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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눈오는 날의 단상(금요반)    
글쓴이 : 노정애    17-01-13 18:38    조회 : 4,003


아침부터 내리는 눈...

어쩌나 우리반 선생님들 오시기 힘드실텐데.

반장은 걱정이 앞섰습니다.

그런데 왠걸.

금요반 선생님들이 눈처럼 사뿐 사뿐 오셨습니다.

H님은 남편이 우산 챙겨가라는데 '눈이 오는데 무슨 우산이냐며' 오셨고.

S님은 '눈와서 힘드실텐데 어떻게 오셨어요?' 했더니 '눈이 오는데 당연히 와야지' 하셨답니다.

눈이 오니 눈 속을 걷는 걸음 걸음을 즐기시는 금반님들.

역시 글쓰시는 분들이라 어디가 달라도 다르다는것을 알았지요.

바쁘셔서 못오신 임옥진님, 이원예님, 유니님 그리고 장기결석중인 안명자님, 정영자님, 김태길님 다음주에는 꼭 뵈었으면 좋겠습니다.


오늘 수업 시작합니다.


이종열님의 <산수가 빵점이래>

송교수님의 평

글감을 감칠맛나게 요리할줄 압니다. 한 줄씩 뛰어가며 상황을 펼쳐놓으면서 할 말은 다 했습니다. 표현도 멋지고 멋진 문장도 많습니다. 글감을 소화하는 능력을 스스로 터득하셨습니다.


최계순님의 <부질없음에 대하여>

송교수님의 평

잘 쓰신 글인데 미흡한 부분이 있습니다. 시작을 너무 거창하게 했습니다. 시작글을 뒤로 옮겼으면 좋겠습니다. 인용부분이 다음 올 내용과 어떻게 연결되었는지 생각해 봐야합니다. 글을 어느쪽으로 해석해서 끌고가느냐가 이 글의 관건입니다. 제목을 부질없음의 행복이 어떨지 생각해봐주세요.


그리고 합평글이 없어서 교수님이 준비해오신

박이문의 <눈의 미학-설경이 감동을 주는 이유>를 공부했습니다.

박이문은 미학주의 철학자라고 합니다.

송교수님은 철학자가 쓴 논리가 위주로 된 수필이라고 평 하셨습니다.

저는 오래전에 쓰인 이 수필이 가슴에 와 닿은것은 지금 상황과 너무나 똑 같아서 였습니다. 예를 들면

 '이번 눈은 큰 불편과 고통을 몰고 왔다. 날이 춥고, 길은 미끄러웠으며 빙판길에서 넘어져 다친 이들도 적지 않다. 교통이 마비되었다. 수도가 터지고 눈 무게를 못이겨서 무너진 비닐하우스에서는 공들여 가꾼 채소, 몇 년 동안 키운 닭들의 몰살로 망하게 된 농가들이 허다하다. 갈 곳 없는 노숙자들의 수가 늘어났다. 국가적으로 막대한 재산피해가 생겼고, 사회적 문제가 늘어났다....(중략)

 날이 갈수록 쓰레기가 널려 있는 거리는 추해만 가고, 달이 갈수록 오염된 공기로 차 있는 하늘은 불투명해지고, 해가 갈수록 불신과 경쟁으로 얽힌 우리의 인간관계는 삭막해진다. 보면 볼수록 원칙이 사라지고 물리적 힘의 논리만이 지배하는 우리 사회는 억압적이고, 알면 알수록 권력의 장악에만 혈안이 된 정계는 도덕적으로 추악한 냄새로 국민의 코를 찌른다. 우리는 이 혼탁한 가운데에서 쉴 새없이 떠들썩하게 북새를 떨며 하루하루 쳇바퀴를 돌 듯이 살고 있다. 이것이 오늘의 현실이며 우리의 일상적 삶이다.'

어쩜 이리도 지금의 이야기 처럼 들리는지요. 시간이 가면 달라지는것도 있어야하는데 그때나 지금이나 별로 변한것이 없나봅니다. 이 글이 실린 책 <더불어 사는 인간과 자연>은 2001년 4월에 나왔습니다. 앞으로 10년 후 쯤에는 좀 낳아질까요.

수업후 맛난 점심을 먹었습니다. 눈이 와서인지 함께여서인지 저희들은 마냥 즐거웠습니다. 이런게 행복이겠지요.

사소한것들이 인생을 살아가게 한다는 송교수님의 말씀도 문득 떠올랐습니다.

눈오는날 생각이 많아지는 하루였습니다.


날씨 추운데 금반님들 편히 들어가셨는지요?  총무님 오늘도 수고 많으셨습니다.

행복하고 즐거운 주말 되시고

다음주 오실때는 <한국산문>1월호 꼭 챙겨오세요.


조병옥   17-01-13 22:53
    
<털 신>

손택수


토방아래 늙은 개가 쥔 할머니 고무신을 깔고 잔다 마
실 갔다 와서 탈탈 털어논 고무신을 제 새끼를 품듯 품고
잔다

눈이 내리는데, 올겨울은 저렇게 몇날 며칠 눈만 내리
고 있는데

고뿔이라도 들었는지 콧물을 훌쩍거리면서, 뚝 뚝 댓
가지 꺾어지는 소리에 가끔씩 귀를 쭝긋거리기도 하면서

뒤꿈치를 꿰맨 고무신에 축 처진 배를 깔고 잔다 차디
찬 고무신에 털가죽을 대고 잔다
     
유니   17-01-14 04:21
    
반가운  선생님
여전히  시를 읽으시며
잘 계시네요
궁굼했었는데...
추운 겨울날
따뜻한 차 한잔과
시 한편이면 행복이죠
건강하셔요~~
     
노정애   17-01-17 09:15
    
일초샘
잘 지내시는지요.
시를 올려주시며 댓글방을 풍요하게 해주셨던 일초샘이 무지 그리워집니다.
이렇게 멋진 시 한편에 또 감동 받습니다.
건강은 어떠신지요?
날 풀리면 꼭 오세요.
넘 보고싶습니다.
이정선   17-01-14 00:22
    
집에서 금요반 가려고 9시40분 쯤 집을 나서는데 눈이 많이 내렸습니다. 문우님들이 연세들이 있으셔서 오시는 길을 걱정하며 갔는데...기우였습니다. 앞서 걸어 가시는 상향희 선생님을 뵙고 놀랐습니다. 그런 열정이 그 연세에도 수업에 나오시게 하는 힘이구나 하고 생각했습니다. 송교수님이 복사해 오신 박이문의 '눈의 미학'은 오늘 날씨에 잘 어울리는 수필인 것 같습니다.
쨍한 날씨가 겨울답습니다.  좋은 시 올려주신 일초선생님, 힘든 회복시간을 보내고 계신 정지민, 안명자선생님 힘내십시오.
     
노정애   17-01-17 09:21
    
총무님
수업이 날씨와 딱 맞아서 더 좋았지요.
그날
특강에 아무래도 이름을 잘못 적었나 봅니다.
왜 그랬는지는 저도 잘(아마도 정신을 딴곳에 두고 있어서겠지요.) 모르겠어요.
'김응교 특강'
인데 강은교라고 적었나 봅니다.
송교수님이 문자가 와서야 알았답니다.
이제 반장도 절대 믿을게 못되는 사람이라는게 증명 된 것이지요.
울반 샘들 강은교샘 특강오는걸로 알고 참석하신다고 했는데
이 일을 어찌하오리까?
벌써 걱정이 앞서서
금요일 수업갈때 발걸음이 천근만근할듯 합니다.

아프시고 힘드신 시간보내시는 금반님들
모든 힘든 일들이 잘 풀려서 금반에서 뵈면 얼마나 좋을까요.
곧 그랬으면 좋겠습니다.
          
임옥진   17-01-18 13:41
    
오~노 노 노반장님!
제 메모엔 김응교로 되어 있습니다.
걱정하지 마세요.
아직 멀쩡한 나이입니다.
금욜에 봬요.
일초샘.
'뒤꿈치를 꿰맨 고무신에 축 처진 배를 깔고 잔다 차디
찬 고무신에 털가죽을 대고 잔다 '
이런 멋진 구절 읽게 해 주셔서 넘 감사합니다.
들어오시며 짓는 그 웃음, 보고 샢네요.
               
조병옥   17-01-18 22:13
    
그런 구절 동냥해다 읽게 하지 말고
    내가 지어 '한 술 먹어보게! 할 수 있음 좋겠다, 옥진아!
이정선   17-01-18 19:34
    
반장님 글을 이제 봤습니다. 시간 되시는 문우님들은 참석치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