딥러닝실전수필
-알랭 들롱에 대해 이야기할까?(01.12 목)
1. 원조 아이돌 알랭 들롱
교수님은 지난주 합평 시 호평을 받은 제기영 님의 영화 에세이 <태양은 가득히(Plein Soleil, 1960>>에 대해 고유한 관점과 참신한 시각을 보강하는 방법을 추가 설명하고 실례를 제시함.
가. 알랭 들롱(Alain Delon, 1935)은 20세기를 대표하는 본좌本座 미남 스타였다. 알랭 들롱이 나오는 영화를 여자 친구와 함께 본다는 것은 얼빠진 짓으로 치부되었으며 금기 중에 금기였다. 나(교수님)도 얼 띤 희생양 중 한 사람이었지만.
나. 로버트 테일러와 록 허드슨이 고전적이라면 알랭 들롱은 현대적이며 델리킷한 외모의 소유자로서 모성본능을 일깨운 측면이 있었다. ‘나쁜 남자’를 연상시키기는 불안하고 음울한 이미지로 프렌치 누아르의 대표주자로 자리매김하며 아이콘으로 떠올랐다. <지하실의 멜로디> <시실리안> <볼사리노> <암흑가의 두 사람> 출연.
다. 또 다른 누아르의 영웅 험프리 보가트와 비교하면, 고독과 허무의 눈빛은 공통이지만, 험프리 보가트에게 감추려 하는 진정성이 있었다면(숨기기), 알랭 들롱에겐 파멸로 치닫는 처연함이 있었다(드러내기). 한 사람은 애써 감춤으로 더욱 선연히 드러냈고, 다른 한 사람은 드러냄으로써 진정한 속내는 꼭꼭 감추었다고나 할까.
라. 알랭 들롱은 우리에게 전해준 이미지만으로도 평가되어야 하는 대 스타다. 내용과 결과가 중요하지만 형식(스타일)과 과정(프로세스)이 사람들의 정서에 미치는 영향도 무시하지 못한다. 알랭 들롱이 트렌치코트 깃을 반쯤 세우고 비를 맞으며 이마에 잔뜩 주름을 세운 채 담배를 피우는 모습은 같은 멋졌다. 초조하고 불안한 눈동자는 쉼 없이 움직이고 푸른 담배 연기는 물풀처럼 흩어지는데.
마. 토마스 만의 <베니스의 죽음 Der Tod in Venedig, 1912>을 읽으며, 소설에 나오는 절대미(絶對美)의 화신인 소년 ‘타치오 Tadzio'가 알랭 들롱으로 성장한 것이 아닌 가 상상해 본 적이 있다. 알랭 들롱과 닮은꼴 배우는? 우리나라에서는 이병헌(헤어스타일만?), 동양권에서는 홍콩 배우 장국영이 아닐는지. 비주얼이 섬세하고 상처받은 영혼을 표출한다는 점에서 비슷하다. 그나저나, 장국영이 죽었다고?
2. 회원글 합평
최순실, 그를 욕하고 나서(이천호)
최순실의 국정농단이 국가에 혼란을 초래했으나 이를 계기로 잘못되었던 관행들을 고치면 나라 형편과 삶이 더 좋아지지 않겠냐는 글이다. 우편향이 일부 느껴지지만 과도하지 않다. 보통사람들 주위에도 최순실에 놀아난 부류의 사람들이 많은데 공감한다는 부분은 지나친 확대 해석일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군자란이 피기를 기다리며(박영진)
군자 같은 꽃을 피우고 지는 모습도 의젓한 군자란 같은 삶을 살고 싶어 하는 작가의 기다림의 의지가 보이는 글이다. 학교 설립자인 백암의 청렴을 군자란과 겹치게 하려면 어떤 삶을 연결시켜 보아야 할까? 혼주의 입장으로 이야기하다 갑자기 하객의 입장이 되는 연결부(시점의 문제)도 다시 검토했으면.
학이 된 추상미술의 수화 김환기(김순자)
김환기 화백의 일대기를 그리려 한 작가의 각고의 노력이 글에서 느껴진다. 그림에 관심이 깊지 않은 사람은 어렵게 느낄 수도 있는 글이다. ‘아방가르드’ 나 ‘변증법’을 설명한 대목은 생략해도 무방하다. 호흡이 긴 문단은 적절히 조절하여 문단을 나누어 주는 것이 독자들이 읽고 이해하는데 도움이 된다.
솔로몬의 지혜(박소언)
현 국가적 현안을 성서에 나오는 솔로몬의 지혜에 비유하여 쉽게 접근이 되도록 한 글이다. 균형 잡힌 시각으로 문장의 흐름 또한 유려하다. 지도자의 거취를 엄숙한 마음으로 ‘신의 지혜’를 구해야 한다라는 표현은 걸맞지 않다. 차라리 ‘솔로몬의 지혜’를 구해보는 것은 어떨까?로 바꾸는 것이 바람직하다.
할아버지의 임종(염성효)
어렸을 적 할아버지의 사랑을 받으며 좋은 덕목을 보고 배웠음을 그리는 글이다. 고사리 같은 손으로 할아버지의 다리를 주무르고 받은 사랑의 대가는 ‘할아버지의 임종’이었다는 회상이 마음을 건드린다. 할아버지에 대한 의미화가 약하지만 칼럼니스트의 서정 수필로의 진입을 기뻐한다. 대화 내용은 지문에 포함하도록.
사랑마을(윤기정)
도시를 떠나 고즈넉한 자연에서 살아 본 경험을 쓴 휴먼터치의 글이다. 작가의 품성이 드러난다. 이름도 예쁜 사랑마을에서 얻은 이웃과의 조우는 도시에서 느낄 수 없는 따뜻한 정감을 느끼게 한다. 눈을 함께 치우는 에피소드를 통해 동고동락하며 이웃과 나눈 정이 좀 더 새롭게 의미를 지녔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3. 종로반 동정
교실이 꽉 찼다. 수업이 끝나고 그냥 흩어지는 것은 종로반의 덕목이 아니다. 수업 후 신년의 기운이 두 주째 뒤풀이로 이어졌다. 한 주 쉬고 나온 배경애 총무가 거창한 국가 기밀(정치 사회 현안과는 무관)을 식당에서 풀었다. 한턱 쏘았다는 말을 무에 그리 어렵게 하나요? 이래저래 신년식이 언제 끝나려나? ^^
-이천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