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스 만의 <토니오 크뢰거>를 공부했습니다.
사업가이자 현실적인 북방계 아버지와
예술적이고 감각적인 남방계 어머니로부터
두 가지 기질을 모두 물려받은 토니오 크뢰거는
곧 토마스 만의 자화상이기도 합니다.
시민사회의 아웃사이더로서
고독하게 살 수 밖에 없는 한 예술가의 숙명을
매우 아름답고 격조 높게 형성화한 소설입니다.
“나로 하여금 모든 예술성 속에서,
모든 비상한 것과 모든 천재성 속에서
무엇인가 매우 모호한 것, 매우 불명예스러운 것,
매우 의심스러운 것을 알아차리도록 해주는 것은
바로 이 시민적 양심이며,
나라는 인간의 내부를 단순한 것, 진심인 것,
유쾌하고 정상적인 것, 비천재적인 것, 단정한 것에 대한
맹목적인 사랑으로 가득 채워주는 것도
바로 이 시민의 양심인 것입니다.
나는 두 세계 사이에 서 있습니다.
그래서 그 어느 세계에도 안주할 수 없습니다.
그 결과 약간 견디기 어렵지요.
당신들 예술가들은 나를 시민이라 부르고,
또 시민들은 나를 체포하고 싶은 충동을 느낍니다.”
같은 사물도 다르게 보는 자유로운 사고관을 가진 예술성과
사회적인 규범을 지키면서 틀에 맞는 삶을 살아야 하는 시민성 사이에서
갈등하는 토마스 만의 고뇌가 절실하게 나타나 있는 단락입니다.
<토니오 크뢰거>는 토마스 만의 제일 성공한, 잘 은폐된 자서전이며
가장 내밀하고 순수한 자기 고백의 소설이기도 합니다.
“문학이란 것은 소명이 아니라 일종의 저주입니다.
언제부터 이 저주가 느껴지기 시작할까요?
엄청나게 일찍, 아직도 의당 하느님과 세상 사람들과 더불어
평화로운 화해 속에서 살아야 할 시기에
벌써 이 저주가 찾아옵니다.
이것은 낙인처럼 나에게 찍혀지며
평범하고 정상적인 사람들과 이유를 알 수 없는 갈등에 빠지게 됩니다.
불신, 반항, 인식, 감정의 심연이 점점 깊어지며 고독해지지요.”
정신과 예술에 사로잡혀 무감각해지고 황폐해진 자신을
새롭게 인식하고 이러한 자기인식 과정을 거친 토니오는
인간적인 것, 생동하는 것, 평범한 것에 대한
시민적 사랑을 가슴에 품고 창작을 하겠다고 결심합니다.
인간으로서 가져야 하는 가치와 깊이를 알아가는 과정이 잘 그려진
<토니오 크뢰거>는 문학의 길을 걷는 우리들에게도 큰 깨달음을 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