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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앵무새의 말    
글쓴이 : 이신애    23-05-03 20:58    조회 : 1,267
 "오월은 금방 찬물로 세수를 한 스물 한 살 청신한 얼굴이다." 
라는 시가 생각나는 날이었어요. 하릴 없이 하늘 공원을 서성이다가 
하얀 등나무 꽃이 늘어진 것을 발견했지요.하얀 장미도 피어있었어요. 

"오월은 앵두와 어린 딸기의 달이요 /오월은 모란의 달이다.
그러나 오월은 무엇보다도 신록의 달이다."

아니 결석의 달이라고 말하고 싶어지네요.

그래도 수요 반은 원래 튼실한 반이라 굳건하게 공부를 했지요.
연암 박지원과 김만중의 글을 보았어요.
옛날 양반들은 귀양을 가서도 글 쓰고, 
공짜로 밥 얻어 먹고 노동은 하지 않았더라구요.
조선 시대 수필의 대가 박지원과 김만중에 대해 조금 더 알게되었어요.
김만중이 <서포만필>에서 '우리 말을 버리고 다른 나라 말을 통해 시문을 짓는다면
이는 앵무새가 사람의 말을 하는 것과 같다' 라고 했다네요.

한글로 글을 쓰는 것에 자부심을 가져도 되겠어요.

"...신록을 바라다 보면 내가 살아있다는 것이 참으로 즐겁다.
내 나이를 세어 무엇하리 /.나는 오월 속에 있다.
...머문 듯 가는 것이 세월인 것을/ 유월이 되면 원숙한 여인 같이
녹음이 우거지리라"  - 피천득 '오월'

원래 공부를 못하는 사람이 좀 열심히 하려면 탈이 나는 것 같아요.
연암의 글을 읽으며 한글로 되어있으면 더 좋았겠구나 생각하다가 
뜨거운 차가 담긴 보온병을 엎어버렸지 뭐예요.
오늘 따라 손수건도 가방에 없더라구요.  맨 앞에 앉은지라 티를 낼 수가
없어 쩔쩔 매고 있는데  뒤에 앉은  주기영쌤이 휴지를 갖다 주더라구요. 
무지하게, 엄청 고마웠는데 공부시간이라 인사도 못했네요.

에구....담부터 열심히 공부하는 척 안할께요..

이게 모두 '서무' 가 자리를 비운 탓이예요.
정말...서무씨 왜 안 나오시는 거예요? 그러지 마세요. 훌쩍.
갈 때는 가시더라도 가시는 듯 도셔 오시기 바라요.

수업은 하나도 못 들었어요.알아도 안갈켜 줄래요.
보온병의 물이 제법 뜨거워서 소리만 안 질렀지 아마도 뒷자리에 
계신 분 들은 '소리없는 아우성'을 들으셨을 거예요.

"...이 나이에 내가 무슨/ 꽃을 피울까마는/어디서 남 몰래 꽃이 피고 
있기에/ 뼈마디가 이렇게 저린 것이냐  -정희성 '꽃샘'

모두 들 보고 싶어서 저는 뼈마디가 쑤시는 것 같사와요. 
녹음이 우거지기 전에 모두들 오사이다. 
안 그러면 그대들 다시는 안 볼겁니다. 





성혜영   23-05-03 21:59
    
이정표가 없네요. 후기 올려줘서 고맙게 잘 봤어요. 이신애샘 어느 반이신가요?
11층 하늘정원에 핀 등꽃이 너무 예뻐서 지난주에 사진 찍었어요. 연보랏빛 등꽃.
오뤌이 되니 피천득님을 떠올리셨군요. 서초구 반포천 피천득길에 가면 '오월'등 여러 글들이
돌에 새겨있어요. 오늘 백화점 옆에 붙은 노천 카페 camel 에서 '아아' 를 입에 댄 순간 맛에 '깜놀'했어요.
정신이 번쩍 나는 고급진 맛. 6000 에 자투리 시간을 행복하게 지냈어요.
잠시 충전하고 무릎에 연골주사 맞고 동네 미장원에서 헤나염색하고
남편만나서 멍게비빔밥먹고 조금아까 들어왔어요.
선생님들 이신애샘이 모두 보고싶어서 뼈마디가 쑤신다잖아요.
다음주엔 모두 뵙기를 바랍니다.
무역센터 박상률 선생님 수필반입니다.
이신애   23-05-05 13:14
    
'번지 없는 주막' 노래가 생각나네요.
급하게 후기를 쓰다보니 번짓수도 빼먹고, 틀린 곳도 생겼네요.
죄송합니다아------

다행히 뇌색녀 주쌤이 알려주어서 고쳤어요. 제일 먼저 내용이 이상하다고 느낀 것은
이정희 쌤이시랍니다.그래서 연줄연줄 잘못을 고쳤지요.
덕분에 가보지 않고 말만 듣고 쓴다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지 알게 되었어요.

어제는 합평 작품이 2개 있었어요.
하나는 성 혜영쌤의 '밥맛 이야"
다른 것은 나숙자쌤의 '아주 오래 된 친구들' 이었어요.
작품을 내고 안 오시면 안되어요. 꼭 오셔야 합니다.
우리 모두 글을 들고 왔다가 허턍을 쳤습니다.자꾸 그러시면 나샘을 삽으로
퍼다 버릴지도 몰라요.글 쓰는 사람들은 뒷끝이 작렬하거든요. 내색하지 않아도
속으로는 꽁해서  '나는 네가 지난 주일에 한 일을 알고 있다'라며 며르고 있을지도 몰라요.

점심을 먹고  우리들의 찻집 '드쿠닝'에서 여러분을 기다렸지요.
송경미 쌤이 갓 구워 따끈하고 맛있는 커피번 까지 사가지고 갔는데....
엉엉....다들 어디로 사라지신거예요.
담에는 나도 데리고 사라져주세요.

쓸쓸하게, 허전하게,처량하게,외롭게 아름다운 5월 속을 얇은 코트 자락을 휘날리며
돌아댕기다 집에 왔지요.
날씨가 좋으면 뭐 하나요? 같이 즐길 사람이 없는 걸.
맛있는 커피와 빵이 있으면 뭐 하나요? 맛있다고 해 줄 사람이 없는 데.
그러니 제발 글 좀 써가지고 오사이다.
담주에는 꼭 오셔요. 안 오시면 울래요. 흘흐ㅡㅡㅡ흑!
김동춘   23-05-07 20:40
    
^^ 결석의 달.^^

  어디서 남 몰래 꽃이 피고
있기에 뼈마디가 이렇게 저린 것이냐?!
날씨가 좋으면 뭐하나요?......^^

공감이 가는 말씀이네요
좋은 글 읽고 갑니다.

어디서 꽃이 피고 있길래 이리도 내 마음이 어지러울까나...
이신애   23-05-08 15:55
    
동춘쌤
지나가다가 들러주셔서 감사하와요.
흘러가는 물도 떠주면 은덕이라는데 댓글까지...!
제 경험상 녹음이 우거지면 어지러운 마음은 가라앉았어요.
그러면 다음 봄이 올 때까지 죽은 듯 살다보니 뼈마디가
쑤시는 나이가 되었네요.

부디 쌤은 죽어 살지 마시고 봄을 만끽 하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