏟아지니 활기가 느껴집니다.
반장님 멀리서도 반 챙기시느라 애쓰시고 폭우 수준의 비를 뚫고 출석해서
기쁨과 슬픔 함께 나누는 선생님들 정말 존경스럽습니다.
다음 주엔 가을 기운이 느껴지겠지요?
주기영   25-09-18 08:17
    
지안쌤
고맙습니다.
덕분에 마음이 편안합니다. ㅎㅎ.

이곳도 오후부터 비가 많이~~ 내렸습니다.
서울에선 공부하는 수요일이면 비가 자주 왔는데 하는 생각을...

가을 학기 신입생 여러분들이 글도 출석도 열심이시니,
좋은 일, 궂은 일 함께 할 동지들이 많이 생긴 듯 하여 든든합니다.
좋은 인연 오래 이어지길 바라봅니다.

시간은... 가겠지요.
그때 만나요.
-노란바다 출~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