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작소설 읽기⑤ <조이 럭 클럽 (The Joy Luck Club)>
에이미 탄(谭恩美)은 1952년 미국 오클랜드에서 중국인 이민 가정의 2남 1녀 중 둘째로 태어났다. 부모는 1949년 10월 마오쩌둥의 중화인민공화국 수립 선포 직전 공산화하는 중국을 피해 미국으로 건너 온 중국의 부유층이었다. 아버지 존 탄(John Tan)은 연경대학(燕京大学)에서 전기 공학을 배우고 미국 이민 후 매사추세츠 공대(MIT)에 장학금을 받고 진학했지만 곧 진로를 바꿔 침례교 목사가 되었다. 어머니 데이지(Daisy)는 상하이에서 부유층의 딸이었지만 첫 결혼에서 폭력을 휘두르는 남편의 학대를 피해 시가에 세 딸을 남겨둔 채 가출, 간호사가 되었다가 중국이 공산화되기 직전 미국으로 건너와 존 탄과 재혼하여 피터, 에이미, 존 3남매를 낳았다.
에이미의 인생에 일대 변화가 온 것은 15세 때 아버지와 16세의 오빠가 뇌종양이라는 동일한 병으로 8개월 간격으로 사망하면서였다. 두 사람의 돌연한 죽음이 운명적 저주라고 생각한 어머니는 심한 미신적 공포에 사로잡혀 교회와 인연을 끊고 남매를 데리고 유럽으로 떠나 스위스의 알프스 기슭 제네바 호반의 몽트뢰에 정착한다.
스위스 몽트뢰의 몬테 로사 기숙학원(the Institut Monte Rosa, Montreux)에서 딸의 고교 교육을 시작한 어머니는 그녀에게 항상 ‘A'를 요구한다. 그녀는 철들면서 어머니의 유별난 영재교육에 분개하여 거꾸로 나가기 시작한다.
마침내 스위스도 불안해진 어머니는 그녀가 고교를 졸업하자 에이미의 의사에 상관없이 미국으로 U턴하여 오래곤 주에 있는 미국 침례교 대학에 그녀를 입학시킨다. 그곳에서 소개팅으로 만난 이태리계 미국인 루이스 디메테이를 따라 어머니 승낙 없이 침례교대학을 중퇴하고 산호세로 가버린다. 그리고 산호세 대학에 입학하여 영문학과 언어학을 전공하면서 1974년(22세)에 루이스와 결혼한다. 그 후 언어 개발 컨설턴트와 발달 장애 아동을 위한 교육 프로젝트로 상담원을 하면서 기자활동을 겸한다.
단편소설 <마지막 게임(End Game)>, <나무 사이에서 기다리며(Waiting between the trees)>를 발표하면서 문학의 길로 진로를 바꾼 그녀는 1985년 작가이자 아칸소대학 문학교수인 몰리 자일스(Molly Giles, 1942- )의 창작 그룹에 합류하여 몰리 교수의 지도를 받아 본격적으로 단편소설을 써내기 시작했다. 장편 <죠이 럭 클럽>에 등장하는 여러 단편은 이때 이미 발표된 것이다.
그녀가 과거를 잊지 못하는 어머니의 한 맺힌 마음을 포용하면서 화해에 이른 것은 그녀가 30대 중반에 들어선 1987년, 어머니가 중국에 남겨두고 온 딸들을 찾아 어머니와 중국을 찾으면서다. 40년 만에 딸들을 해후하는 어머니 모습을 지켜 본 그 여행에서 그녀는 <조이 럭 클럽>을 구상한다. 이 구상은 2년 후 빛을 본다. 중국인 미국이민 1세대들이 겪는 부모와의 갈등과 어머니 세대의 기구한 비극을 엮은 <조이 럭 클럽>은 미국내 중국인 이민사회를 강타한 화제작이 되었다. 판권이 123만 달러에 팔리면서 전 세계 17개 국어로 번역되고 뉴욕타임즈에 77주 동안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에이미는 결혼 후 자신이 평생 우울증 약을 복용하는 환자인데다 어머니로부터 받은 정신적 불안의 유전 인자를 아이에게 넘겨줄지 몰라 아이를 갖지 않겠다고 결심하고 아이를 낳지 않았다. 아직 현역 세법 변호사인 두 살 위의 남편과 결혼 50주년을 앞두고 자기 둘만을 위해 설계하고 건축한 자연친화형 샌프란시스코 저택에서 어느덧 70대에 접어든 그녀는 여전히 문필생활에 전념하고 있다.
작품 내용
<조이 럭 클럽>은 장편소설이라기보다 16개의 단편소설이 여러갈래의 테마로 짜여진 옴니버스 소설이다. 중국 공산화를 피해 샌프란시스코에 정착한 4명의 여성 쑤얀, 린도, 안메이, 잉잉을 중심으로 그녀들의 3대에 걸친 삶을 모자이크하고 있다. 네 쌍 모녀 중 쑤얀과 징메이 편의 일부분은 작가 자신의 자전에 가깝고, 여기 등장하는 ‘조이 럭 클럽’은 작가의 어머니가 친구들과 벌이던 마작놀이 모임의 명칭이다. 그녀들은 모두 중국대륙에서의 쓰라린 과거를 잊지 못한 채 미국에서 새 삶을 시작하면서 미국에서 태어난 딸들에게 자기 인생의 온갖 한과 기대가 실현되기를 갈망한다. 깊이 있는 언어소통이 어려운 모녀들을 연결하는 것은 핏줄이라는 끈이 전부다. 자기들 삶으로부터의 반전을 확보하기 위해서 딸들에게 최고이기를 요구하는 어머니들의 완강한 집념은 같은 동양권인 우리들의 눈에 그리 낯선 풍경이 아니다. 책 속엔 네 쌍의 모녀가 펼치는 드라마틱한 삶의 궤적이 흥미진진하게 펼쳐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