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저런 일로 왔다 갔다 하느라 잘 못 들은 게 아니라면...
박상률 선생님은 일단 세상에 나온 자신의 책은 다시 들춰보지 않는다고 하셨(던 것 같)습니다.
보면
고치고 싶고 손대고 싶은 데가
자꾸만 자꾸만 나와서 그렇다는 것입니다.
남이 쓴 글을 교정 볼 때도
처음엔 안 보이던 것이 두 번째 볼 때는 보이고...
최종 점검할 때면 왜 이걸 놓쳤을까 하는 부분이 뒤늦게 나타나기도 합니다만...
자기가 쓴 글을 볼 때도 마찬가지인가 봅니다.
헤밍웨이도 《노인과 바다》를 200번 정도 퇴고했다고 하는데...
작가들은 쓰고... 고쳐 쓰고... 쓰고... 고쳐 쓰고...
자기 글을
자꾸만 자꾸만 고치는 사람들이라는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덤 하나.
청소년 도서계의 스테디셀러 《봄바람》을 박상률 선생님은 세 번이나 쓰셨다고 합니다.
1990년대 노트북이 막 상용화되기 시작할 무렵
선생님은 《봄바람》을 완성하고 그 초고를 자신의 노트북에 저장해 놓으셨습니다.
그런데 매우 어렸던 아드님이 그만 플로피디스크 드라이브에다가 동전 하나를 밀어 넣었고...
기계 자체가 고장 나는 바람에 복구 자체가 불가능했고...
그래서 처음부터 완전히 다시 쓰셔야 했다고 합니다.
와~
저는 여기서 감탄을 했습니다.
수업후기 쓰다가 실수로 내용이 다 날아가도,
아니 어떤 수업후기에 댓글 하나 달다가 그게 날아가도
머릿속이 하얘지며 다시 쓸 엄두도 못 내고...
혹 다시 쓴다 해도 이전의 그 반짝거림을 재현해 내지 못해 아쉬워했던 제 경험이 떠올라서였습니다.
(나머지 한 번에 대해서는 분명 선생님께서 언급하지 않으셨는데, 그게 언제였는지 여쭤볼 기회를 놓쳐 그 한 번에 대해서는 다음번에 말씀드리겠습니다.)
덤 둘.
퇴계 이황의 마지막 유언 한마디-
“매화 화분에 물 주어라.”
이번 수업 시간엔 기분이 너무나도 좋았습니다.
정말 오랜만에
우리 이건형 선생님께서 건강한 모습으로 다시 나오셨기 때문입니다.
앞으로도 계속 그렇게 한결같은 모습으로 함께하시길 바라고 바랬습니다.
그리고 따뜻한 미소가 일품인 심재분 선생님도 몇 주만에 오셨지요. 마들렌느 맛있게 먹었습니다.^^
온갖 꽃들로 눈부신 이즈음 친손녀 보신 장정옥 선생님, 색색깔 예쁜 떡으로 기쁨 나눠주셔서 감사합니다.
목요일 총회에서 한국산문 문학상 수상하신 정충영 선생님, 다시 한 번 축하드립니다.
수필반에 와서 이렇게 글 쓰길 참 잘했다며 행복하다고 평소 말씀하셨는데...
의미 있는 성과로 보답받으신 것 같아 진심으로 기뻤습니다.
일주일에 한 번 귀한 시간 내어 글 공부하러 나오시는
우리 반 선생님들 모두
글 쓰는 일로 행복하고
풍요로운 나날 보내시길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