딥러닝 실전 수필(12, 15. 목)
-꼬리가 몸통을 흔든다고?(종로반)
2016 한국산문 신인상 시상식 및 송년회 종로반
1. 회원 글 합평
가. 풀어놓은 빗장(이덕용)
남편의 폭력 앞에 풍전등화 같던 가정을 지키기 위해 고통을 참으며 ‘관계의 빗장’을 풀어놓은 이야기다. 자신의 신산한 이야기를 치적 거리지 않고 건조하게 거리를 두고 써서 더욱 진한 감동을 주는 글이다. 남편뿐만 아니고 자신에게까지 열어놓은 빗장은 중층적 의미를 준다. 옆길로 빠진 장황한 후반부는 수정을 요한다.
나. 감나무에 얽힌 추억(박영진)
감나무에 대한 추억을 이야기한 글이다. 문장이 정확하고 흐름이 자연스럽고 논리가 정연하다. 그럼에도 감동으로 전해오지는 않는 까닭은 무엇일까? 의미화가 미흡한 때문이 아닐는지. 감나무에 얽힌 흩뿌려진 이야기에서 의미를 찾거나 형상화를 하면 더 좋은 글이 될 것이다. 사유를 전개할 부분이 본문 중에 몇 군데 있다.
다. 순실이 표 스트레스(염성호)
작금의 국가, 사회적 현안을 다루되 해학을 곁들인 글이다. 시대 상황을 반영하되 상식적 기준의 공감을 끌어낸다. 첫 문장에 나오는 ‘등쌀’은 ‘민심’으로 표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결미의 에피소드(문우들과의 술집 회동, 박근혜 대통령 퇴진 시기를 둘러싼 내기)를 통해 무거운 시국을 가볍게 풀어준 부분이 인상적이다. 하하하.
라. 최순실, 그녀를 욕하고 나서(이천호)
강력한 어조의 이천호 표 특유의 힘이 있다. 현 시국을 ‘역설적’으로 풀어나간 서술이 새로운 점이다. 약간의 우 클릭 성향이 엿보이는 글이지만 전체적인 흐름에는 문제가 없다. ‘우리들 모두를 최순실이거나 놀아난 부류’로 재단하는 표현은 바람직하지 않다. 이견(異見)이 있을 수 있는 대목은 재삼 심사숙고하며 표현을 정제한다.
마. 몸통을 흔드는 꼬리(류미월)
드러나지 않은 송곳처럼 간결하면서도 새로운 관점의 참신함이 있다. 정지용의 시〈호수〉를 패러디하거나 광화문의 촛불 군중을 장자의〈소요유(逍遙遊)>에 나오는 상상 속 거대한 물고기 ‘곤(鯤)’으로 형상화한 비유가 발군이다. 상식과 대비되는 ‘꼬리가 몸통을 흔드는’ 제목도 좋다. 시의성을 플러스 문학성을 곁들인 A급 칼럼.
바. 모든 것은 사라진다(박소언)
어머니와의 추억을 통해 나를 성찰하는 글로 빼어난 서정 수필이다. 어머니의 흑백사진을 보며 ‘어머니는 처음부터 어머니였을 것’이라는 착각을 했다는 표현은 공감과 탄성을 자아낸다. 세월의 아쉬움을 되풀이하지 않길 바랐던 어머니의 소망이 ‘나를 건너 자식 앞에 서 있는 자신을 보는 허망한 시간을 본다’는 표현 또한 읽는 이를 숙연케 한다.
2. 종로반 동정
- 박소언 님의 글이 차가운 바람을 붙잡았다. 가슴속 깊은 곳에서 울려오는 감동을 수업하던 교실에 묻어두긴 서운해 합평 축하 파티를 했다. 좁은 탁자를 마주하며 뽀글뽀글 끓어오르는 김치찌개에 정을 나누는 시간을 박소언 님이 마련해 주었다.
- 항상 바쁘고 완벽해 보이는 제기영 님이 함께해 더욱 자리가 빛났다. 멀리 대전에서 오신 박영진 님도 오늘은 기꺼이 자리를 함께 해 감사했다. 지난 화요일 한국산문 신인상 시상식과 송년회에서 얻었던 흥분이 너울져 종로반을 휘감은 듯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