딥러닝실전수필(3. 02, 목)-붕어빵이 어떻다고? (종로반)
1. 붕어빵 철학
- 선소녀 총무가 마련한 붕어빵이 책상 위에 놓였다. 교수님이 붕어빵을 한참 ‘노려보며’ 긴장 분위기를 조성하더니 말문을 열었다. “철학적 수필은 어떻게 쓰나요?”
가. 실존은 본질에 선행한다.
머리냐 꼬리냐? 붕어빵을 사면 고민 아닌 고민을 한다. 어느 부위를 먼저 먹을 것이냐? 어쩌면 매 순간 우리는 그러한 선택의 갈림길에 선다. 그것은 선, 후의 무엇이며 무엇이 중요하고 무엇이 부수적인가를 가리는 일이기도 하다. 사르트르의 “실존(현존)은 본질에 선행(先行)한다”는 말은 인간의 ‘본질’ 자체가 ‘현존’에 있다는 뜻으로, 본질에 대한 탐구를 천착해온 전통적 철학의 흐름을 바꾼 기념비적인 선언이다. 대상에 대한 인식론적 방법론을 실존의 문제로 돌려놓은 것이다.
ㅡ<<문영음(文映音)을 사랑했네>>중
나. 붕어빵과 비센 아프리오리
칸트 철학의 핵심은 ‘비센 아 프리오리(Wissen a priori, 선험적 지식)’이다. 쉽게 풀이해볼까요? 인간의 사고나 인식 능력은 경험을 완전히 초월할 수는 없지만, 경험을 토대로 하면서 그보다 앞서 존재하는 인간 사고의 기본 구조가 있다는 것이다. 즉, 아프리오리(선험적)한 능력이 존재한다. 그에 더해 누구에게나 주어진 인식 구조의 틀은 대동소이하다는 것이다. 붕어빵을 구워 내는 빵틀처럼!
ㅡ<<순수이성비판>>
* 이론 강의 끝 무렵 교수님은 붕어빵을 한입 베어 물었다. 머리든 꼬리든 무슨 상관이요 무슨 대수냐는 것이다. 배고프면 그냥 먹는 것이다. 어쨌거나 가련한 붕어는 몸속에서 형해화(形骸化)할 것이다. “구체적 배고픔은 철학적 명제에 선행한다”
2.합평후기
굽은 가지(류미월)
어린 시절 책 보자기를 메고 학교에 다녔던 순박한 시골의 삶을 회고하며 너무도 달라진 지금의 사회 풍조를 비평한 글이다. 부모의 허리를 휘게 하는 고가의 유명브랜드로 아이를 감싸야 할 만큼 변해버린 사회 풍조에 대한 염려가 공감을 일으킨다.
서로 다른 이야기가 나열되어 글의 중심주제가 다소 애매하게 느껴지며 그리스 비극에 관한 문단은 생략하는 것이 좋을 듯하다.
아이의 울음소리(염성효)
연탄이 가정생활의 중심이었던 가난한 시절에 경험했던 끔찍한 연탄 사고를 실감 나게 그렸다. 부모처럼 모시는 처제가족들과의 화목한 가족관계가 따뜻한 모습으로 다가온다.
제목의 아이 울음소리와 칭얼대는 소리는 어감이 다르며 다섯째 문단의 전체 표현을 순화함이 좋을 듯하다.
숨겨진 행복(강정자)
우리가 놓치고 사는 주변의 소소한 행복들을 따뜻한 질감으로 표현한 글이다.
행복은 산 너머 멀리 있는 게 아니라 우리 가까이에 있듯 나이 들어 글을 쓰는 일이나 아이를 기르는 일 같은 소소한 일들이 우리를 행복하게 한다.
글의 흐름을 단절시키는 접속사와 콤마사용은 자제해야 하며 문단의 상황으로 보아 행간의 뜻을 알 수 있는 경우에는 반복 설명은 피하는 게 좋다.
제목은 ‘숨은 행복’이 좋을 듯.
불후의 명작(김정옥)
KBS2 방송 ‘불후의 명곡’에 특별출연한 엄흥길 산악인의 노래를 들으며 그의 불굴의 삶과 어린 시절 아버지의 힘든 삶을 회상하며 교차서술 기법으로 써나간 글이다. 노래하는 엄 대장과 뒤편 화면에 펼쳐지는 히말라야 원정대원의 조난현장을 버려두고 떠나오는 그의 처연한 모습이 겹친다. 이어 힘든 삶을 노래로 위로하며 가족을 부양해야 했던 아버지의 모습을 크로스 컷으로 전개하여 글의 감동을 살리고 있다. 다만 엄 대장과 아버지의 상호 이질적인 삶에 대한 조심스러운 비교와 서술이 필요하다.
푯대를 향하여(김기수)
수필교실에 입문한 후 봇물이 터진 듯 의욕적으로 발표하는 박진감 있는 글이다.
국어 전공 선생님답게 문장과 표현이 정확하여 쉽게 읽히나 다소 설명이 긴 느낌이다. 긴 교직 생활을 통해 경험하고 얻은 풍부한 소재들을 한곳에 모으는 것보다는 각기 다른 주제로 글을 쓴다면 많은 수필이 될 것 같다.
참새 방앗간 얘기는 다른 글에서 인용함이 좋을 듯.
3. 종로반 동정
치열한 합평을 거치고 한 잔의 알딸딸한 알코올로 목축임이 추가되며 산뜻한 수업 마감을 한다. 뒷자리가 더 뜨거운 것은 합평 후의 후기 즉 작가의 변을 더 실감 나게 들을 수 있기 때문이다. 염성효님의 아이의 울음이 뜨거운 안주로 그 시절 대부분 연탄가스 마신 이야기를 회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