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률 선생님이 수업 중 스치듯 언급하신 속담, 중요하다 싶어 일단 ‘꿩’과 ‘매’만 메모해 두고 집에 돌아와 검색해보니...
1. 꿩을 잡아야 매라고 할 수 있다는 뜻으로, 방법이 어떻든 간에 목적을 이루는 것이 가장 중요함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2. 실제로 제 구실을 하여야 명실상부하다는 것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이라고 되어 있더군요.
한영자B 선생님의 첫 작품인 <인공관절>을 합평하시며
박 선생님은 관절이 약했던 본인이 어떻게 해서 계단을 거뜬히 오르게 되었는지
그 비결을 알려주셨는데...
말로만 들었을 때 아무래도 스쿼트를 말씀하시는 것 같아
확실히 하기 위해 시범을 보여달라는 부탁까지 드려보았습니다.
조금 주저하시더니, 보드마커와 종이를 책상 위에 내려놓고
선생님께서는 팔짱을 낀 채 앉았다 일어났다를 반복하는 시범을 보여주셨습니다.
스쿼트인 것 같으면서도 좀 자유롭게 자기 식으로 편하게 하시는구나 생각할 때쯤,
상체가 무릎 선을 넘지 않게 유지하는 바른 스쿼트 자세를 어느 선생님께서 짚어주셨지요.
그때 박상률 선생님이 바로 이 속담을 꺼내셨는데요...
완벽을 기하려고 하기보다는
일단 자기 몸에 맞게 실천부터 하는 것이 어떻겠냐는 취지에서였지요.
그러면서 글쓰기에서도
어떻게 써야 하는지 이론만 공부하는 것보다
일단 자꾸 써봐야 한다고 덧붙이셨습니다.
너무 많이 알면 도리어 행하기가 어려워진다는 것입니다...
새해에는 아무래도
꿩을 어떻게 잡을지 고민은 넣어두고
잡기부터 해야 할 것 같습니다.
합평할 글이 두 편이라서
김성우 전 한국일보 논설고문의 수필을 공부했습니다.
명예시인, 명예배우라는 특이한 이력도 갖고 있는
김성우 님의 수필집 《돌아가는 배》에 실린
〈나는 섬이었다〉를 읽었습니다.
진솔하면서도 섬세한 필치로 적어 내려간 흥미로운 글이었는데
“내가 가장 취미 있는 것은 시와 수학이었다.”는 구절에서
박 선생님은 글 쓰는 데 문과, 이과 나누는 것은 도식적이라는 말씀을 하셨지요.
문학을 한다고 하면 대개 직관, 감정, 정서를 떠올리지만
앞뒤 아귀가 딱딱 맞게 글 한 편을 쓰자면 사실상 수학적인 논리성도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간식으로 만두를 준비해주신
이숙자 선생님,
특별식 맛있게 잘 먹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이번 주에는 제가 파악하기로
열한 분 정도 자리가 비었던 것 같습니다.
집안일과 건강, 여행, 이사 등등의 개인 사정으로
많은 선생님들이 결석하셨지요.
그리고 뒷정리 후 솜리로 가보니
더 적은 수의 선생님들이 남아 계셨습니다.
평소 말씀 많이 못 나누었던 선생님들과
이런저런 얘기도 하고 나름 의미 있었지만
올해의 마지막 수업 애프터를 제대로 못 한 아쉬움이 남았습니다.
이벤트라든가 ‘재미’ 이런 쪽으로 좀 약한 제 탓인가 하는 생각도
잠시 해보았지만
개인 사정이라는 명백한 사실 앞에서 자책하지 않기로 결론 내렸지요;;
다음 주인 2017년에는
선생님들 모두 건강하고 활기찬 모습으로
만나 뵙기를 소원합니다.
올해도 모두들 수고 많으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