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옌롄커의 ?풍아송?
이 책의 제목 ‘풍아송’은 원래 ?시경?에 나오는 내용별 분류 체제를 가리킨다. 즉 ‘풍風’은 남녀의 애정을 주로 다룬 여러 제후국의 민요?민가이며, ‘아雅’는 조정의 의식에서 주로 불린 시가이고, ‘송頌’은 선조의 덕을 기리는 종묘 제의용 악시다. 옌롄커는 이 체제를 차용해 자신의 소설 형식을 변주했다. 이 소설은 돌림노래처럼 이 세 개의 악장이 돌아가며 반복된다. ?시경?의 각 시에서 빌린 제목의 낱낱의 장들은 밀도감 있는 심리 묘사와 빠른 이야기 전개로 한 편의 완결된 시적 정경을 만들어낸다. 그리하여 이 소설의 맨 첫 페이지에서 이 이야기의 주인공 양커 교수가 자신의 연구 저작을 두고 한 이 묘사가 곧 옌롄커가 이 책을 쓰며 가닿고자 한 글쓰기의 지향점임을 짐작해볼 수 있게 한다.
?시경?은 중국에서 가장 오래된 시가 모음집이자 중국인들의 정신문화의 근간을 이루는 경전이다. 약 2000여 년 전, 즉 서주西周에서 춘추시대에 이르는 시기에 공자가 민간에 떠돌던 시 삼천여 편 가운데 삼백다섯 편을 골라 채시한 시가집에서 옌롄커는 이 소설의 주요한 형식과 내용의 모티브를 가져온 것이다. 어쩌면 작가는 기존에 문화대혁명 시기의 현실 정치에 들이댔던 날선 비수를 이제 중국 문화정신의 근간을 이룬 이 경전의 고대적 시간과 무게에 들이댄 건지도 모른다. 그는 「한국어판 서문」에서 자신이 겨눈 비수의 대상을 솔직히 짚어내고 있다.
?풍아송?은 대학에 대해, 교수들에 대해, 오늘날 중국 지식인들의 나약함과 무력함, 비열함과 불쌍함에 대해 쓴 작품이다. ……전 세계 사람들이 오늘의 중국과 중국인들을 보며 이구동성으로 “중국인들이 어찌 이 모양 이 꼴이 되었을까?!”라고 말한다. 하지만 사실은 중국인이 아니라 중국의 지식인들이 이 모양 이 꼴이 된 거다. ―「한국어판 서문」 중에서.
?풍아송? 초고를 읽고 나서 어떤 사람이 말했다. “옌롄커, 당신은 중국 당대 지식인들의 환한 얼굴에 혐오스러운 가래침을 뱉고 그들의 누추한 바짓가랑이에 죽기 살기로 발길질을 해대고 있군요.”
내가 말했다. “아닙니다. 제게는 그렇게 대단한 능력도 없고 그럴 만한 힘도 없습니다. 저는 그저 저 자신의 얘기를 쓸 뿐입니다. 저 자신의 겉돌고 있는 속마음을 묘사할 뿐입니다. 저는 항상 자신의 무능과 무력감에 대해 가슴속 깊은 곳에서 우러나오는 혐오감을 느껴 왔습니다.” ―「저자 후기」 중에서.
이 소설의 내용적 측면에서 보자면, 주인공 양커 교수의 행보는 아주 문제적이다. 바러우산맥의 시골 출신 그는 현재 입신양명하여 베이징 유명 대학의 교수이자 ?시경?을 연구한 권위자이다. 오 년 간 공들여 쓴 오십만 자 분량의 연구서를 들고 집에 돌아왔을 때, 그의 침실에는 자신의 아내이자 동료 교수 자오루핑이 훗날 총장으로 취임할 리광즈와 뒹굴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모래폭풍에 휩쓸려 쓰러져가는 대학건물을 지키려던 대학생들과 우연한 계기로 함께하다 정치적 교수사회의 표적이 되어 뜻밖에도 정신병원 환자로 둔갑된다. 대학 내에서 배척되던 그의 강연 기회는 황당하게도 정신병원 환자들과 홍등가로 변모한 고향 천당 거리의 여자들에게 베풀어진다. 또한 공자가 채록에서 빠뜨리거나 삭제된 사라진 시편을 찾으려는 그의 학문적 이상은 고향 바러우산맥에서 자신만을 사랑했고 그 사랑의 체념으로 죽어간 링쩐이라는 여인과 그녀의 딸 샤오민에 대한 일그러진 사랑의 양태로 변모한다. 그는 과연 자신의 붕괴된 학문적 이상을, 누락되어 사라진 시들을, 황폐해진 사랑의 의미를 찾을 수 있을까.
[출처] 중국 지성계를 발칵 뒤집은 화제작, 중국의 대표 작가 옌롄커의 결정적 한 수 ?풍아송?...문학동네
*제인 셔밀트의 ?사라진 딸?은 글의 흐름상 다음 시간에 정리하여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김미원샘의 <언감생심 조르바라니>
박종희샘의 <빠알간 계급장>, <그녀는 대기중>
세 편을 합평했습니다.
*드디어 저희 용산반이 아이파크몰을 탈출하는데 성공했습니다!
오늘은 그동안 우리들의 정이 깃들어도 너~무 깃든 아이파크몰
식당가를 드디어 벗어나 이촌면옥에서 갈비찜과 우거지탕,
시원한 물냉면에 잣 막걸리를 기울이며 우리의 사랑과 우정을
확인하였답니다.
총무부 인수인계 하시느라 참석 못하신 김형자샘의 빈자리가
얼마나 허전했는지 모르겠어요ㅠㅠ
다시 한 번 현분샘의 등단을 진심으로 축하드리며 반원들의 덕담처럼
재치와 해학이 담긴 재미난 글들을 펼쳐 보여주시리라 기대합니다.
조금 늦게 돌아왔다고 입이 쑥 나온 막내 녀석한테 호떡을 만들어
줬더니만 집안이 온통 기름 냄새 천지입니다.
샘들, 호떡처럼 달달한 저녁시간 보내시어요.
감사하고 사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