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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각을 풀어서 써라 (목동반)    
글쓴이 : 황다연    17-04-10 22:42    조회 : 4,983

이번 시간에는 봄맞이 대청소를 핑계로 해결되지 않는 복잡한 생각들을 정리하고자 한 내용의 황다연 <봄맞이 대청소> 합평과 한강작가의 <채식주의자> 문학특강이 이어졌습니다. 꼼꼼하고 깊이 있는 합평을 통해 교수님은 작가에게 독자와의 거리를 넓혀라. 자기의 생각을 풀어서 일상화시켜 써라. 누구에게 말하듯이 써라는 조언을 했습니다.

작가의 심정을 이해하면 이해될 수 있으나 이 글은 독자의 공감, 접근이 어렵고, 일상성, 보편적 타당성이 없는 관념적인 글이라고 했습니다. 자기 안에 갇혀 있지 말고 열고 나와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자신의 내면을 읽는 것보다 독자를 향해 외부와의 관계 안에서 설명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맨부커 인터내셔널 수상작인 한강작가의 <채식주의자>는 각각 독립된 세 작품 채식주의자, 몽고반점, 나무 불꽃으로 되어있습니다. 그러나 각각의 작품은 작중인물의 역할만 달라질 뿐 서로 연관성이 있습니다. 때문에 하나의 작품으로 볼 것인지도 논의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주인공 영혜는 왜 채식주의자가 되었을까? (세 번의 꿈) 때문일까? 그렇다면 왜 그런 꿈을 꾸었을까?

이 글에서 원인이 없었다면 관념적인 소설이 된다고 했습니다. 교수님은 직접적인 표현은 없지만, 광주사태가 야기한 피해, 후유증을 앓는 후세 사람들에 대한 심리, 내면을 쓴 소설로 느껴진다고 했습니다.

주인공의 부모님이 사는 소도시는 광주를 연상시키고 있고, 작가의 이력, 약력을 통해서도 짐작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광주사태를 표방하려면 사실적인 소설이 되어야 하는데 이 작품은 개인의 의식, 인식구조로 가도록 의도하고 썼습니다. 비평가들은 폭력, 전쟁, 사태 등을 설정해 폭력이 개인을 어떻게 말살해 가고, 개인은 어떻게 무너져가는지, 개인과 외부사항의 갈등으로 보고 있습니다.

몽고반점은 미의식, 미학을 추구하는 예술소설에 속합니다. 몽고반점은 피의 자국이며 흔적입니다. 문신을 한다는 것은 인간의 피의 흔적인 몽고반점을 새기는 것으로 생각됩니다.

이 작품은 예술지상주의, 미학주의자들이 갖는 약점, 도덕성 사회성 등 그 밖의 모든 효용성을 버리고 예술의 자율성만을 강조합니다. 김동인의 단편소설 광염 소나타가 여기에 속합니다.

나무 불꽃은 결국 주인공 영혜가 정신병원에서 죽어가는 내용입니다. 시간 부족으로 이글에 대해 설명은 하지 못했습니다만, 교수님은 뱀이 개구리를 물으면 놓지 않듯이 한 강 작가 역시 한번 묘사하면 끈질기게 끝까지 탄탄하게 가는 작가라는 말로 실력을 평가했습니다. 맨부커상을 수상할 수 있었던 번역에서도 광주사태가 갖는 함축성을 번역자가 살리지 않았을까. 추측해 봅니다.

윤신숙 쌤, 달콤한 간식 감사해요~ 오늘 특히 우리 반 결석이 많아 강의실 빈공간이 크게 느껴졌습니다. 담주엔 야외수업 있답니다. 이번학기 휴강 중이신 쌤께서도 봄 산책 함께 해요.^^


박유향   17-04-10 23:10
    
오늘 수업을 못들어 아쉬웠었는데 이렇게 후기를 보니 수업현장이 생생하게 느껴지네요.
교수님의 채식주의자 강의 궁금했었거든요. 역시나 깊이있는 해석을 해주신 것 같아요.
길거리가 꽃들이 만발하네요.
눈호강도 며칠 못하니 짧은 시간 많이 많이 즐기시기를.
다음주 야외수업때 뵈어요.
이정임   17-04-11 09:04
    
한강의 채식주의자, 저는 그냥  떨림으로 읽고 뭔지모를 분노와 상실감으로 제자신이 후벼파지는 아픔을 느끼며 어려운 감정이라 밀어내버렸는데 교수님의 비평으로 정리가되는듯 합니다. 역시 작가는 세상에 꼭 필요한 소금같은 존재인듯요. 다연님의 봄맞이 대청소, 저는 그냥 공감하며 술술 읽었는데 너무 자기안에 갇히지말고 일상성을 가져야된다는 교수님의 조언과 여러의견들을 나누었고, 너무 내안에 침잠하며 그러함에 별 회의를 갖지않는 저를 좀 돌아봤지만 그 또한 내 색갈이아닌가하는 생각도.
담주 결석하신 여러님들 꼭 오셔서즐거운 봄나들이하셔요.
김연희   17-04-11 13:32
    
후기 읽는 즐거움이 만개한 벚꽃의 흐드러진 자태 못지않습니다
봄밎이 대청소를 읽으며 털어버리고 싶고 마음에 맞게 반듯하게 정리하고 싶었던 일들이 제게도 있었지요. 
쉽지 않은 문제 같습니다.
채식주의자를 읽고 식사를 못 할 정도로 마음이 무거웠는데요.
교수님의 비평과 작품해설은 가뭄에 단비처럼 느껴졌습니다.
나는 외부의 폭력과 사태에 대해 영혜 부모님의 태도일까?
영혜 언니인 은혜의 평범하지만 늘 희생하고 사랑하는 그녀의 모습일까? 생각해봤습니다.
 넘나 즐거운 수업이었고 후기 또한 감동입니다. 담주 야외에서 뵐게요.
김명희   17-04-12 14:37
    
역시 아는 만큼 보인다는 진리에 전적으로 수긍한 시간이었지요.
책장을 덮고서도 답답하게 죄여오는 무엇이 있었는데
저변에 깔려있는 시대적 아픔을 간과했다는데서
그 실마리를 찾을 수 있었답니다.   
훌륭한 비평과 함께 작품을 대하는 기쁨이 더욱 커진 날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