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acheZone
아이디    
비밀번호 
Home >  강의실 >  한국산문마당
  봄봄: 콩트 수필 어떻게 쓰나요? (종로반)    
글쓴이 : 윤기정    17-04-25 02:41    조회 : 2,958

딥러닝실전수필(4.20, 목)

- 봄봄: 콩트 수필 어떻게 쓰나요? (종로반)


1. 콩트 수필, 어떻게 쓰나?

교수님은 <<한국수필(2월호)>>와 한국 산문 홈페이지에 실린 글 <봄봄>을 사례로 콩트 기법을 원용한 수필 작법을 강의함. 수필에 소설적 구성이 반드시 바람직한 것은 아니며 소재의 제약 등 위험성도 있음을 전제로.

* <봄봄>: 산책길 공원에서 조우한 세 할머니와의 교감을 통해 순환궤도 상의 삶과 죽음, 그 언저리에 무심히 고개를 내미는 희망의 도래를 형상화한 수필

가. 제목

제목을 김유정의 단편 <봄봄>에서 따왔다. 원래 제목은 <순서(順序)>였지만, 주제의 함의나 상징성을 생각하며 ‘봄봄’으로 택했다. 패러디의 힘!

나. 관찰자 시점

수필의 화자는 특별한 경우가 아닌 한 ‘나(1인칭)’ 자신이다. 내가 주인공이며 내가 겪은 이야기, 나의 사상과 감정을 토로한다. 이 작품은 관찰자 시점으로 내가 숨어 있거나 반쯤 얼굴을 내민다. 어쨌거나 나와 투영돼 있다. 모든 화소가 기술적으로 나와 연결돼 있는 것이다.

다. 단도직입의 서두

단도직입(短刀直入)! 이야기를 시작하기까지의 과정은 과감히 생략한다. 이것이 현대적 글쓰기다. 즉 서론이 아예 없거나 짧아지는 추세다. 수필은 분량이 짧으니 더 말할 나위도 없다. 하려는 이야기로 곧바로 직진한다.

* 카프카의 단편 <변신(Die Verwandlung)>의 저 유명한 서두를 참고하라.

“어느 날 아침 그레고르 잠자가 불안한 꿈에서 깨어났을 때 한 마리 벌레로 변해 있었다. ” 이후 벌레로 변한 주인공 외판원의 기나긴 하루가 시작된다.

라. 묘사와 서술, 대화의 조화

묘사와 서술, 대화와 사유의 개진, 선경 후정(先景後情)의 정취가 균형을 이룬다.

* 단 수필에서의 대화는 지문으로 바꾸어 쓰는 것이 바람직하며, 주제를 함유하거나 많은 정보를 제공하는 키워드(key-word)만 강조하여 내세운다.

마. 기타 소설적 장치(암시, 복선, 차연, 반전)

기승전결(起承轉結)의 이야기 곳곳에 소도구, 소설적 장치를 배치했다. 사건과 정황을 미리 보여주거나(暗示?伏線), 알고 있는 사실을 뒤로 미룬다(差延). 마지막에 깜짝 놀랄 방향전환(反轉)으로 주제를 강화한다. 할머니의 죽음과 어린아이의 등장으로 형상화한 희망은 ‘삶과 죽음이 모두 순환궤도에 잇닿아 있음’을 보여 준다.

“갓슈! 봄이 온겨.” 사람은 죽어 나가는데 봄은 온다. 이 역설을 어찌할 것인가!

* 복선, 반전 등은 독자의 관심을 촉발하고 짙은 여운을 남기는 기법이지만, 수필의 경우 이 같은 장치는 꼭 필요한 경우로 한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자칫 상상과 허구의 문제가 대두될 수 있고 ‘수필의 격’을 훼손하는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2. 한국산문 4월호 집중 분석

문학상 수상작과 신인상 수상작, 특집기사 등으로 화려한 <<한국산문>> 4월호를 일람하며 객관적 시각으로 심층 분석함. 문우들은 학습 차원에서 토론에 적극 참여.

가. 윤오영 문학상 수상작/한국산문 문학상 수상작/한국산문 신인상(수필, 평론)

나. 한국산문 심포지엄(피천득), 권두수필(신재기), 배웅(박유향), 지구촌 나그네(정 진희), 매화 향기 고양이(이원규), 수필문학평론(박양근), 방망이 깎던 노인(이준섭), 소재와 주제의 미학(홍혜랑), 인문학 응접실(김응교), 셍텍쥐페리 Homme와 화엄 사상(송마나), 소재의 변용과 해석(한상렬), 이달의 수필 읽기(배수남, 박소현 외).

다. 눈여겨 볼 작품(교수님 추천)

그밖에, 내 안의 그 우물(최원현), 충혈(박설희), 그릇의 철학(최장순), 와이피가 준 선물(윤기정) 등


3. 회원 글 합평

운현궁의 추억(염성호)

2차 합평에 올린 글. 운현궁을 걸으며 떠올리는 그녀(지금의 아내)와의 옛 추억이 그 시절로 데리고 간다. 예그린 악단이 만들어지는 과정 중 소재?주제와 관련이 없는 부분을 과감하게 제외해 간결하고 한 줄로 꿰어지는, 달달하고 정감 있는 글로 완성되었다.

교수님은 글을 쓰면서 자주 놓치는 문제를 다시 한번 짚어주었다.

- 주어가 없는 문장은 없다. 주어가 확실한 경우에는 생략하지만, 의미가 모호해지면 반드시 명기한다.

- 간결체는 뜻이 통하는 최소 단위의 문장이다. 부사, 형용사, 접속사 사용은 자제한다. 특히 정도를 뜻하는 부사는 필요 없는 부사가 많음에 유의한다.

- ( )의 사용은 될 수 있는 대로 줄이고 사용할 경우에도 ( ) 안에 들어가는 글의 길이는 짧게 줄인다.

- 제목 짓는 시간을 가졌다. 여러 의견이 있었으나 교수님이 제시한 <운현궁 연가(戀歌)>에 호응이 뜨거웠다. 역시 교수님은 제목 짓기의 대가! 제목만?


4. 종로반 동정

뜻밖의 골절 사고로 장기간 치료 중이던 ‘목발 소녀’ 배경애 총무가 광주광역시에서 지난주 총회에 이어 강의에도 어렵게 출석하였다. 고향에서 고사리 따던 소녀, 선소녀 총무는 작업모, 작업복을 벗어 던지고 꽃단장하고 나타났다. 강의실은 두 ‘봄 처녀’의 등장에 아연 활기가 넘쳤다.

빠듯한 강의를 마치고 김기수 글벗의 제자가 운영하는 깔끔한 대형 일식집에서 기념비적인 신인상 수상 축하연(윤기정)을 했다. 음식 좋고, 분위기 좋고, 김정옥 문우, 이천호 문우, 박소언 문우의 멋진 노래와 안해영 총무의 춤사위가 간단없이 이어지고. 오글오글, 블라블라, 화기애매(和氣曖昧)...


윤기정   17-04-25 06:50
    
교수님, 안해영사이버총무님. 감사합니다. 시간이 없다는 핑계로 제대로 뼈대도 얽지 못했는데 확 바뀌었네요. 글벗들께 복습의 의미는 물론 참석 못한 글벗과 방문객들도  무언가를 얻어가는 기분이  들겠습니다.
박소언   17-04-25 09:23
    
토요일이면 올라오던 합평후기가 눈에 보이질않아 윤샘 멀리 여행이라도 가셨나 했지요.
지난 목요일 축하연은 정말 훌륭하고 화기애애해 즐거웠습니다.
베풀어주신 윤샘, 그리고 준비한 문우들에게 감사합니다.
너무 맛잇어서 과식을 했던지 배탈이 조금(?) 그런데 그날 노래는 내가  휘나래를 장식했답니다.
김창식   17-04-25 16:44
    
깔끔한 강의 후기입니다, 근래 보기 드문!
그렇습니다. 박소언님이 피날레를 장식했죠.
윤기정님, 안해영님 수고 많으셨어요. ^^
김기수   17-04-25 17:51
    
호주 브리즈번으로 날아오기 전, 마지막 강의 & 마지막 축하연에 마무리 할 수 있도록 해준 교수님, 기정이, 문우님들 감사합니다. 이곳 생활이 한 주가 되지는 않았지만 합평후기를 보면서 종로반의 동정을 헤아릴 수 있어 더없이 기쁘게 생각합니다. 멀리서 항상 종로반의 오글오글, 블라블라, 화기애애함을 그리면서 하루하루 즐겁게 지내렵니다. 언제나 건강하시고 평안하시기 바랍니다.
김순자   17-04-26 04:15
    
항상 자신을 내려 놓고 누구와도 함께 하시려는 선생님의 모습이 정겹습니다.철저한 생활인 이시기도 합니다. 많이 배우고 있습니다.등단 파티도 즐거웠고 지난날을 회상하시는 모습에서 또 한번 많은 것을 감격하게 합니다.
오글오글,블라블라,화기애애, (애매?) 표현이 참 재미있습니다.봄봄(순서)를 읽으면서 한편의 단막극을 본 듯,죽음도 슬프지 않게 담담히 받아 들이는 모습에서 삶의 달관을 봅니다.윤기정선생님 앞으로도 좋은 글 많이쓰세요.인품이 좋으시니 글도 잘 써 지리라 믿고 저도 열심히 살겠습니다.  회원님들 화이팅!^^
신현순   17-04-26 16:56
    
삶의 순환 궤도를 그리 멋지게 엮어 내시다니요.
제목 '봄봄'에서 앞서간 봄을 연이어 뒤 따르는 봄이 느껴집니다.
그렇다면 원래 의도했던 '순서'와도 관련있어 보이는 건가요?
연록이 사방천지에 번지고 있는 요즘 그 곳엔 죽음이 있었으니.
결국 죽음도 탄생도 모두 서로 잇대어 희망을 부르고 있군요.
봄의 예찬이 절로 됩니다.

윤선생님~ 멋진 등단파티 즐거웠습니다.
오래오래 건필하시길요~~
글구, 바쁜 중에 후기 정리 하시느라 수고하셨습니다. ^^
안해영   17-05-02 21:15
    
봄이 오는 길에 지난겨울을 건너오던 연로하신 어른들이 생명을 잇지 못하는 계절이다.
그래서 봄이 시작되는 때 제사가 많다. 그만큼 죽은 듯 잠자던 겨울잠에서 깨어나 생명을
움트는 봄에 함께하기가 어렵다. 양지바른 동네 어귀는 늘 노인들의 소곤거림이 이어지는
자리다. 그 자리에 함께하지 못하는 분은 영면하러 떠나신 것이다. 그래도 봄은 어린아이들의 한바탕
왁자지껄함과 함께 꽃을 피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