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이 온다>>
작가는 이 소설을 쓰게 된 동기를 에필로그에서 이렇게 말한다.
“2009년 1월 새벽, 용산에서 망루가 불타는 영상을 보다가 나도 모르게 불쑥 중얼거렸던 것을 기억한다. 저건 광주잖아. 그러니까 광주는 고립된 것, 힘으로 짓밟힌 것, 훼손된 것, 훼손되지 말았어야 했던 것의 다른 이름이었다. 피폭이 아직 끝나지 않았다. 광주가 수없이 되태어나 살해되었다. 덧나고 폭발하고 피투성이로 재건되었다.”(207쪽)
<<소년이 온다>>는 전 6장으로, 각장의 話者가 다르게 구성되어 있다.
*1장 <어린 새>에서
“그 과정에서 네가 이해할 수 없었던 한 가지 일은, 입관을 마친 뒤 약식으로 치르는 짧은 추도식에서 유족들이 애국가를 부른다는 것이었다. 관 위에 태극기를 반듯이 펴고 친친 끈으로 묶어놓은 것도 이상했다. 군인들이 죽인 사람들에게 왜 애국가를 불러주는 걸까. 왜 태극기로 관을 감싸는 걸까. 마치 나라가 그들을 죽인 게 아니라는 듯이.”(17쪽)
*2장 <검은 숨>에서
“썩어가는 내 옆구리를 생각해.
거길 관통한 총알을 생각해.
처음엔 차디 찬 몽둥이 같았던 그것,
순식간에 뱃속을 휘젓는 불덩어리가 된 그것,
그게 반대편 옆구리에 만들어 놓은, 내 모든 따뜻한 피를 흘러나가게 한 구멍을 생각해.
그걸 쏘아 보낸 총구를 생각해.
차디찬 방아쇠를 생각해.
그걸 당긴 따뜻한 손가락을 생각해.
나를 조준한 눈을 생각해.
쏘라고 명령한 사람의 눈을 생각해.” (57쪽)
*4장 <쇠와 피>에서
“아니요, 쏘지 않았습니다.
누구도 죽이지 않았습니다.
계단을 올라온 군인들이 어둠속에서 다가오는 것을 보면서도, 우리 조의 누구도 방아쇠를 당기지 않았습니다. 방아쇠를 당기면 사람이 죽는다는 것을 알면서 그렇게 할 수가 없었습니다. 우린 쏠 수 없는 총을 나눠가진 아이들이었던 겁니다.”(117쪽)
*5장 <밤의 눈동자>에서
달은 밤의 눈동자라고 했다.(중략) 시집 읽는 걸 좋아하던 스무 살 성희 언니가 보름달을 보고 말했다. 그럴듯하지 않니. 달은 밤의 눈동자래. 모임의 막내였던 당신은 어쩐지 그 말이 무서웠다. 저 검은 하늘 가운데, 얼음같이 하얗고 차가운 눈동자 하나가 침묵하며 그녀들을 내려다보고 있었다.”(136쪽)
*6장 <꽃 핀 쪽으로>에서
“느이 아부지 생전에 나헌테 하던 말이, 그때 내가 울지도 않고 뗏장 옆에 풀을 한움큼 끊어서 삼켰다든디. 삼키고는 쪼그려앉아서 토하고, 다 토하면 또 풀을 한움큼 끊어다 씹었다든디. 근디 나는 하나도 기억이 안나야.”(181쪽)
제 2강 <<채식주의자>> 꼼꼼히 읽기
<<채식주의자>> 2004년 여름 <<창비>> 영혜의 남편의 시점
<<몽고반점>> 2004년 가을 <<문학과 사회>> 영혜의 형부 비디오 아티스트의 시점
<<나무 불꽃>> 2005년 겨울 <<문학판>> 영혜의 언니 인혜의 시점. 3부작으로 구성.
“어떤 고함이 울부짖음이 겹겹이 뭉쳐져, 거기 박혀 있어. 고기 때문이야. 너무 많은 고기를 먹었어. 그 목숨들이 고스란히 그 자리에 걸려 있는 거야. 틀림없어. 피와 살은 모두 소화돼 몸 구석구석으로 흩어지고, 찌꺼기는 배설됐지만, 목숨들만은 끈질기게 명치에 달라붙어 있는거야.
한번만, 단 한번만 크게 소리치고 싶어. 캄캄한 창밖으로 달려 나가고 싶어. 그러면 이 덩어리가 몸 밖으로 뛰쳐나갈까. 그럴 수 있을까.
아무도 날 도울 수 없어.
아무도 날 살릴 수 없어.
아무도 날 숨 쉬게 할 수 없어”.(61쪽)
“그 자식이 맘에 들었던 거야?”
“그게 아니라, 꽃이…….”
“꽃?”
순간 그녀의 얼굴은 무섭도록 창백해졌다. 깨물어서 붉어진 아랫 입술이 보일 듯 말 듯 떨렸다. 차근차근 그녀는 말했다.
“정말 하고 싶었어요…… 그렇게 하고 싶었던 적이 없었어.
그 사람 몸에 뒤덮인 꽃이요…… 그게 날 못 견디게 했던 거야. 그것뿐이에요.”(131쪽)
“어떻게 내가 알게 됐는지 알아? 꿈에 말이야, 내가 물구나무 서 있었는데…… 내 몸에서 잎사귀가 자라고, 내 손에서 뿌리가 돋아서……땅속으로 파고 들었어. 끝없이, 끝없이…… 사타구니에서 꽃이 피어나려고 해서 다리를 벌렸는데, 활짝 벌렸는데……
열에 들뜬 영혜의 두 눈을 그녀는 우두망찰 건너다보았다. 나, 몸에 물을 맞아야 하는데, 언니, 나 이런 음식 필요없어. 물이 필요한데.”(180쪽)
*변역자 데보라 스미스(Deborah Smith) 영국 중부 소도시 동커스터 출신 케임브리지 대학교 영문과 졸업.
2013년 <<채식주의자>> 번역 완성. <<소년이 온다>>도 영역 출간.
“한강의 작품은 모든 면에서 매력적이에요. 그러나 한 가지를 꼽자면 한강은 인간의 가장 어둡고, 폭력적인 면을 완벽하게 절제된 문체로 표현해요. 그건 아마 시인으로 활동했던 경험에서 영향을 받은 것 같아요.”
수필합평
<그때는 있었고 지금은 없는 것> 박서영
<캔버스(Dear 수근 박)> 김정미
<폐암환자로서 5년간 살아남기> 이승종
<농담> 김계원
<사랑을 가졌어라> 송인자
<베니스 소묘> 김혜자
오늘 합평의 가장 중요한 말씀은 문장 축약을 통한 군살 빼기와 대화체에 관한 말씀입니다.
대화체를 통해 발화자의 개성이 드러나야 하며, 서술체에서 표현할 수 없는 부분을 맛깔나게 살릴 수 있어야 한다는 말씀입니다. 여섯 편 모두 좋은 평을 받았습니다.
오늘로서 2016년 마지막 수업을 마칩니다. 우리 샘들께 좋은 일만 가득하시길 바라며 2017년 정유년에도 좋은 글로서 만나뵙겠습니다. 사랑과 존경을 보냅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