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월은 금방 찬물로 세수를 한 스물 한 살 청신한 얼굴이다."
라는 시가 생각나는 날이었어요. 하릴 없이 하늘 공원을 서성이다가
하얀 등나무 꽃이 늘어진 것을 발견했지요.하얀 장미도 피어있었어요.
"오월은 앵두와 어린 딸기의 달이요 /오월은 모란의 달이다.
그러나 오월은 무엇보다도 신록의 달이다."
아니 결석의 달이라고 말하고 싶어지네요.
그래도 수요 반은 원래 튼실한 반이라 굳건하게 공부를 했지요.
연암 박지원과 김만중의 글을 보았어요.
옛날 양반들은 귀양을 가서도 글 쓰고,
공짜로 밥 얻어 먹고 노동은 하지 않았더라구요.
조선 시대 수필의 대가 박지원과 김만중에 대해 조금 더 알게되었어요.
김만중이 <서포만필>에서 '우리 말을 버리고 다른 나라 말을 통해 시문을 짓는다면
이는 앵무새가 사람의 말을 하는 것과 같다' 라고 했다네요.
한글로 글을 쓰는 것에 자부심을 가져도 되겠어요.
"...신록을 바라다 보면 내가 살아있다는 것이 참으로 즐겁다.
내 나이를 세어 무엇하리 /.나는 오월 속에 있다.
...머문 듯 가는 것이 세월인 것을/ 유월이 되면 원숙한 여인 같이
녹음이 우거지리라" - 피천득 '오월'
원래 공부를 못하는 사람이 좀 열심히 하려면 탈이 나는 것 같아요.
연암의 글을 읽으며 한글로 되어있으면 더 좋았겠구나 생각하다가
뜨거운 차가 담긴 보온병을 엎어버렸지 뭐예요.
오늘 따라 손수건도 가방에 없더라구요. 맨 앞에 앉은지라 티를 낼 수가
없어 쩔쩔 매고 있는데 뒤에 앉은 주기영쌤이 휴지를 갖다 주더라구요.
무지하게, 엄청 고마웠는데 공부시간이라 인사도 못했네요.
에구....담부터 열심히 공부하는 척 안할께요..
이게 모두 '서무' 가 자리를 비운 탓이예요.
정말...서무씨 왜 안 나오시는 거예요? 그러지 마세요. 훌쩍.
갈 때는 가시더라도 가시는 듯 도셔 오시기 바라요.
수업은 하나도 못 들었어요.알아도 안갈켜 줄래요.
보온병의 물이 제법 뜨거워서 소리만 안 질렀지 아마도 뒷자리에
계신 분 들은 '소리없는 아우성'을 들으셨을 거예요.
"...이 나이에 내가 무슨/ 꽃을 피울까마는/어디서 남 몰래 꽃이 피고
있기에/ 뼈마디가 이렇게 저린 것이냐 -정희성 '꽃샘'
모두 들 보고 싶어서 저는 뼈마디가 쑤시는 것 같사와요.
녹음이 우거지기 전에 모두들 오사이다.
안 그러면 그대들 다시는 안 볼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