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별사
임헌영 교수님!
가마득한 기억 속 2011년 6월 1일, 한 산신령이 일곱 학사를 대동하고 강림하사, 교수로 변신하여 문학반을 창설하니 이름하여 분당이었습니다. 황량한 이 땅에 문학의 씨앗을 뿌리자, 글쓰기에 목말랐던 인간들 10명이 가르침을 받고자 모여들었습니다. 그 후 족집게 강의로 숱한 제자를 낳고 수필가를 키웠으며 4교시 특수 부대를 창설하여 문인 세계에 막강한 지도력을 과시하였습니다.
선생님은 카프카의 시에서 푸른 6월의 나무처럼 , 묵묵히 한 곳에 머물러 있어도 쉬지 않고 먼 길을 걸어 가르쳐 왔음을 압니다. 그렇기에 저희는 붉은 장미의 열렬한 사랑을 넘어 천상에만 존재한다는 초록장미 한 송이 선사합니다.
회자정리(會者定離)라.
만날 때 헤어짐을 염려하지 않은 건 아니지만, 하필이면 영원한 행복, 슬픈 추억을 간직하라고 복수초 피는 계절에 떠나시나이까. 그러나 다행인 것은 아주 헤어짐이 아니라 종로6조 거리에 평론반 학당을 창설하여 천도 하시니, 열렬 제자들 따라갈 것입니다. 산이 좋아 산에 살 듯, 분당이 좋아 분당에 사는 여러 제자들 따르지 못하지만 교수님 키워온 이 땅에서 유복하게 살아가겠습니다. 떠나신 후에 AK백화점 정문에 오매불망 송덕비 하나 아바타로 세워 드리겠습니다. 그리고 우리들 가슴 마다에도 산신령의 현명함과 의지, 위엄과 권력을 상징하는 2월의 보석 자수정 하나씩 품에 안고 살겠습니다.
선생님! 한양으로 가시더라도 섬마을 처녀 같은 분당 제자들, 제사보다 젯밥에 정신 나간 막걸리파들 모두 추억 속에 간직해 주십시오. 행여 부족한 글이라도 한국산문의 땅 끝 마을에서 얼핏이나마 눈 마춤 해 주십시오. 그리고 하나 더 부탁하자면 나름대로 옥동자 낳아 출생신고 할 때 교수님 추천사 하나 대문짝만하게 써 주십시오. 그에게는 자자손손 자랑스러운 수필집이 될 것입니다.
임헌영 교수님
이슬비에 옷젖듯 그간에 쌓아온 정이 온 몸을 흠뻑 적시었습니다. 이 옷 말리지 않고 그냥 입으려 합니다. 부디 만백성 우러러 보는 대제학에 오르시고 언제나 오늘 처럼 즐겁고 행복하십시오. 안타까운 눈물 흘리지 않고 기쁜 마음으로 안녕이라 말 하겠습니다.
그래도 헤어지기 아쉬워 마음에 담은 이별주 한 사발 올립니다. 잔을 높이 들어 주십시오.
이땅에 문학의 꽃을 피우고 우리에게 수필가의 별을 달아주신 교수님에게 감사와 긴 세월 정들었던 이별의 아쉬움을 달래고 교수님과 우리 모두의 건강과 건필을 위하여. 건배!
감사합니다.
2017년 2월 22일 신호기
단지 건배사를 부탁 드렸는데 이리도 절절한 송별사를 써 오시다니요. 너무 좋다고 올리라는 성화에 급기야는 후기에 등재하니 이 또한 경사며 반장에겐 은혜로다.
황빈선생님께서 교수님과 저희들에게 푸짐하고 맛난 저녁을 먹여주셨고 조정숙 전 반장님은 루비색 와인으로분위기를 업시켜 주셨습니다. 감사드립니다.
함께 참여해 주신 여러 선생님들 특히 무역센터 반 오길순, 이정희, 설영신, 송경미, 오시진 못하셨지만 성의를 함께하신 정충영 선생님 진정 고맙습니다.
임헌영교수님, 박상률교수님 그리고 함께해 주신 선생님들께 감사와 사랑과 존경을 보냅니다.(꾸우뻑)
회자정리(會者定離 ) 거자필반(去者必返) 만날때는 떠날 것을 염려하는 것과 같이, 떠날 때는 다시 만날 것을 믿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