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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다와 독약> 용산반    
글쓴이 : 차미영    23-11-08 12:27    조회 : 3,277

바다와 독약

1& 2

 

116일과 13일 두 번에 걸쳐 엔도 슈사쿠의 초기 작품 바다와 독약(1958년 발표)을 읽습니다. 소설은 1<바다와 독약> 2<재판받는 사람들> 3<새벽이 올 때까지>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첫머리는 태평양 전쟁을 겪고 십여 년이 흐른 현재 가 화자로 등장하지만 곧 1945년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 미군포로에게 자행된 생체 해부사건을 모티브로 소설은 새롭게 전개됩니다. 전쟁이란 극한 상황에서 실제 일어난 사건을 재구성한 바다와 독약은 인물들의 내면묘사가 탁월하며 삶과 죽음에 관한 작가의 예민한 성찰을 엿볼 수 있는 작품입니다. 등장인물들의 죄의식의 부재와 무감각한 언행이 소름끼칠 정도이며 윤동주 시인도 가슴 아프게 떠오릅니다.

아일랜드의 도덕적 마비를 다루고 있는 제임스 조이스의 더블린 사람들(1914년 발표)이 스칩니다. 조이스는 작품에서 20세기 초 그의 조국 아일랜드가 처한 어둡고 부패한 상황을 리얼하게 묘사하며 무기력한 더블린 사람들의 패배주의를 지적합니다.

소설 도입 부분에서 못 도매상에 다니며 도쿄 근교로 이사 온 는 동네 양복점 쇼윈도우 안에 놓여 있는 백인 남자 인형에 눈길이 갑니다. (창비사 10) 알 수 없는 엷은 미소를 짓는 인형에서 는 이집트의 스핑크스를 떠올립니다. (19, 25, 32)

아침에 네 발, 점심에는 두 발, 저녁엔 세 발인 것은 무엇인가, 그것은 인간입니다.” (32)

스핑크스의 수수께끼를 떠올리는 건 앞으로 전개될 스토리와 어떠한 관련이 있을까요. 스핑크스는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상상 속의 괴물인데 소포클레스의 오이디푸스 왕작품에 주요한 역할을 합니다. 살인을 저지르던 스핑크스는 오이디푸스가 수수께끼를 풀어내자 테베의 바위에서 뛰어내리고 돌이킬 수 없는 운명적인 비극으로 오이디푸스를 내몰아 버립니다. 오이디푸스의 뛰어난 재주가 오히려 파멸로 이끌고 말지요. 작가가 세 번씩 스핑크스를 언급한 건 모두 죽어가는 전쟁의 소용돌이 속에서 인간 탐욕이 빚어낸 황폐한 삶에 관한 물음과 뼈저린 반성을 촉구하는 것 같습니다.

12절부터 펼쳐지는 스토리를 따라가다 보면 인간으로 갖춰야 할 윤리의식과 양심이 뭔지 생각해 보게 됩니다. 시골 출신 의사 스구로는 평범하게 살아가는 것이 가장 큰 행복이라 여기지만 (48) 소심한 성격 탓으로 자신의 생각을 명쾌하게 전달하지 못한 채 결국 생채 해부 실험에 참가하게 됩니다. 다만 무료진료 환자인 어느 아주머니에게 의사로 다가가는 스구로의 마음가짐은 진심으로 보입니다. 시바따 조교수의 실험 대상이었던 아주머니가 자연사하게 되었을 때 스구로와 토다가 나누는 대화에 주목해 봅니다.

“(...) 이것으로 니 방황도 사라진 셈이군” “집착은 곧 방황이니까.”(79)

인간은 자신의 등을 떠미는 무언가로부터- 운명이라 카나 도저히 못 벗어난다.”

내는 인자 신이 있든 없든 상관없다.”

그래도 니한테는 아지매가 일종의 신과 같은 존재였는지 모른다.” (86~87)

운명에 거역할 수 없던 오이디푸스처럼 우리도 눈에 보이지 않는 거대한 운명의 신비를 떠안고 살아가야 하는 나약한 존재이지 않을까요. 집착이 방황으로 때론 방황이 집착으로 삶이 그렇듯 흘러가지 않나요. 한 줌 재로 흩날리고 말 죽음 앞에서 살아간다는 것 자체가 어쩌면 그리 허망할 수 없습니다. 누군가에게는 수치심으로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죄의식으로 각인될 삶의 한 단면을 씁쓸하게 그리고 있는 듯합니다. 그럼에도 작가는 최소한 인간으로 지녀야 할 기본 윤리에 우리가 결코 무덤덤해져서는 안 된다고 호소하는 것 같습니다.


신재우   23-11-08 14:42
    
1. 엔도오 슈우사쿠 의『바다와 독약』을 읽다.
  가.작가는 전쟁과 같은 극한 상황에서 인간의 이성이나 윤리, 합리적 사고가 얼마나 힘없이 무너지고 마는가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나.루스 베네딕트의『국화와 칼』에서 일본인에 대해 '죄'를 피하는 것보다는 '수치'를 피하는 것을 더
      중요시하는  민족이라고 말한다.
2.엔도 슈사쿠의『사해 부근에서』중<유대인 학살 기념관>을 읽다.
  가.'야드 바셈'의 유대인 학살 기념관은 나치 독일에 의한 600만 유대인 홀로코스트의 희생자들을 추모하기 위해
        1953년에 세워진 이스라엘 국립기녕관이다. 해발 804m인 예루살렘 헤르츨 언덕에 있다.
  나.엔도는 신앙을 과시할 수 있는 독실한 신자나 영웅이 아니라 그 반대에 있는 변절자나 약한 이들에 주목한다.