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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힘으로 짓밟힌 것, 훼손되지 말아야 했던 것의 다른 이름....(분당반)    
글쓴이 : 이화용    16-12-28 22:47    조회 : 5,062

<<소년이 온다>>

 

작가는 이 소설을 쓰게 된 동기를 에필로그에서 이렇게 말한다.

“20091월 새벽, 용산에서 망루가 불타는 영상을 보다가 나도 모르게 불쑥 중얼거렸던 것을 기억한다. 저건 광주잖아. 그러니까 광주는 고립된 것, 힘으로 짓밟힌 것, 훼손된 것, 훼손되지 말았어야 했던 것의 다른 이름이었다. 피폭이 아직 끝나지 않았다. 광주가 수없이 되태어나 살해되었다. 덧나고 폭발하고 피투성이로 재건되었다.”(207)

<<소년이 온다>>는 전 6장으로, 각장의 話者가 다르게 구성되어 있다.

*1<어린 새>에서

그 과정에서 네가 이해할 수 없었던 한 가지 일은, 입관을 마친 뒤 약식으로 치르는 짧은 추도식에서 유족들이 애국가를 부른다는 것이었다. 관 위에 태극기를 반듯이 펴고 친친 끈으로 묶어놓은 것도 이상했다. 군인들이 죽인 사람들에게 왜 애국가를 불러주는 걸까. 왜 태극기로 관을 감싸는 걸까. 마치 나라가 그들을 죽인 게 아니라는 듯이.”(17)

*2<검은 숨>에서

썩어가는 내 옆구리를 생각해.

거길 관통한 총알을 생각해.

처음엔 차디 찬 몽둥이 같았던 그것,

순식간에 뱃속을 휘젓는 불덩어리가 된 그것,

그게 반대편 옆구리에 만들어 놓은, 내 모든 따뜻한 피를 흘러나가게 한 구멍을 생각해.

그걸 쏘아 보낸 총구를 생각해.

차디찬 방아쇠를 생각해.

그걸 당긴 따뜻한 손가락을 생각해.

나를 조준한 눈을 생각해.

쏘라고 명령한 사람의 눈을 생각해.” (57)

*4<쇠와 피>에서

아니요, 쏘지 않았습니다.

누구도 죽이지 않았습니다.

계단을 올라온 군인들이 어둠속에서 다가오는 것을 보면서도, 우리 조의 누구도 방아쇠를 당기지 않았습니다. 방아쇠를 당기면 사람이 죽는다는 것을 알면서 그렇게 할 수가 없었습니다. 우린 쏠 수 없는 총을 나눠가진 아이들이었던 겁니다.”(117)

*5<밤의 눈동자>에서

달은 밤의 눈동자라고 했다.(중략) 시집 읽는 걸 좋아하던 스무 살 성희 언니가 보름달을 보고 말했다. 그럴듯하지 않니. 달은 밤의 눈동자래. 모임의 막내였던 당신은 어쩐지 그 말이 무서웠다. 저 검은 하늘 가운데, 얼음같이 하얗고 차가운 눈동자 하나가 침묵하며 그녀들을 내려다보고 있었다.”(136)

*6<꽃 핀 쪽으로>에서

느이 아부지 생전에 나헌테 하던 말이, 그때 내가 울지도 않고 뗏장 옆에 풀을 한움큼 끊어서 삼켰다든디. 삼키고는 쪼그려앉아서 토하고, 다 토하면 또 풀을 한움큼 끊어다 씹었다든디. 근디 나는 하나도 기억이 안나야.”(181)

 

2<<채식주의자>> 꼼꼼히 읽기

 

<<채식주의자>> 2004년 여름 <<창비>> 영혜의 남편의 시점

<<몽고반점>> 2004년 가을 <<문학과 사회>> 영혜의 형부 비디오 아티스트의 시점

<<나무 불꽃>> 2005년 겨울 <<문학판>> 영혜의 언니 인혜의 시점. 3부작으로 구성.

 

어떤 고함이 울부짖음이 겹겹이 뭉쳐져, 거기 박혀 있어. 고기 때문이야. 너무 많은 고기를 먹었어. 그 목숨들이 고스란히 그 자리에 걸려 있는 거야. 틀림없어. 피와 살은 모두 소화돼 몸 구석구석으로 흩어지고, 찌꺼기는 배설됐지만, 목숨들만은 끈질기게 명치에 달라붙어 있는거야.

한번만, 단 한번만 크게 소리치고 싶어. 캄캄한 창밖으로 달려 나가고 싶어. 그러면 이 덩어리가 몸 밖으로 뛰쳐나갈까. 그럴 수 있을까.

아무도 날 도울 수 없어.

아무도 날 살릴 수 없어.

아무도 날 숨 쉬게 할 수 없어”.(61)

 

그 자식이 맘에 들었던 거야?”

그게 아니라, 꽃이…….”

?”

순간 그녀의 얼굴은 무섭도록 창백해졌다. 깨물어서 붉어진 아랫 입술이 보일 듯 말 듯 떨렸다. 차근차근 그녀는 말했다.

정말 하고 싶었어요…… 그렇게 하고 싶었던 적이 없었어.

그 사람 몸에 뒤덮인 꽃이요…… 그게 날 못 견디게 했던 거야. 그것뿐이에요.”(131)

 

어떻게 내가 알게 됐는지 알아? 꿈에 말이야, 내가 물구나무 서 있었는데…… 내 몸에서 잎사귀가 자라고, 내 손에서 뿌리가 돋아서……땅속으로 파고 들었어. 끝없이, 끝없이…… 사타구니에서 꽃이 피어나려고 해서 다리를 벌렸는데, 활짝 벌렸는데……

열에 들뜬 영혜의 두 눈을 그녀는 우두망찰 건너다보았다. , 몸에 물을 맞아야 하는데, 언니, 나 이런 음식 필요없어. 물이 필요한데.”(180)

 

*변역자 데보라 스미스(Deborah Smith) 영국 중부 소도시 동커스터 출신 케임브리지 대학교 영문과 졸업.

2013<<채식주의자>> 번역 완성. <<소년이 온다>>도 영역 출간.

한강의 작품은 모든 면에서 매력적이에요. 그러나 한 가지를 꼽자면 한강은 인간의 가장 어둡고, 폭력적인 면을 완벽하게 절제된 문체로 표현해요. 그건 아마 시인으로 활동했던 경험에서 영향을 받은 것 같아요.”

 

 

수필합평

 

<그때는 있었고 지금은 없는 것> 박서영

<캔버스(Dear 수근 박)> 김정미

<폐암환자로서 5년간 살아남기> 이승종

<농담> 김계원

<사랑을 가졌어라> 송인자

<베니스 소묘> 김혜자

 

오늘 합평의 가장 중요한 말씀은 문장 축약을 통한 군살 빼기와 대화체에 관한 말씀입니다.

대화체를 통해 발화자의 개성이 드러나야 하며, 서술체에서 표현할 수 없는 부분을 맛깔나게 살릴 수 있어야 한다는 말씀입니다. 여섯 편 모두 좋은 평을 받았습니다.

 

오늘로서 2016년 마지막 수업을 마칩니다. 우리 샘들께 좋은 일만 가득하시길 바라며 2017년 정유년에도 좋은 글로서 만나뵙겠습니다. 사랑과 존경을 보냅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이승종   16-12-29 06:03
    
이화용 선배님.
바쁘시고 피곤하실 텐데 매주 우리반 문우들을 위해
이같이 깔끔하고 유익한 후기를 남겨주심에 감사와 사랑을 드립니다.
선배는 이 후기로 매주 한편의 새로운 수필을 쓰시는 것입니다.
지나간 일년 동안의 수고에 감사드리며 2017년 새해에도 여전히 기대하겠습니다.
새해에는 더 많이 행복하시기를----
     
이화용   16-12-29 09:53
    
늘 새벽 일찍 제 후기를 읽어 주시고 사랑 넘치는 격려보내주시는
선생님께 감사드립니다.
어제는 한강작가의 작품을 무려 4편이나 공부했는데
제 부족한 필설로는 그 내용을 다 옮기지 못해서
작품에서 제 마음에 와닿는 부분들을 조금씩
옮겨 놓는 것으로 대신했습니다.
작가의 함축되고 절제된 문장과 시적 표현, 어휘들에
때로는 온 몸에 힘이 주르르 빠져나가는 듯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느라 선생님들께서 정성껏 써 오신 글들의 합평 내용을
좀 더 자세하고 소중히 다루지 못해서 송구스럽습니다.
이승종 선생님
새해 정유년 부디 더 건강하시고 활력 넘치는 날들 보내시길 기원합니다.
늘 감사드립니다.
          
김정미   16-12-29 10:50
    
어제는 방어 폭풍 흡인 후 갖은
커피타임에서
모 샘께서 같은 말씀을 하셨답니다.
한 편의 수필이라고요.
저희는 그냥 즐거이 먹고 마시는데 화용선생님 머릿속엔
후기써야지 라는 미션이 늘 묵직히 매달려 있으실 듯 하여
미안했습니다.
이래저래 인복은 한 강작가 보다 많은 정미반장 입니다.
감사합니다.
싸랑 합니데~이
               
이화용   16-12-30 07:32
    
그 부담감이 저를 살아있게 합니다.
정미반장님 여행길에 내내 주님 은총 있기를....
김정미   16-12-29 10:41
    
"한 강 작품은 모든 면에서 매력적이에요.
그러나 한 가지를 꼽자면 한 강은 인간의 가장
어둡고 , 폭력적인 면을 완벽하게 절제된 문체로
표현해내요. 그건 아마 시인으로 활동했던 경험에서
영향을  받은 것 같아요."  --데보라스미스(한강과 공동수상한 영역자) 인터뷰 中--
<<소년이 온다>>도 영역 출간했다네요.
의역을 하는 데보라의 활약도  대단합니다.

매주 성황인 4교시겸 송년회는 여전히 북적북적
대방어 대방츨 사건으로 우리들의 혀는 꽃처럼 화사했습니다.
깻잎과 상추는 꽃잎되어 씹히더이다.
맛있었습니다.
베풀어 주신 윤용화 선생님 고맙습니다.
꽃같은 후기로 챙겨주신 이화용선생님 고맙습니다.
떡과 그 따뜻한 떡 안에다 교수님 드릴 쌍화탕을 넣어온
총무님 수고 많으십니다.
부족해도 수고 한다고 격려해주신
황빈마마와 선생님들 고개 숙여 감사 인사 올립니다.
새해에도 건강하시고 행복하세요.

"저는 글을 쓸때 책이 나온 다음의 일은 생각하지 않아요.
글을 쓰는 사람은 그냥 글을 써야죠.
노벨문학상은 책이 완성된 뒤 아주 먼 미래에 나오는 결과 잖아요.
그런게 중요하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 --한강의 수상인터뷰 中

선생님들!
노벨문학상 너무 신경 쓰시지 마시고
그냥 글을 씁시다.ㅎ
교수님! 꼼꼼히  읽어 주신 <<소년이 온다>>&<<채식주의자>>
너무 고맙습니다.
사랑과 존경을 드립니다.
     
이승종   16-12-29 11:34
    
이 글을 읽고 할 수 없이 <<채식주의자>>를 주문했습니다.
반장님 올해 너무 수고 많으셨습니다.
헌데 반장님은 우리반 남학생들에게 너무 인기가 많아 내가
비집고 들어갈 자리가 없어요.
그것 또한 그런대로 좋아요. 반장님은 내 짝궁이니까.
여행 즐겁게 다녀오시고 새해도 수고해 주세요.
          
이화용   16-12-30 07:52
    
할 수 없이??? ㅋ ㅋ ㅋ
     
이화용   16-12-30 08:06
    
"대방어 대방츨 사건으로 우리들의 혀는 꽃처럼 화사했습니다.
깻잎과 상추는 꽃잎되어 씹히더이다."
멋진 표현입니다.
역시 수필집을 낸 著者는 다르시네요.
반장님 늘 건강하고 활기넘치기를 기원합니다. 알러뷰~~~
박재연   16-12-29 11:56
    
간만에  아는 책  읽어본 책 <채식주의자> 반가웠는데
아싑게도 결석을 했습니다ㅠ
조금은 불친절한 그 '절제된 문체'  저도 많이 좋아하는데요^^
어제도 즐거운 시간 보내셨군요
새해  좋은 꿈들 꾸시고  첫수업때 뵈어요~~
     
이화용   16-12-30 07:36
    
그 절제 속에 독자의 몫이 있어서
단숨에 읽어버리지 못하는 책들을 소중히 생각하게 되네요.
결석해서 아쉬웠어요.
자주 봐요^&^^
이여헌   16-12-29 13:18
    
12월 한 달 동안, 이런 저런 바쁜일로 교수님의 <인문학강좌>를 쉬고 있었는데..
어제 뒤늦게 등록을 하고, 마침 좋아하는 한강 작가에대한 강의를 듣게 돼 참으로 반가웠습니다.
수업시간 내내 자세하게 공부했던 그 소설, <<소년이 온다>>가,
요즘 한참 메스콤에서 희자되고 있는 그 <불랙 리스트>에,
맨부커상으로 빛나는  한강 작가가...  올라가게 된 원인이 되었다네요. 참....!!
참으로 어이없고 서글픈 세상이었습니다.
     
이화용   16-12-30 07:40
    
만 명에 달한다는 블랙 리스트 중에 한강의 이름이 크게 부각되는 것이
작가의 성향상 별로 달갑지는 않았을 것 같아요.
그러거나 말거나 작가는 자기가 쓰고 싶은 것을 쓰고야 말테니까요.
부드러워 보이는 인상, 가늘고 웃음 띤 눈매에
본인의 정체성이 단단히 어려 있더군요. 마치 작가를 본 것처럼 ㅎ ㅎ ㅎ
홍성담이란 화가가 황석영의 전 처남 이었다지요?
<깃발>을 쓴 홍희담의 오빠면서...
당국은 그들이 얼마나 미웠을까???
(여헌선생님 안 나오시는 동안 자꾸 뒤를 돌아다보게 돼대요. 혹시 늦게라도 오시려나??)
공해진   16-12-29 15:29
    
2016년도가 마감이 되네요.
총무 선진님, 반장 정미님 그리고 後記를 담당하신 화용님!  감사하구요.
우리반 모두가 名品 이었습니다.
산맥을 이루었지요.
늘 행복하시기 바랍니다.
     
이화용   16-12-30 07:53
    
名品 훈남 본인은 왜 빼시나요?
명품 분당의 한 가운데 공자 후손 참바다씨가 있다!!
고로 거리가 조금 멀어진 것은, 교통이 조금 불편해진 것은 아무 이유가 되지 않는다!! ㅇㅋ?
이은옥   16-12-29 20:39
    
화용선생님!
 분당반에 들어가 두번의 12월을 보내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어느분이 어느분인지 아리까리 했는데, 이제는 다 친근감이 있어졌습니다.
시간의 보상이겠지요.^^
앞에서 선배님들의 글에서 화용선생님은 매주 한편의 수필을 쓰신다고 칭찬하셨는데 저도 거기에 한표 던집니다.
저는 수업을 듣고도 돌아서면 다 잊어버리는데, 화용선생님은 어찌그리도 다 옮겨 놓으신지요......
새해에도 건강과 행복 하시고 ,  새해에 뵙겠습니다.

분당반 선생님들 새해에도 건강하시고 늘 행복하시길 바랍니다. ^^ ^^
     
이화용   16-12-30 08:03
    
이은옥샘^^**
분당반 분위기를 은옥샘이 이제 책임져야할 위치에 계십니다.
늘 강의실에서 뒤를 돌아다 보면 든든한 것이 누구때문??
새해에도 많이 쓰시고 교실을 꽉 채워주세요.
이화용   16-12-30 08:27
    
'청와대 관저의 그녀'가 트럼프 당선자에게 당선 축하 전화를 걸었답니다.
"트럼프 귀하, 당선을 축하합니다."
" ?? 빨리 최순실이나 바꿔!!""
우리 교수님의 특급 농담입니다.
마지막 수업에 끈끈따끈 맛난 시루떡을 후원해주신 김계원 선생님 감사합니다.
4교시를 위해 서현 전지역의 맛집을 미리 탐사도 하시고
인맥을 두루 활용해서 맛있고 씬나고 게다가 늘 겸손한 주머니까지
아낌없이 내어주시는 윤용화작가님, 감사합니다.
내내 평안하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