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부터 내리는 눈...
어쩌나 우리반 선생님들 오시기 힘드실텐데.
반장은 걱정이 앞섰습니다.
그런데 왠걸.
금요반 선생님들이 눈처럼 사뿐 사뿐 오셨습니다.
H님은 남편이 우산 챙겨가라는데 '눈이 오는데 무슨 우산이냐며' 오셨고.
S님은 '눈와서 힘드실텐데 어떻게 오셨어요?' 했더니 '눈이 오는데 당연히 와야지' 하셨답니다.
눈이 오니 눈 속을 걷는 걸음 걸음을 즐기시는 금반님들.
역시 글쓰시는 분들이라 어디가 달라도 다르다는것을 알았지요.
바쁘셔서 못오신 임옥진님, 이원예님, 유니님 그리고 장기결석중인 안명자님, 정영자님, 김태길님 다음주에는 꼭 뵈었으면 좋겠습니다.
오늘 수업 시작합니다.
이종열님의 <산수가 빵점이래>
송교수님의 평
글감을 감칠맛나게 요리할줄 압니다. 한 줄씩 뛰어가며 상황을 펼쳐놓으면서 할 말은 다 했습니다. 표현도 멋지고 멋진 문장도 많습니다. 글감을 소화하는 능력을 스스로 터득하셨습니다.
최계순님의 <부질없음에 대하여>
송교수님의 평
잘 쓰신 글인데 미흡한 부분이 있습니다. 시작을 너무 거창하게 했습니다. 시작글을 뒤로 옮겼으면 좋겠습니다. 인용부분이 다음 올 내용과 어떻게 연결되었는지 생각해 봐야합니다. 글을 어느쪽으로 해석해서 끌고가느냐가 이 글의 관건입니다. 제목을 부질없음의 행복이 어떨지 생각해봐주세요.
그리고 합평글이 없어서 교수님이 준비해오신
박이문의 <눈의 미학-설경이 감동을 주는 이유>를 공부했습니다.
박이문은 미학주의 철학자라고 합니다.
송교수님은 철학자가 쓴 논리가 위주로 된 수필이라고 평 하셨습니다.
저는 오래전에 쓰인 이 수필이 가슴에 와 닿은것은 지금 상황과 너무나 똑 같아서 였습니다. 예를 들면
'이번 눈은 큰 불편과 고통을 몰고 왔다. 날이 춥고, 길은 미끄러웠으며 빙판길에서 넘어져 다친 이들도 적지 않다. 교통이 마비되었다. 수도가 터지고 눈 무게를 못이겨서 무너진 비닐하우스에서는 공들여 가꾼 채소, 몇 년 동안 키운 닭들의 몰살로 망하게 된 농가들이 허다하다. 갈 곳 없는 노숙자들의 수가 늘어났다. 국가적으로 막대한 재산피해가 생겼고, 사회적 문제가 늘어났다....(중략)
날이 갈수록 쓰레기가 널려 있는 거리는 추해만 가고, 달이 갈수록 오염된 공기로 차 있는 하늘은 불투명해지고, 해가 갈수록 불신과 경쟁으로 얽힌 우리의 인간관계는 삭막해진다. 보면 볼수록 원칙이 사라지고 물리적 힘의 논리만이 지배하는 우리 사회는 억압적이고, 알면 알수록 권력의 장악에만 혈안이 된 정계는 도덕적으로 추악한 냄새로 국민의 코를 찌른다. 우리는 이 혼탁한 가운데에서 쉴 새없이 떠들썩하게 북새를 떨며 하루하루 쳇바퀴를 돌 듯이 살고 있다. 이것이 오늘의 현실이며 우리의 일상적 삶이다.'
어쩜 이리도 지금의 이야기 처럼 들리는지요. 시간이 가면 달라지는것도 있어야하는데 그때나 지금이나 별로 변한것이 없나봅니다. 이 글이 실린 책 <더불어 사는 인간과 자연>은 2001년 4월에 나왔습니다. 앞으로 10년 후 쯤에는 좀 낳아질까요.
수업후 맛난 점심을 먹었습니다. 눈이 와서인지 함께여서인지 저희들은 마냥 즐거웠습니다. 이런게 행복이겠지요.
사소한것들이 인생을 살아가게 한다는 송교수님의 말씀도 문득 떠올랐습니다.
눈오는날 생각이 많아지는 하루였습니다.
날씨 추운데 금반님들 편히 들어가셨는지요? 총무님 오늘도 수고 많으셨습니다.
행복하고 즐거운 주말 되시고
다음주 오실때는 <한국산문>1월호 꼭 챙겨오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